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추진했다가 무산된 ‘생애 최초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을 3년 만에 다시 꺼냈다. 이는 만 18세 청년을 대상으로 생애 첫 한 달 치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가 대신 내주는 사업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같은 공공부조와 달리 ‘낸 만큼 받는’ 사회보험인 국민연금 제도 취지를 거스르는 것은 물론 연금 개혁 방향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 “청년들의 ‘연금 효능감’을 높이는 일에서부터 연금 개혁 논의를 시작하자”고 썼다. 그는 생애 최초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을 언급하며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들의 불신을 해소할 좋은 방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둘러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도지사 재임 시절 경기도가 내놓은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은 청년의 국민연금 조기 가입을 유도해 가입 기간을 최대한 늘리고, 그만큼 연금 수령액을 높여 청년에게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보건복지부와 협의 완료 후 집행’이라는 조건을 달아 도의회에서 사업비 147억원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복지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최종 무산됐다. 당시 복지부는 국가 재원인 국민연금 재정이 경기도민에게만 더 투입될 수 있다는 점과 연금 재정 안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대했다.

이후 친명(친이재명)계인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별도의 법 제정안을 2021년 2월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청년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주장에 대해 연금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가 나온다. 우선 비용 문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장 의원이 발의한 제정안이 시행되면 2026년까지 5년간 총 2026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별다른 소득 없이 연금에 가입하는 임의 가입자(1인당 9만원)에 대한 지원 규모가 181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도 “국민연금 조기 가입 장려 목적과 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정책 간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복지부도 납부 예외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관련 사업에 반대한 바 있다. 국가가 대신 보험료를 내 국민연금에 가입한 18세 청년의 상당수는 학생 신분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국민연금에 일단 가입만 하고 보험료 납부를 중단했다가 향후 소득이 생겼을 때 보험료를 내는 ‘추후 납부(추납)’ 제도를 활용해 연금 납부 기간과 수급액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추납 제도는 실직, 건강 악화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국민을 구제해주는 제도인데, 이 같은 제도의 허점을 국가가 나서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장려하는 셈이 된다.

재정 문제를 떠나 국민연금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장을 지낸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재정 고갈 우려가 큰 상황에서 연금의 사회부조 성격을 강화하는 정책은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사회보험의 자기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연금 개혁이 이뤄져야 하는 마당에 이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김 명예교수는 “실리 없이 사회보험의 퇴화만 부추길 뿐”이라며 “연금 제도를 도입한 전 세계 국가를 둘러봐도 선례가 없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