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감시용이라지만…내 모니터 비추는 회사 CCTV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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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감시용이라지만…내 모니터 비추는 회사 CCTV 괜찮을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307/01.34052942.1.png)
근로자 감시 효과 있다면 사전동의 구해야
대법, 1·2심 뒤집고 금속노조원 무죄 선고
지각체크 위한 CCTV는 ‘개인정보 침해’
사업장에서 화재 감시나 보안 용도로 CCTV를 설치하는 사업장이 많다. 이 경우 노사관계에서 주로 문제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이다. CCTV로 사람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개인정보 수집에 해당하기 때문에, 민감 정보 유출을 꺼려하는 근로자들과는 이해관계가 충돌할 우려가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보안 및 화재 감시 용도의 CCTV를 설치하는 경우라도 ‘근로자 감시 효과’가 있다면 근로자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국금속노조 타타대우상용차지회 노조원 3명에게 유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GettyImages.](https://img.hankyung.com/photo/202307/01.34051943.1.jpg)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CCTV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다룬 첫 판결이라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 사업장에 대비해가면서 법원의 판단을 꼼꼼히 살펴보자.
사업장 ‘내부’ 촬영 CCTV, 근로자 동의 사실상 ‘필수’
우선 고객 상담실이나 출입안내실 등 불특정 다수가 출입할 수 있는 공개 장소에 CCTV를 설치·운영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및 제58조에 따라 '시설안전' 등의 목적으로 설치·운영하는 게 가능하다. 법에 따라 설치가 됐다면 근로자의 동의와는 상관이 없다.문제는 비공개 장소인 사업장 내부, 즉 근로 공간을 촬영하는 경우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문제 삼은 것도 공장부지 '내부'를 촬영하는 19대였다.
재판부는 이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15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재판부는 "정보주체인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은 바 없어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1호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6호 요건'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라고 봤다.
대법원이 제시한 이 조문을 살펴보자. 개인정보보호법 15조는 △1호에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6호에서 '개인정보처리자(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근로자)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이 두 가지를 개인정보 수집이 허용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GettyImages](https://img.hankyung.com/photo/202307/01.34052961.1.jpg)
이번 대법원 판단은 이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개인정보처리자(회사)의 정당한 이익의 구체적인 내용과 성격,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주체의 규모, 수집되는 정보의 종류와 범위,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못한 이유, 개인정보처리자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대체가능한 적절한 수단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회사가 주장한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도 정당한 이익으로 인정했지만, 앞서 제시한 기준들을 근거로 결국 '근로자의 이익'이 더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① 다수 근로자들의 직·간접적인 근로 현장과 출퇴근 장면을 찍고 있어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주체가 다수인 점, ② 직·간접적인 근로 공간과 출퇴근 장면을 촬영당하는 것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될 수 있는 점, ③CCTV 설치공사를 시작할 당시 근로자들의 동의가 없었던 점, ④ 이 사건 회사가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주간에는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이 기준대로라면 사실상 근로자의 동의 없이 사업장 내부 근로자들의 모습을 비추는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앞으로 상당히 어려워진다고 봐야 한다.
근로자라는 정보주체는 특성상 다수일 수 밖에 없다. 또 대법원은 근로공간은 물론 '출퇴근 장면' 촬영까지도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고 엄격하게 봤다. 사실상 근로자의 모니터를 비추는 등 근로자의 행적을 감시할 수 있는 CCTV 설치는 정당성을 인정 받기 어렵게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사업장에 CCTV를 설치할 때는 근로자들과 정당한 절차를 거쳐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엔 근로자가 CCTV 촬영을 막아도 형사상 죄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본적인 설치목적이 '사업장 안전 감시'라고 해도, 노사협의회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한 점도 주의해야 한다. 근로자참여법 제20조 제1항 제14호는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 설비의 설치’를 노사협의회 협의 사항으로 본다.
대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 감시 설비’란 사업장 내에 설치돼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감시하는 효과를 갖는 설비를 의미한다"며 "설치의 주된 목적이 근로자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근로자의 모습을 일부 비추는 CCTV는 사실상 노사협의회와 협의를 거쳐서 설치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근로자 감시 목적 촬영은 엄금
대법원 판단에 따르면 일단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는 게 가장 안전하다. 가급적 해당 CCTV로 정보를 수집 당하는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 집단적 동의를 받아 놓는 편이 안전하다.만약 모종의 사유로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대법원 판단에 따라 근로 공간을 직접적으로 촬영하는 CCTV 설치는 지양해야 한다. 출퇴근이 촬영될 수 있는 사무실 입구를 촬영하는 것도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GettyImages](https://img.hankyung.com/photo/202307/01.34052945.1.jpg)
다만 근로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 침해를 이유로 CCTV를 가리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이를 고소하거나, 사내 징계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앞으로 어려워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물론 동의를 받았다고 해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앞서 살펴봤듯, 근로자의 이석이나 지각 등을 감시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해 왔다면, 동의와 상관없이 CCTV 설치가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위법한 개인정보수집행위이기 때문에 당장 중단해야 한다.
CCTV에 녹음 기능을 켜놓는 것도 역시 위법에 해당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5조는 "녹음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개인정보 처리자가 외부에 수집된 정부(영상 등)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역시 위법하다. 이를 함부로 유출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