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국민당 제1당 올랐지만 예상 깨고 과반 확보엔 실패
좌파 진영도 과반 못미쳐…정국 안갯속으로
유럽 우파 돌풍, 스페인서 일단 멈춤…'프랑코 악몽' 떠올렸나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좌파와 우파 진영이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스페인 정국이 안갯 속에 빠져들었다.

최근 유럽 정계를 휩쓴 우파 돌풍도 일단 멈추게 됐다.

제1야당인 중도 우파 국민당(PP)은 하원 전체 의석 350석 중 136석을 확보해 제1당에 올랐다.

하지만 33석을 얻은 극우 성향의 복스(Vox)와 의석을 모두 합쳐도 과반에는 미치지 못해 연정을 통한 정부 구성이 불투명해졌다.

총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졌던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국민당과 복스 등 야당이 압승한만큼 이번 총선에서도 우파가 승리할 것이란 전망이 빗나간 것이다.

중도 좌파 성향의 집권당 사회노동당(PSOE) 등 좌파 진영도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사회노동당은 국민당에 이어 122석을 얻어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역시 15개 좌파 정당이 연합한 수마르(Sumar)와 의석을 합쳐도 과반이 안된다.

수마르는 31석을 얻는 데 그쳤다.

두 진영 모두 정부를 구성할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정부 구성에 난항이 예상된다.

총선을 앞두고 복스가 국민당의 집권을 열어줄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이제 6∼7석을 나눠가진 분리주의 정당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총선 결과를 두고 유럽 전역에서 불고 있는 우파 열풍이 스페인에서도 힘을 발휘하기는 했지만 2018년부터 집권해온 페드로 산체스 총리 정부를 무너뜨리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산체스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우파에 표를 주면 1975년 민주화 이후 한 번도 집권한 적이 없는 극우 세력이 집권할 길을 터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지지자들을 설득한 게 유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스페인 표심이 1936∼1975년 40년 장기 독재한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을 여전히 경계하는 분위기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총선 결과를 두고 우파 지지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반면 좌파 진영에선 그래도 선방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당 본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 대학 교수는 "우리가 훨씬 더 많이 얻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으며 웹디자이너(21)도 "사람들이 사회주의 정권에 맞선다고 말했지만 투표로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면 사회당 앞에 모인 지지자들은 선거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공무원(64)은 "우리가 이렇게 많은 표를 받을지 생각도 못 했다"면서 개표 결과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는 여성 권리 확대, 안락사 합법화 등 진보적 의제를 던져 대도시 에선 지지를 얻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역풍에 직면했다.

산체스 총리가 지방선거 두 달 만에 총선을 치르는 정치적 도박에서 일단은 '복잡한 체스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CNN은 짚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안갯속에 빠진 연정 구성에서 복스가여전히 열쇠를 쥘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복스가 국민당과 손잡고 연정 구성에 성공할 경우 1975년 프랑코 사후 극우 정당으로서는 처음으로 연정에 참여하게 된다.

유럽연합(EU)에서 스웨덴, 핀란드, 이탈리아에 이어 우파 물결에 가세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도 중도 우파인 현 집권당 압승과 함께 극우 성향의 소수 정당 3곳이 의회에 입성했다.

독일에서는 극우 성향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역대 최고 지지율을 경신하는 등 우파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 우파 돌풍, 스페인서 일단 멈춤…'프랑코 악몽' 떠올렸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