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준비 끝낸 후쿠시마 원전…처리수 설비 곳곳엔 '긴급중단 밸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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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현장을 가다
도쿄전력, 韓언론 초청 설명회
"ALPS로 거른 처리수 하루 500t
바닷물 51만t과 섞어 해저로 보내
10㎞ 벗어나면 삼중수소 무해"
희석부터 방류까지 전과정 공개
도쿄전력, 韓언론 초청 설명회
"ALPS로 거른 처리수 하루 500t
바닷물 51만t과 섞어 해저로 보내
10㎞ 벗어나면 삼중수소 무해"
희석부터 방류까지 전과정 공개
“발아래의 상류 수조가 바닷물로 희석한 처리수가 최종적으로 모이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처리수는 해저 파이프를 거쳐 원전 1㎞ 앞 바닷속에 방류됩니다.”
다카하라 겐이치 도쿄전력홀딩스 폐로커뮤니케이션센터 리스크 커뮤니케이터는 발아래에 있는 가설 철판을 쾅쾅 밟으며 말했다. 지난 21일 기자는 도쿄전력홀딩스와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의 초청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내부에 들어가 봤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처리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과정을 모두 공개했다.
원전 시설이 국내외 언론에 공개된 적은 있다. 하지만 방류 준비를 끝낸 뒤 한국 기자에게 처리수 희석·방류 시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 본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폭발 사고를 일으킨 1~4호기 원자로만 없다면 정리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정유공장 같았다. 서울광장 265개 크기인 원전 부지의 4분의 1에는 약 1000개의 탱크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사람 크기보다 큰 배관 파이프가 이리저리 연결돼 있었다.
탱크는 ALPS로 거른 처리수를 모아두는 저장고다. 지난 5월 현재 처리수가 133만㎥까지 늘어 저장 능력의 97%에 도달했다. 물탱크를 더 늘렸다가는 폐로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처리수를 방류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이날 방문한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의 96%는 별다른 보호장비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예상과 달리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직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찰은 ALPS 처리수 희석·방류 설비와 ALPS 설비, 폭발 사고를 일으킨 원전 1~4호기를 둘러보는 순서로 이뤄졌다. 다카하라 커뮤니케이터는 “현장 작업원은 1개월에 0.2~0.3m㏜(밀리시버트·1시간 동안 노출되는 방사선량) 정도의 방사능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연간 노출량이 50m㏜, 5년간 누적 노출량이 100m㏜를 넘기면 5년간 현장 근무에서 제외된다. 도쿄~뉴욕을 비행기로 왕복하면 1m㏜, 위 엑스레이를 1회 촬영하면 3m㏜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처리수 희석·여과설비는 원전 5~6호기 앞에 지어졌다. 2011년 폭발사고 당시 피해를 보지 않은 구역이다. 언덕 위에는 희석 전 처리수를 모아두는 35개의 최종 저장탱크가 늘어서 있었다.
바닷가 쪽에는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해수 이송 펌프 3개와 해수 배관 파이프가 설치됐다. 처리수가 흐르는 파이프는 까만색, 바닷물이 흐르는 파이프는 파란색으로 칠해 구별하기 쉽게 했다. 자동으로 이상을 감지해 처리수의 희석과 방류를 중단시키는 긴급 차단밸브도 두 곳 설치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류를 지시하면 최종 저장탱크에서 하루 최대 500t의 처리수를 흘려보낸다. 흘러 내려온 처리수는 해수 배관 헤더에서 해수 이송 펌프로 끌어올린 51만t의 바닷물과 섞여 희석된다. 희석된 처리수는 깊이 5m의 상류수조에 모인다.
상류수조에 모인 처리수의 L당 트리튬(삼중수소) 농도는 1500베크렐(㏃)까지 낮아진다. 2011년 폭발사고 전 후쿠시마 원전의 방류수와 같은 농도다. 일본 정부 배출 기준은 6만㏃, 세계보건기구(WHO)의 음료수 기준은 1만㏃이다.
상류수조를 채운 처리수는 깊이 16m의 하류수조를 거쳐 해저 파이프로 흘러간다. 해저 파이프는 원전 앞바다 1㎞ 앞까지 설치돼 있다. 수심 12m에 설치한 방류 입구를 통해 최종적으로 바다로 흘러간다.
