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부상으로 기권까지 고려했던 ‘골든보이’ 김주형(21·사진)이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디오픈(총상금 1650만달러)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은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거둔 최고 성적이다.

김주형은 24일(한국시간) 영국 잉글랜드 위럴의 로열 리버풀GC(파71·7383야드)에서 열린 제151회 디오픈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로 욘 람(29·스페인), 제이슨 데이(36·호주) 등과 함께 공동 2위를 기록했다. 김주형의 준우승은 마지막 날에만 4타를 줄인 덕분이다. 4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친 선수는 김주형이 유일했다. 김주형은 “9번홀을 끝낸 뒤 10위 안에는 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부상 투혼으로 디오픈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한 김주형의 발목에 붕대가 감겨 있다.  김주형 인스타그램 캡처
부상 투혼으로 디오픈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한 김주형의 발목에 붕대가 감겨 있다. 김주형 인스타그램 캡처
김주형의 성적은 부상을 딛고 얻어낸 것이라 더욱 의미가 컸다. 그는 1라운드가 끝난 뒤 숙소에 있던 진흙에 미끄러져 발목을 삐었다. 인터뷰 뒤 “클럽하우스까지 휠체어를 타고 가야겠다”고 말한 것도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발목엔 멍이 들었고, 부기가 심해 얼음찜질을 멈출 수 없었다. 다친 발목으로 체중을 지탱하는 게 힘들었는지 라운드 내내 뒤뚱거리며 걸었다. 김주형은 “사실 2, 3라운드에서 (발목 통증 때문에) 기권할 수도 있었다”며 “그래도 어제(3라운드)보다는 발목 상태가 좋았고, 아드레날린이 나와 통증을 잊고 경기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상 투혼을 통해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디오픈에서 한국 선수가 낸 최고 성적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2007년 최경주(53)가 거둔 공동 8위였다. 양용은(2009년 PGA챔피언십 우승)과 임성재(2020년 마스터스 공동 2위)에 이어 메이저대회에서 준우승 이상의 성적을 낸 세 번째 선수가 되기도 했다.

47년 만에 대회 최연소 준우승자가 되는 기록도 남겼다. 김주형은 1976년 ‘스페인 골프 레전드’ 세베 바예스테로스가 19세의 나이로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지난 47년간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한 최연소 선수로 남게 됐다.

2010년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 이후 메이저대회 ‘2연속 톱10’에 든 최초의 21세 선수로도 등극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