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관리 들고 경쟁사 이직"…이런 직원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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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인력 입사시 '전직 금지 약정' 체결
위반시 손해배상 청구 ... 소송 장기화
"전직 만으로 손해발생 입증 어려워" 난제
*이 글은 백종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의 자문 아래 작성됐습니다.
#사례 3.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 상반기 법원에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직한 직원들이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영업비밀을 유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술 인력의 경우 입사 시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로 전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전직 금지약정'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핵심 기술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그간 법원은 '전직 금지약정'은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라면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다는, 다소 엄격한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법원도 기업의 기술 경쟁력의 중요한 가치를 인정하면서 전직 금지약정의 효력을 인정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 아래서 전직 금지 약정이 유효할까. 전직 금지약정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전직 제한의 기간, 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여부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전직 금지 약정을 위반한 경우 회사는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 또는 본안 소송을 제기하거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손해배상 소송에 드는 기간은 1~2년으로, 전직 금지 기간보다 장기인 경우가 많다. 또 전직만으로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워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손해배상 청구 소송 역시 어렵다.
결국 '전직 금지 가처분'이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수단이다. 다만 법원에서 전직 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인정받기 위한 제반 사정을 주장·증명할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2015다221903 참조). 가처분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회사가 제반 사정을 증명할 자료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실제 사례에서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 제60민사부는 삼성전자에서 경쟁사로 이직한 DRAM사업부 전 직원(채무자)을 상대로 한 회사(채권자)의 전직 금지 임시처분 신청 사안에서, 전직 금지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2022카합21499).
법원은 △DRAM 산업분야의 경쟁 구도 등에 비춰 채권자(회사)의 이익이 있고 △회사에서 24년 동안 근무하면서 Project Leader를 맡기도 하는 등 핵심 기술정보에 대한 넓은 접근권한을 부여받는 직급에 있는 점△2년 전직 금지 기간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고 △전직 금지약정에 대한 직접 대가는 없었으나 퇴직 전에 특별인센티브를 3년에 걸쳐 수령하고, 1년 동안 미국 연수 기회를 제공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보통 대법원은 전직 금지 기간이 과도하게 장기라고 인정될 때는 적당한 범위로 기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전직 금지 기간이 2년 또는 1년으로 단축된 사례들도 다수 있지만, 앞서 DRAM사건에서는 2년의 기간도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전직 금지약정과 별도로, 앞서 삼성전자 엔지니어 사건에서 보듯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하다. 법원에 따르면 ①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비공지성), ②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질 것(경제성) 및 ③비밀로 유지될 것(비밀관리성)이라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 회사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이유로 △형사고소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금지청구권이 피보전권리) 또는 본안 소송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가처분하더라도 전직 금지약정과 달리 인정받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영업비밀’ 해당 여부가 가장 관건인데, 사업주는 정보의 존재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는 등 영업비밀이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게 필요하다. 또 어떤 정보가 공지되지 않았고 독립적·경제적 가치를 가지면서 비밀로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소명 필요하다(2022카합10246).
즉, 단순히 회사가 어떠한 자료를 '비밀'이라고 내부적으로 정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물리적, 기술적 조치를 통해 해당 자료를 외부인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도 '비밀'로 인식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영업비밀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영업비밀의 정의가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9년 1월 부정경쟁방지법이 개정되면서, '비밀로 관리'되면 영업비밀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판례가 많지 않아 법원의 입장을 살필만한 자료는 충분하지 않다.
또 은밀하게 이뤄진 ‘침해행위’를 증명하기 쉽지 않아, 회사가 형사고소를 먼저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사소송상 증거를 확보하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형사고소를 하더라도 범죄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회사가 근로자가 보유하고 있던 컴퓨터 등에 대한 포렌식 등을 통해 관련 증거자료가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이슈가 발생하면 전세가 역전될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한편 대법원은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경우 그 자료의 반출행위는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회사 직원이 퇴사 시에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았다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판결도 있다(2008도9433).
백종현 변호사는 "반출된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배임죄가 인정될 수 있으므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지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위반시 손해배상 청구 ... 소송 장기화
"전직 만으로 손해발생 입증 어려워" 난제
*이 글은 백종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의 자문 아래 작성됐습니다.
