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도시 오데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우크라이나 정교회 축일성당이 파괴됐다.

23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은 오데사에서 가장 큰 축일성당이 이날 새벽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축일성당 측은 “파괴 규모가 막대하다. 지붕이 절반 정도 날아갔다”라며 “폭격 당시 성당에 있던 직원들도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 성당은 오데사에서 가장 큰 정교회 성당이다. 1809년에 축성돼 1930년대에 일부 파괴됐다가 구소련이 붕괴한 이후 재건됐다. 축일성당이 있는 오데사 역사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돼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통로인 오데사 지역을 최근 들어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 측은 지난 새벽에 벌어진 공습으로 최소 1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평화로운 도시, 주거용 건물, 대성당에 대한 미사일 공격 등 러시아의 악행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며 “오데사를 공격한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에 대해 반드시 보복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지난달부터 개시한 반격 작전에 대해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로이터·AFP 통신 등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스트렐나 지역의 콘스탄티노프스키 궁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나 이처럼 말했다고 타스 등 러시아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반격이 없다”고 말하자 푸틴 대통령은 “존재하지만 실패했다”고 화답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무장 반란을 일으킨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과 푸틴 대통령 간 합의를 중재한 인물이다. 이후 벨라루스로 이동한 바그너그룹은 최근 폴란드 국경 근처에서 벨라루스 특수부대와 합동 훈련을 하며 인근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