마쓰모토 준이치 도쿄전력홀딩스 ALPS 처리수 대책 책임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남북 490㎞, 동서 270㎞에 걸쳐 방류한 처리수의 트리튬 농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시뮬레이션한 결과 방류 지점으로부터 10㎞를 벗어나면 의미가 없는 수준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처리수 방류는 끝이 아니라 끝의 시작일 뿐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부지를 완전히 폐쇄할 계획이다. 그러자면 사고 당시 녹아내려서 엉겨 붙은 고농도 방사선 찌꺼기인 데브리를 제거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2041~2051년 폐로 작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1~3호기 내부에 데브리가 어디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데브리 제거 작업에만 30~4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후쿠시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다카하라 겐이치 도쿄전력홀딩스 폐로커뮤니케이션센터 리스크 커뮤니케이터는 발아래에 있는 가설 철판을 쾅쾅 밟으며 말했다. 지난 21일 기자는 도쿄전력홀딩스와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의 초청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내부에 들어가 봤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처리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과정을 모두 공개했다.
원전 시설이 국내외 언론에 공개된 적은 있다. 하지만 방류 준비를 끝낸 뒤 한국 기자에게 처리수 희석·방류 시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 본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폭발 사고를 일으킨 1~4호기 원자로만 없다면 정리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정유공장 같았다. 서울광장 265개 크기인 원전 부지의 4분의 1에는 약 1000개의 탱크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사람 크기보다 큰 배관 파이프가 이리저리 연결돼 있었다.
탱크는 ALPS로 거른 처리수를 모아두는 저장고다. 지난 5월 현재 처리수가 133만㎥까지 늘어 저장 능력의 97%에 도달했다. 물탱크를 더 늘렸다가는 폐로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처리수를 방류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이날 방문한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의 96%는 별다른 보호장비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예상과 달리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직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찰은 ALPS 처리수 희석·방류 설비와 ALPS 설비, 폭발 사고를 일으킨 원전 1~4호기를 둘러보는 순서로 이뤄졌다. 다카하라 커뮤니케이터는 “현장 작업원은 1개월에 0.2~0.3m㏜(밀리시버트·1시간 동안 노출되는 방사선량) 정도의 방사능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연간 노출량이 50m㏜, 5년간 누적 노출량이 100m㏜를 넘기면 5년간 현장 근무에서 제외된다. 도쿄~뉴욕을 비행기로 왕복하면 1m㏜, 위 엑스레이를 1회 촬영하면 3m㏜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처리수 희석·여과설비는 원전 5~6호기 앞에 지어졌다. 2011년 폭발사고 당시 피해를 보지 않은 구역이다. 언덕 위에는 희석 전 처리수를 모아두는 35개의 최종 저장탱크가 늘어서 있었다.
바닷가 쪽에는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해수 이송 펌프 3개와 해수 배관 파이프가 설치됐다. 처리수가 흐르는 파이프는 까만색, 바닷물이 흐르는 파이프는 파란색으로 칠해 구별하기 쉽게 했다. 자동으로 이상을 감지해 처리수의 희석과 방류를 중단시키는 긴급 차단밸브도 두 곳 설치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류를 지시하면 최종 저장탱크에서 하루 최대 500t의 처리수를 흘려보낸다. 흘러 내려온 처리수는 해수 배관 헤더에서 해수 이송 펌프로 끌어올린 51만t의 바닷물과 섞여 희석된다. 희석된 처리수는 깊이 5m의 상류수조에 모인다.
상류수조에 모인 처리수의 L당 트리튬(삼중수소) 농도는 1500베크렐(㏃)까지 낮아진다. 2011년 폭발사고 전 후쿠시마 원전의 방류수와 같은 농도다. 일본 정부 배출 기준은 6만㏃, 세계보건기구(WHO)의 음료수 기준은 1만㏃이다.
상류수조를 채운 처리수는 깊이 16m의 하류수조를 거쳐 해저 파이프로 흘러간다. 해저 파이프는 원전 앞바다 1㎞ 앞까지 설치돼 있다. 수심 12m에 설치한 방류 입구를 통해 최종적으로 바다로 흘러간다.
마쓰모토 준이치 도쿄전력홀딩스 ALPS 처리수 대책 책임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남북 490㎞, 동서 270㎞에 걸쳐 방류한 처리수의 트리튬 농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시뮬레이션한 결과 방류 지점으로부터 10㎞를 벗어나면 의미가 없는 수준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처리수 방류는 끝이 아니라 끝의 시작일 뿐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부지를 완전히 폐쇄할 계획이다. 그러자면 사고 당시 녹아내려서 엉겨 붙은 고농도 방사선 찌꺼기인 데브리를 제거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2041~2051년 폐로 작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1~3호기 내부에 데브리가 어디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데브리 제거 작업에만 30~4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후쿠시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