한국 네 번째 추기경 유흥식 "오송 참사 유족에 위로…교황 방북 의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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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로 유흥식> 한국어판 출간 기념 방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위로, 교황 방북 의지 전해
27일 정전 70주년 맞아 교황 메시지 낭독할 예정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위로, 교황 방북 의지 전해
27일 정전 70주년 맞아 교황 메시지 낭독할 예정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께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참사 소식을 들으시고 희생되신 분들의 영혼과 유가족을 위해, 또 우리 한국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계십니다."
유흥식 추기경(72·사진)은 서울 명동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우리 한국 사회에서 이런 희생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추기경은 지난해 8월 한국 역사상 네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 교계제도에서 교황 다음으로 큰 권위와 명예를 가진 자리다. 그는 전 세계 성직자와 신학생을 관장하는 교황청 성직자부의 장관도 맡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유 추기경의 인터뷰집 <라자로 유흥식>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마련됐다. 간담회의 화두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였다. 유 추기경은 "관계자들이 자기 역할을 조금 더 확실히, 정확히 잘했더라면 이렇게 큰 피해가 오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께서도 23일 삼종기도 때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 최측근에서 소통하는 인물이다. 그의 생애와 신앙생활에 대한 문답을 담은 <라자로 유흥식>에서도 교황이 직접 나서서 추천사를 남겼다. 유 추기경은 "교황께서는 규정이나 이론 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신앙을 강조하신다"며 "이번 책도 사랑의 실천으로 복음을 전파하려고 노력해온 저의 지난 과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황의 강한 방북 의지도 언급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은 '북한이 초청하면 거절하지 않겠다' 정도가 아니라 '북한에 가고 싶다. 나를 초청해 달라'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민족끼리 70년 동안 서로 왕래도 없이 모른 채 지내는 것만 한 고통이 어딨나. 교황께서는 당신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이 고통을 없애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 측의 뚜렷한 반응이 없어 방북 계획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털어놨다. 그는 "세계정세가 대화와 공존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남북 관계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속상하다"며 "하루빨리 북한이 대화에 참여해 평화로운 한반도가 도래하길 바란다"고 했다.
올해로 만 86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에 대해선 "교황이 무릎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보다 더 건강이 안 좋은 것으로 과장돼 보도되고 있다"며 "교황이 쓰러지신 적도 없고, 정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톨릭교회의 미래에 대한 제언도 덧붙였다. 유 추기경은 성직자 중심주의를 경계하고, 평신도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교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성직자가 자기를 하느님께 특별히 선택받았다고 생각하는 등 우월 의식을 가져선 안 된다"며 "오히려 평신도들이 중요한 위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때 교회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일으킨 성직자의 징계 처분에 대해서는 "법과 규칙만으로는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없다"며 "사람과 세상을 바꾸는 것은 자비와 사랑"이라고 했다.
유 추기경은 오는 27일 서울 명동대성당 미사에서 연단에 나선다. 그는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기념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대신 낭독할 예정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유흥식 추기경(72·사진)은 서울 명동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우리 한국 사회에서 이런 희생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추기경은 지난해 8월 한국 역사상 네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 교계제도에서 교황 다음으로 큰 권위와 명예를 가진 자리다. 그는 전 세계 성직자와 신학생을 관장하는 교황청 성직자부의 장관도 맡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유 추기경의 인터뷰집 <라자로 유흥식>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마련됐다. 간담회의 화두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였다. 유 추기경은 "관계자들이 자기 역할을 조금 더 확실히, 정확히 잘했더라면 이렇게 큰 피해가 오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께서도 23일 삼종기도 때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 최측근에서 소통하는 인물이다. 그의 생애와 신앙생활에 대한 문답을 담은 <라자로 유흥식>에서도 교황이 직접 나서서 추천사를 남겼다. 유 추기경은 "교황께서는 규정이나 이론 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신앙을 강조하신다"며 "이번 책도 사랑의 실천으로 복음을 전파하려고 노력해온 저의 지난 과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황의 강한 방북 의지도 언급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은 '북한이 초청하면 거절하지 않겠다' 정도가 아니라 '북한에 가고 싶다. 나를 초청해 달라'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민족끼리 70년 동안 서로 왕래도 없이 모른 채 지내는 것만 한 고통이 어딨나. 교황께서는 당신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이 고통을 없애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 측의 뚜렷한 반응이 없어 방북 계획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털어놨다. 그는 "세계정세가 대화와 공존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남북 관계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속상하다"며 "하루빨리 북한이 대화에 참여해 평화로운 한반도가 도래하길 바란다"고 했다.
올해로 만 86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에 대해선 "교황이 무릎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보다 더 건강이 안 좋은 것으로 과장돼 보도되고 있다"며 "교황이 쓰러지신 적도 없고, 정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톨릭교회의 미래에 대한 제언도 덧붙였다. 유 추기경은 성직자 중심주의를 경계하고, 평신도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교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성직자가 자기를 하느님께 특별히 선택받았다고 생각하는 등 우월 의식을 가져선 안 된다"며 "오히려 평신도들이 중요한 위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때 교회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일으킨 성직자의 징계 처분에 대해서는 "법과 규칙만으로는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없다"며 "사람과 세상을 바꾸는 것은 자비와 사랑"이라고 했다.
유 추기경은 오는 27일 서울 명동대성당 미사에서 연단에 나선다. 그는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기념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대신 낭독할 예정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