#사례 1. 지난 7월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0민사부는 반도체 테스트 장비 개발업체 A사가 전 직원 B씨를 상대로 낸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해 관련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사례 2. 최근 해외 경쟁업체인 인텔로 이직하기 위해 반도체 초미세 공정 관련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삼성전자 엔지니어는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례 3.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 상반기 법원에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직한 직원들이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영업비밀을 유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술 인력의 경우 입사 시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로 전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전직 금지약정'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핵심 기술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그간 법원은 '전직 금지약정'은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라면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다는, 다소 엄격한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법원도 기업의 기술 경쟁력의 중요한 가치를 인정하면서 전직 금지약정의 효력을 인정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 아래서 전직 금지 약정이 유효할까. 전직 금지약정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전직 제한의 기간, 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여부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전직 금지 약정을 위반한 경우 회사는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 또는 본안 소송을 제기하거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손해배상 소송에 드는 기간은 1~2년으로, 전직 금지 기간보다 장기인 경우가 많다. 또 전직만으로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워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손해배상 청구 소송 역시 어렵다.
결국 '전직 금지 가처분'이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수단이다. 다만 법원에서 전직 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인정받기 위한 제반 사정을 주장·증명할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2015다221903 참조). 가처분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회사가 제반 사정을 증명할 자료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실제 사례에서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 제60민사부는 삼성전자에서 경쟁사로 이직한 DRAM사업부 전 직원(채무자)을 상대로 한 회사(채권자)의 전직 금지 임시처분 신청 사안에서, 전직 금지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2022카합21499).
법원은 △DRAM 산업분야의 경쟁 구도 등에 비춰 채권자(회사)의 이익이 있고 △회사에서 24년 동안 근무하면서 Project Leader를 맡기도 하는 등 핵심 기술정보에 대한 넓은 접근권한을 부여받는 직급에 있는 점△2년 전직 금지 기간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고 △전직 금지약정에 대한 직접 대가는 없었으나 퇴직 전에 특별인센티브를 3년에 걸쳐 수령하고, 1년 동안 미국 연수 기회를 제공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보통 대법원은 전직 금지 기간이 과도하게 장기라고 인정될 때는 적당한 범위로 기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전직 금지 기간이 2년 또는 1년으로 단축된 사례들도 다수 있지만, 앞서 DRAM사건에서는 2년의 기간도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영업비밀 침해·업무상 배임 여부
특허청 통계에 의하면 국내 기업의 영업비밀 유출 사례 중 퇴사자에 의한 영업비밀 유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전직 금지약정과 별도로, 앞서 삼성전자 엔지니어 사건에서 보듯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하다. 법원에 따르면 ①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비공지성), ②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질 것(경제성) 및 ③비밀로 유지될 것(비밀관리성)이라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 회사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이유로 △형사고소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금지청구권이 피보전권리) 또는 본안 소송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가처분하더라도 전직 금지약정과 달리 인정받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영업비밀’ 해당 여부가 가장 관건인데, 사업주는 정보의 존재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는 등 영업비밀이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게 필요하다. 또 어떤 정보가 공지되지 않았고 독립적·경제적 가치를 가지면서 비밀로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소명 필요하다(2022카합10246).
즉, 단순히 회사가 어떠한 자료를 '비밀'이라고 내부적으로 정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물리적, 기술적 조치를 통해 해당 자료를 외부인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도 '비밀'로 인식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영업비밀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영업비밀의 정의가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9년 1월 부정경쟁방지법이 개정되면서, '비밀로 관리'되면 영업비밀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판례가 많지 않아 법원의 입장을 살필만한 자료는 충분하지 않다.
또 은밀하게 이뤄진 ‘침해행위’를 증명하기 쉽지 않아, 회사가 형사고소를 먼저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사소송상 증거를 확보하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형사고소를 하더라도 범죄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회사가 근로자가 보유하고 있던 컴퓨터 등에 대한 포렌식 등을 통해 관련 증거자료가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이슈가 발생하면 전세가 역전될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한편 대법원은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경우 그 자료의 반출행위는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회사 직원이 퇴사 시에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았다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판결도 있다(2008도9433).
백종현 변호사는 "반출된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배임죄가 인정될 수 있으므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지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