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2H·SSBN 등 포함…"워싱턴선언 전략자산 상시배치 효과"
[김귀근의 병영터치] 한미, 핵전력 연간 한반도 출동계획 함께 짠다
미국이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해 유사시 한국에 제공하겠다고 공약한 확장억제력에는 핵과 재래식무기, 미사일방어 전력이 포함된다.

확장억제 전력 중에서도 그야말로 가공할 파괴력을 갖춘 무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핵잠수함(SSBN), 전략폭격기(B-52H·B-2A) 등 3대 핵전력(nuclear triad)이다.

전략폭격기 B-2A(스피릿)의 한반도 출격은 뜸하지만, B-52H(스트래토포트리스)는 인도태평양지역과 유럽으로 빈번하게 출동한다.

수중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SSBN도 남중국해와 중동 인근 및 유럽지역 바다에서 비정기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거리 1만㎞에 달하는 ICBM 미니트맨-3((LGM-30A)도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남태평양 마셜군도로 정기적인 시험 발사를 하고 있다.

시험 발사 때는 비활성탄두를 장착한 미니트맨-3가 밴덴버그 기지에서 마셜군도까지 6천700여㎞를 날아간다.

미국은 미니트맨-3을 대체해 2029년부터 새 ICBM '센티넬'(LGM-35A Sentinel)을 배치할 계획이다.

비활성 탄두를 장착한 ICBM 정기시험에 대해 "핵억제력이 21세기 위협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며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일상적이고 정기적인 활동의 일부"라고 미군은 설명한다.

◇ 전략폭격기·전략핵잠수함 출동계획 머리 맞댄다
전략폭격기 B-52H와 B-2A는 우리에겐 익숙한 전략자산이다.

B-52H는 북한 ICBM '화성-18형' 발사 다음 날인 지난 13일 출동해 공군 F-15K, 주한 미 공군 F-16 전투기와 연합훈련을 했다.

올해 들어 B-52H는 여섯차례 이상 한반도와 인근에 출동했다.

B-2A는 한반도에선 2013년 3월 오산 상공에서 포착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당시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공중급유를 받고 1만500㎞ 이상을 날아와 전북 군산 앞 직도사격장에 훈련탄 투하 훈련을 하고 복귀했다.

B-2A는 유럽지역으로 자주 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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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추진 잠수함의 경우 순항미사일 잠수함(SSGN)과 공격잠수함(SSN)은 자주 한국에 기항했다.

SSGN은 사거리 2천500km에 달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타격 임무를 수행한다.

1척당 150여 발을 탑재할 수 있고, 특수전 요원을 태워 적지 침투 등 특수작전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

지난 6월 부산에 기항한 '미시건함'(SSGN 727) 등 4척이 있다.

미국이 51척을 보유한 SSN은 어뢰로 무장해 대함전 및 대잠전을 수행한다.

반면 SSBN은 1척에 탑재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트라이던트-2 D5)만으로도 한 국가의 기능을 무력화할 정도의 파괴력을 가졌다.

미국은 오하이오급(1만8천750t급) SSBN 14척을 운용한다.

SSBN에는 SLBM 수직발사관 24개가 있는데 통상 20기의 트라이던트-2를 탑재한다.

트라이던트-2 한 발에는 서로 다른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8∼12개의 핵탄두(MIRV)를 장착할 수 있다.

핵탄두 1개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의 5∼20배 위력을 갖고 있다.

오하이오급 1척에 실리는 트라이던트-2 SLBM 24기의 총 위력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 1천600발에 버금간다.

전문가들은 SSBN 위력에 대해 "트라이던트로 무장한 잠수함 한 척으로 북한을 지도에서 지울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18일 부산에 기항한 켄터키함(SSBN 737)은 오하이오급 가운데 12번째로 건조됐다.

SSBN 방한은 1981년 3월 로버트 리(SSBN 601) 이후 4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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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정상으로선 처음으로 지난 19일 SSBN에 승함한 윤석열 대통령은 내부 지휘 통제실, 미사일 통제실, 미사일 저장고 등을 순시하고 함장으로부터 보고받은 뒤 "미국의 가장 중요한 핵전략자산을 직접 눈으로 보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SSBN의 방한은 지난 4월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채택한 워싱턴선언에 따른 것이다.

이 선언에는 "미국은 향후 예정된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을 통해 증명되듯, 한국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시킬 것"이란 문구가 있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빈말'이 아니며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할 것이라는 양 정상의 합의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42년 만에 SSBN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도 SSBN 승함 직전 격려사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을 정례적으로 전개하고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SSBN과 B-52H 등 핵탑재 전력의 연간 한반도 출동 계획은 한미 협의로 미리 짜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북한 도발 등 주요 계기 또는 미국의 필요에 따라 출동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아예 연간 출동계획을 미리 구상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의 한 소식통은 23일 "(출동 계획이) 아주 구체적으로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다만, 전체적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시기에 전개할 것인지를 미측과 의논해서 플랜을 짜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전략자산 전개와 관련해서는 한미가 전개가 필요한 시기나, 어떠한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서 전개할지 등을 함께 의논해서 판단할 것"이라며 "이런 판단에 따라 출동 계획을 미리 구상하면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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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전략사령부 "B-52H 괌에, B-1B 일본에 대기"…상시 '폭격기기동임무' 태세
미국 전략사령부는 B-52H는 괌에, B-1B(랜서) 전략폭격기 2대가 일본에 배치돼 있고 소셜네트워크(SNS)에 공개했다.

괌의 B-52H가 몇 대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최소 5대 이상으로 보인다.

전략사령부는 이들 폭격기가 괌, 일본, 알래스카에서 '폭격기기동임무'(BTF) 수행을 위해 상기 대기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글로벌 동맹과 파트너십은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이며, 신뢰할 수 있는 확장억제 공약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밝혔다.

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도 괌 기지에서 F-35A 5대와 프랑스 라팔 전투기 4대, 여러 대의 A400M·C-5 수송기 등이 지상활주 훈련인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코끼리 걸음)를 실시하는 장면을 공개하면서 "더 많은 전략폭격기가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귀근의 병영터치] 한미, 핵전력 연간 한반도 출동계획 함께 짠다
한반도와 근접 지역에 있는 이들 폭격기는 한반도뿐 아니라 남중국해 등까지 출동해 BTF를 수행한다.

미국 CBS방송은 5년 전 장거리 폭격기의 시간당 운용비용(OCPFH:Operational Cost Per Flying Hour)을 공개한 적이 있다.

이 방송에 따르면 B-52H는 4만8천880달러(약 6천200만원), B-1B는 9만5천758달러(약 1억2천만원), B-2A는 12만2천311달러(약 1억5천500만원)이다.

미 공군 관계자는 시간당 운용비용 계산은 이들 전략자산의 운용 및 유지비용을 연간 총 비행시간으로 나눠 계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BS는 이들 3기의 전략자산이 각각 '13시간의 왕복 비행'을 할 경우 총비용은 347만337달러(약 44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전했다.

통상 폭격기가 괌에서 한반도까지의 왕복 비행과 한반도 주변에서 작전하는데 13시간가량이 소요된다.

[김귀근의 병영터치] 한미, 핵전력 연간 한반도 출동계획 함께 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