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나르고 AI가 감시…양극재 10t 쏟아져
지난 20일 방문한 전남 광양 포스코퓨처엠 공장. 브라우니 같은 검은 덩어리가 8분에 한 판(약 56㎏)씩 3단4열로 구워져 나오고 있었다. 배터리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재인 양극재였다.

이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양극재는 시간당 10t에 달한다. 연간 9만t으로 전기차 100만 대분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손동기 포스코퓨처엠 양극재소재실장은 “광양공장의 생산수율은 90% 이상”이라며 “특히 단결정 양극재는 연 6000t 수준으로 생산하고 있고 추후 연 7800t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결정 양극재는 여러 금속을 단일 입자화한 차세대 양극재다. 충·방전 때 소재 팽창을 억제해 수명을 늘렸다. 지난 4월부터 LG와 제너럴모터스(GM) 합작사인 미국 얼티엄셀즈에 수출 중이다.

국내 양극재 회사 중 가장 늦게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가 4년 만에 최대 생산량과 높은 수율을 동시에 달성한 비결은 스마트팩토리 기술 고도화에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 공장엔 로봇(사진)과 2000여 개의 폐쇄회로TV(CCTV)를 보고 있는 일부 작업자들만 있었다.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적용된 카메라가 이상이 생기면 신호를 감지해 알린다. 포스코퓨처엠은 생산 현장에서 채취한 제품 샘플을 초당 5m 속도로 품질분석실로 이송할 수 있는 ‘에어슈팅’(공기 압력을 활용한 무인 이송 시스템) 기술도 활용한다. 스마트 창고엔 양극재의 원재료인 리튬과 전구체가 약 1만2000t 쌓여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 포대에 500㎏에 달하는 원료가 창고에 들어온 지 사흘이면 빠질 정도로 공장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 차원의 시너지 효과도 강점으로 꼽힌다. 양극재 공장 바로 옆엔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공장이 오는 10월 준공을 앞두고 공사에 한창이다. 이 공장은 연 4만3000t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도보 4분 거리엔 이달 7일 준공한 포스코HY클린메탈 공장이 들어서 있다. 연 1만2000t의 블랙파우더(폐배터리를 파쇄한 뒤 나온 여러 금속을 포함한 검은색 분말)에서 니켈 2500t, 코발트 800t, 탄산리튬 2500t을 뽑아낸다. 현재 니켈은 99%, 리튬은 90% 이상 회수율을 목표로 가동 중이다.

광양항 인근에 자리잡은 이 3개 공장 부지 면적만 총 53만2000㎡로 축구장 75개 크기다. 포스코그룹은 리튬 등 배터리 원료 제련과 폐배터리 재활용을 모두 포스코퓨처엠에 집중시켜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광양=강미선 기자 mis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