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뉴타운, 시공사 선정 앞둔 1구역 '화룡점정' 될까
사업성 좋은 1구역, 유일하게 시공사 선정 못해
추진 빠른 2구역 철거 한창 … 6구역, 이주 완료
강남
·광화문·여의도 등 3대 업무지구로 이동 쉬워
노량진 9100가구 미니신도시로 변신 시동

지난 2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지하철 1호선과 9호선 환승역인 노량진역에서 7호선 장승배기역 방향으로 장승배기로를 따라 남쪽으로 10분가량 걸어가자 오른쪽에 흰색 펜스로 둘러쳐진 지역이 나왔다. 노량진재정비촉진구역(노량진뉴타운) 가운데 사업 추진이 가장 빠른 2구역으로, 현재 철거가 한창이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이주를 완료한 6구역에는 '철거 대상'이라는 표시가 곳곳에 눈에 들어왔다.

강남, 광화문, 여의도 등 서울 중심 업무지구 접근성이 뛰어난 노량진재정비촉진구역이 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8개 구역 중 상당수가 이주나 철거를 진행 중이다. 사업성이 높은 '노른자위'로 평가받는 1구역도 사업시행 인가를 받고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2구역을 시작으로 9100가구에 육박하는 미니 신도시급 주거단지로 변모할 이 지역에서 1구역이 '화룡점정'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업성 가장 좋은 1구역

노량진동, 대방동, 상도동 등에 나뉘어 분포하고 있는 노량진재정비촉진구역은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변신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특히 3000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가 조성될 1구역은 명실상부 '랜드마크'라는 평가를 받는다. 노량진역에서 가장 가깝고,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많이 분포해 사업성이 뛰어난 구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평지에 조성되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정비업계에서는 구릉지에 조성돼 오르막길이 많은 흑석재개발 지역보다 이동이 편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량진뉴타운, 시공사 선정 앞둔 1구역 '화룡점정' 될까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된 1구역은 외관을 5가지 형태로 뽑았으며 평면도도 다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톱클래스 건축설계사무소인 해안건축을 통해 설계했다. 지난 4월 서울시 건축위원회의 디자인 어워드에서 공동주택 2위에 오르며 아름다운 설계를 인정받았다. 적지 않은 가구에서 한강 조망도 가능할 전망이다.

1구역은 2003년 2차 뉴타운으로 첫 지정된 이후 20년 만인 지난 3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중간에 2006년 노량진이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재지정된 이후에도 재개발 절차가 가장 늦게 진행된 구역이기도 하다. 노량진역 인근 공무원시험 등을 준비하는 학원의 배후단지라는 분석이다. 학원 수강생을 위한 하숙집이나 원룸 등의 월세(임대료)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큰 길에 가까운 쪽에는 깔끔하게 올린 신축 빌라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마친 노량진1재정비촉진구역이 시공사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1구역은 대부분 평지인데다 대세대, 다가구주택이 많아 노량진에서도 사업성이 높은 구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기열 기자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마친 노량진1재정비촉진구역이 시공사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1구역은 대부분 평지인데다 대세대, 다가구주택이 많아 노량진에서도 사업성이 높은 구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기열 기자
1구역 조합은 지난 3월16일 시공사 선정계획을 동작구청에 제출하며 재개발 속도를 올리고 있다. 시공사 선정 공고 문구를 두고 현재 구청과 조합이 넉 달 넘게 긴 조율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은 원자재값 상승을 반영해 3.3㎡당 공사비를 당초 695만원에서 730만원으로 인상하기도 했다. 대안설계와 마감재 부분의 문구를 놓고 막바지 협상 중이다. 양측이 잘 마무리하게 되면 시공사 선정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된다. 현재 1구역 시공사 후보군으로는 GS건설과 삼성물산이 꼽히고 있다.

