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살기도 전에 "보증금 달라"…계약해지권 된 갱신청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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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속앓이
계약갱신청구권
묵시적 갱신과 비슷
세입자가 언제든 계약해지 통지 가능
계약갱신청구권
묵시적 갱신과 비슷
세입자가 언제든 계약해지 통지 가능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구축 아파트를 소유한 정모씨는 최근 세입자로부터 ‘중도 퇴거하겠다’는 문자를 받고 속앓이하고 있다. 올해 초 계약갱신을 청구해 다시 살기 시작한 지 불과 반년 만에 전세보증금 반환을 요구해서다. 정씨는 “3개월 내로 보증금을 안 내주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겠다”는 ‘경고’까지 들었다.
정씨는 “갱신계약을 했으면 2년을 임차하기로 약속한 것인데 세입자 마음대로 언제든 해지할 수 있는 게 말이 되냐”며 “4억원이 넘는 돈을 당장 어떻게 융통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세입자가 최장 4년을 살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역전세(전세 시세가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현상)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다시 복병으로 등장했다. 세입자가 언제든 퇴거할 수 있도록 한 독소조항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대한 갱신권 사용 없이 재계약하도록 유도하고 ‘묵시적 갱신’이 이뤄지지 않도록 계약종료 일자를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갱신권을 사용한 임대차 계약이 하락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임대차 해지 조항 때문이다. 상승장에서는 존재감이 없었던 조항이 ‘언제든 자유롭게 퇴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임대차 보호법 6조의 2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이 끝난 뒤 서로 아무런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아 계약이 연장된 묵시적 갱신의 경우 세입자가 언제든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법에 신설하면서 국회는 해지와 관련해 묵시적 갱신 조항을 준용하도록 했다. 세입자는 2년을 전부 채우지 않고 중간에 언제든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고, 집주인은 3개월 안에 전세금을 내줘야 한다. 반면 신규로 전세 계약을 체결하거나 서로 합의해 전세 계약을 갱신한 경우엔 2년이 만료되기 전 세입자의 일방적인 중도 해지가 불가능하다. 특히 신축 입주 등이 많은 지역에선 일단 전세 계약을 2년 연장해 놓고 주변에 더 싼 전셋집이 나오면 해지권을 활용해 갈아타는 세입자가 적지 않다. 양천구 목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갱신권 사용 여부는 온전히 세입자 권한이기 때문에 집주인이 갱신권 미사용을 강요할 수 없다”며 “다만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일찌감치 퇴거를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은 총 12만882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계약은 3만1968건으로, 전체의 24.8%였다. 전세가가 떨어지는 와중에도 전월세 계약 4건 중 1건은 갱신권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대한 갱신권 사용 없이 세입자와 재계약을 맺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재계약을 맺으면 세입자는 2년 계약기간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중간에 세입자가 나가겠다고 해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도, 중개사비 등을 부담할 필요도 없다. 정보현 NH투자증권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갱신계약을 맺었다면 3개월 안에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게 좋다”며 “이달 말부터 1년 한시적으로 보증금 반환 대출 규제가 완화되기 때문에 총부채상환비율(DTI) 60% 수준 등을 확인해 보면 좋다”고 말했다.
집주인이 계약 만료일을 제대로 챙기지 않다가 묵시적 갱신이 되는 상황도 주의가 필요하다. 고형석 변호사는 “만일 임차인이 2개월의 월세에 해당하는 금액(차임)을 연체했거나 그 밖에 임차인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 등에는 묵시적 갱신을 할 수 없고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도 불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정씨는 “갱신계약을 했으면 2년을 임차하기로 약속한 것인데 세입자 마음대로 언제든 해지할 수 있는 게 말이 되냐”며 “4억원이 넘는 돈을 당장 어떻게 융통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세입자가 최장 4년을 살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역전세(전세 시세가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현상)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다시 복병으로 등장했다. 세입자가 언제든 퇴거할 수 있도록 한 독소조항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대한 갱신권 사용 없이 재계약하도록 유도하고 ‘묵시적 갱신’이 이뤄지지 않도록 계약종료 일자를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갱신권이 해지권으로 ‘돌변’
2020년 7월 말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은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통보하는 경우 계약 기간을 2년 늘릴 수 있는 권리다. 보증금 상승률이 5%로 제한(전월세상한제)돼 전세 상승장에서 임차인에게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갱신권을 사용한 임대차 계약이 하락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임대차 해지 조항 때문이다. 상승장에서는 존재감이 없었던 조항이 ‘언제든 자유롭게 퇴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임대차 보호법 6조의 2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이 끝난 뒤 서로 아무런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아 계약이 연장된 묵시적 갱신의 경우 세입자가 언제든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법에 신설하면서 국회는 해지와 관련해 묵시적 갱신 조항을 준용하도록 했다. 세입자는 2년을 전부 채우지 않고 중간에 언제든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고, 집주인은 3개월 안에 전세금을 내줘야 한다. 반면 신규로 전세 계약을 체결하거나 서로 합의해 전세 계약을 갱신한 경우엔 2년이 만료되기 전 세입자의 일방적인 중도 해지가 불가능하다. 특히 신축 입주 등이 많은 지역에선 일단 전세 계약을 2년 연장해 놓고 주변에 더 싼 전셋집이 나오면 해지권을 활용해 갈아타는 세입자가 적지 않다. 양천구 목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갱신권 사용 여부는 온전히 세입자 권한이기 때문에 집주인이 갱신권 미사용을 강요할 수 없다”며 “다만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일찌감치 퇴거를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은 총 12만882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계약은 3만1968건으로, 전체의 24.8%였다. 전세가가 떨어지는 와중에도 전월세 계약 4건 중 1건은 갱신권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약 유도…임차료 연체 사실 파악도
세입자들의 갑작스러운 퇴거 통보에 집주인은 발을 구를 수밖에 없다. 기존 전세가격보다 신규 전세가가 낮은 지역에선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고형석 법률사무소 아이콘 대표변호사는 “집주인은 계약 해지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보증금을 내줘야 하고 중개료 등 수반된 비용을 청구할 수도 없다”며 “만약 임차인이 이사를 나갔는데도 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면 향후 지연이자가 붙거나 법적 싸움에서 불리해진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최대한 갱신권 사용 없이 세입자와 재계약을 맺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재계약을 맺으면 세입자는 2년 계약기간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중간에 세입자가 나가겠다고 해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도, 중개사비 등을 부담할 필요도 없다. 정보현 NH투자증권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갱신계약을 맺었다면 3개월 안에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게 좋다”며 “이달 말부터 1년 한시적으로 보증금 반환 대출 규제가 완화되기 때문에 총부채상환비율(DTI) 60% 수준 등을 확인해 보면 좋다”고 말했다.
집주인이 계약 만료일을 제대로 챙기지 않다가 묵시적 갱신이 되는 상황도 주의가 필요하다. 고형석 변호사는 “만일 임차인이 2개월의 월세에 해당하는 금액(차임)을 연체했거나 그 밖에 임차인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 등에는 묵시적 갱신을 할 수 없고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도 불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