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 18세가 되는 모든 청년의 국민연금 첫 달 보험료를 국가가 대납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최근 ‘첫 보험료 국가 지원안’이 거론되자 SNS를 통해 득달같이 ‘사회적 논의’를 촉구한 것이다. 5년여 전 경기지사 시절 도입하려다 문재인 정부 보건복지부조차 ‘청년 퍼주기’라는 비판을 제기한 탓에 접고 만 정책을 재차 주장하고 나선 모양새다.

취직 직후인 20대 중후반이 대부분인 국민연금 가입 시기를 18세로 앞당기면 청년층의 생애 연금수령액은 3100만원(평균 수명 85세 가정)가량 증가한다. 지급액이 늘면 ‘연금 효능감’이 높아져 개혁도 탄력받을 것이란 게 이 대표 주장이지만 어불성설이다. 두 달째부터 보험료 납입을 중단한 뒤 ‘추납제도’를 활용해 추후 재개하면 기술적으로는 국가대납제 도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직자 경력단절여성 등을 배려하는 추납제를 특정 세대와 계층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편으로 사용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일시납에 큰 부담이 없는 일부 부유층의 추납제 악용이 문제 되는 판국에 국가가 편법에 동승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에 한 발만 삐끗해도 존립을 보장하기 힘든 상황이다. 2041년 적자전환, 2055년 고갈이라는 막막한 시간표까지 나와 있는 판국에 어떤 식으로든 지급액을 늘리는 시도는 공멸을 부를 뿐이다. 연금 받는 일보다 낼 일이 까마득한 청년층에 배려가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역시 최소한의 재정 안정을 회복한 뒤 중장기 과제로 다루는 게 바람직하다.

이 대표의 주장에 색안경부터 끼고 보게 되는 것은 무책임한 문재인 정부의 행태를 봐와서다. 문 정부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채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연금개혁을 차기 정부로 떠넘겼다. 당시 행동을 사과하기는커녕 또 다른 포퓰리즘으로 치닫는 건 국민 노후를 인질로 잡는 삼류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