재개발 전문가인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돌발 상황 없이 나머지 절차가 진행된다면 1구역도 앞으로 6~7년 후엔 완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구역이 모두 조성된 뒤 1구역이 완공되면 노량진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2구역 필두로 속도 내는 노량진

노량진재정비촉진구역의 다른 구역은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가장 앞서가고 있는 2구역은 펜스를 세우고 철거를 시작했다. 2년 전 방문했을 때는 일부 이주가 진행됐고, 일부는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었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2구역은 본격적인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단지 규모는 421가구로 작지만 SK에코플랜트를 시공사로 선정해 가장 먼저 새 아파트로 변신할 예정이다. 펜스 넘어 상도파크자이(2016년 준공)가 이 지역의 변화될 미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노량진뉴타운, 시공사 선정 앞둔 1구역 '화룡점정' 될까
김제경 소장은 "뛰어난 입지 등을 생각하면 노량진재정비촉진구역은 완공 후 아파트 가격이 흑석뉴타운을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2구역 서쪽에 맞닿아있는 6구역은 대부분의 주민이 이주를 마치고 철거를 곧 시작할 예정이다.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공동으로 수주한 6구역은 1499가구로 탈바꿈한다. 8구역도 이주를 진행 중이며 곧 철거에 나선다. 아파트 단지로 변신이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4구역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정비사업의 8부 능선을 넘어섰다. 5구역과 7구역은 조합원 분양을 신청해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있다.
재개발을 위해 이주를 마친 노량진6재정비촉진구역의 주택 앞에 철거 예정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기열 기자
재개발을 위해 이주를 마친 노량진6재정비촉진구역의 주택 앞에 철거 예정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기열 기자
1구역 동쪽으로 장승배기로 건너편 3구역은 1구역보다도 노량진역까지 가깝다. 학원가를 비롯해 식당가가 인접해 있다. 노량진초등학교를 끼고 있어 전반적인 입지도 양호하다. 다만 가파른 언덕길이라는 게 아쉬은 점이다.

환승 없이 3대 업무지구로 이동

노량진재정비촉진구역의 최대 장점은 교통이 사통팔달로 뚫린 입지다. 서울의 3대 중심 업무지구인 여의도·강남·광화문까지 환승 없이 한번에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지역을 돋보이게 만드는 포인트다. 교통이 좋다는 지역도 대부분 환승을 해야하고, 3대 업무지구 가운데 한두 곳으로 이동은 불편할 수 있다. 반면 노량진은 지하철로 환승하지 않고 3대 업무지구로 이동할 수 있어 직주근접을 노리는 직장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노량진뉴타운, 시공사 선정 앞둔 1구역 '화룡점정' 될까
1호선과 9호선의 환승역인 노량진역을 이용하면 여의도와 종로·광화문까지 환승 없이 갈 수 있다. 동쪽으로는 신논현, 선정릉, 종합운동장 등 강남의 핵심 지역으로 이동하기 편하다. 특히 9호선 노량진역은 급행열차가 정차하기 때문에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쪽 7호선 장승배기역에서 전철을 타면 고속터미널, 논현, 강남구청 등 강남 핵심지로 이동이 편하다.

2028년 개통 예정인 서부선 경전철도 노량진을 지날 예정이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출발해 장승배기역과 노량진역을 찍고 여의도를 지나 은평구 새절역까지 가는, 남북을 가로지르는 노선이다. 여의도까지 이동할 때 선택권이 더 생기게 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노량진은 1호선, 9호선, 7호선, 서부선까지 쿼드러플 역세권이 될 예정이다.

이어지는 개발 호재

다양한 개발 호재도 노량진재정비촉진구역이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현재 장승배기역 인근에 건설 중인 동작구 종합행정타운이 완공되면 노량진역 건너편에 있는 동작구청과 동작경찰서 등 노른자 땅에 대한 개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동작구청은 현재 이 부지에 첨단기업을 유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노량진역을 여의도 63빌딩 수준의 타워형 민자역사로 조성하기 위한 개발 계획이 추진중이다. 1호선 노량진역의 모습.              서기열 기자
노량진역을 여의도 63빌딩 수준의 타워형 민자역사로 조성하기 위한 개발 계획이 추진중이다. 1호선 노량진역의 모습. 서기열 기자
또 동작구청은 노량진역에 조성될 민자역사를 여의도 63빌딩 수준의 타워형 역사로 만들 계획이다. 2002년부터 추진됐지만 진척이 없었던 노량진 민자역사 개발에 구청이 직접 나서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노량진역 옛 노량진수산시장 부지는 여의도와 용산을 연결하는 수변공간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여의도에서 노량진까지 직접 연결하는 차량용 다리와 보행용 다리가 조성될 계획이다. 걸어서 여의도까지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노량진재정비촉진구역의 입지적 장점은 더욱 부각될 수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