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1㎿ 이하 태양광 발전 접속을 위한 송·배전 설비 확충에 2016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1조15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한전은 이에 더해 미접속된 태양광 설비의 송·배전 시설을 보강하기 위해 향후 5년간 7500억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소형 태양광 송전 설비 늘리려…한전, 적자에도 7년간 1조 투입
최근 2년간 45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한전이 소규모 태양광의 송전망 연결을 위해 2조원에 달하는 돈을 쓰게 된 것은 정부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2016년 10월 소형 태양광 확산을 위해 1㎿ 이하 신재생에너지는 무조건 송전망에 접속시키기로 했다. 이때 송·배전용 전기설비 이용규정도 함께 고쳐 한전은 공용 송·배전망 보강에 드는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2016년 10월 이후 올해 5월까지 한전이 받은 1㎿ 이하 신재생 발전소 신청은 14만2284건이다. 접속 완료된 신재생에너지 용량은 1만6986㎿다. 한전이 1조1500억원을 쏟아부었음에도 여전히 접속이 진행 중인 용량도 원전 2기 분량인 2836㎿에 달한다.

에너지업계에선 이 정책의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발전설비를 구축해 효율적으로 송전망에 연결하는 대신 소규모 태양광 난립을 부추기며 전력계통 혼란을 자초했다는 얘기다.

1㎿는 약 10층 규모 빌딩이나 산업단지에 입주한 중소기업 공장의 발전설비 용량이다. 1㎿ 이하 신재생 발전소 중 99.8%는 태양광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승완 충남대 교수는 “발전원의 전국적인 균형 보급을 고려하지 않고 보급 자체에만 몰두했다”며 “이로 인해 송전망 부족 문제도 빠르게 앞당겨졌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 제도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발전사업 허가 시 전력망 상황에 대한 심사요건을 강화하고, 1㎿ 이하 태양광 무제한 접속 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송전망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보급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