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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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임직원들에게 단기 성과 위주로 성과보수를 지급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PF는 실제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십년이 걸리는데도 상당수 증권사는 성과 보수를 1~3년만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었다.

24일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부동산 PF 관련 성과보수 체계 등을 점검한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금감원은 부동산 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있고, 지배구조법 적용을 받는 22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성과보수 지급현황과 법규준수 여부 등을 들여다봤다.

현행 규정상 지배구조법을 적용받는 자산 5조원 이상 증권사,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증권사는 당국이 제시한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각 사가 세부 성과보수체계를 정한다.

일단 기본 원칙은 임원과 금융투자 업무담당자는 성과 보수의 40% 이상을 3년 이상 미뤘다가 지급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주택·상업용 부동산·인프라 등 부동산PF 사업은 중장기에 걸쳐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장기 성과와 연동해 성과보수체계를 운영하라는 취지다. 지배구조법상엔 성과보수를 주식 등으로 지급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이를 전혀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증권사는 이연지급 대상을 임의로 제외했다. 22개사 중 17개사는 성과보수 총액이 일정금액 미만일 경우 보너스 전액을 일시급으로 내줬다.

성과보수를 현금으로만 지급한 증권사도 상당수 있었다. 22개 증권사가 지급한 부동산PF 성과보수 중 주식 비중은 2.8%(125억원)에 그쳤다.

성과보수를 계산할 때 사업 손실이나 리스크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22개사 중 5개사는 사업에 손실이 났을 때도 성과보수상에 손실 규모를 아예 반영하지 않았다. 각 증권사는 회사 내규에 성과보수 조정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사업별 구조(만기, 신용등급 등), 영업형태(주선, 매입약정, 매입확약 등)에 따른 특성이나 투자위험을 따지지 않고 위험비율을 일괄적용해 성과보수를 산정하는 사례도 발각됐다. 예를 들어 손실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파트 사업에 1년간 10억원을 투자할 때나, 위험 수준이 높은 물류센터 사업에 4년간 10억원을 투자할 때를 똑같이 보고 성과보수액을 책정했다는 얘기다.

이같은 분위기에 최근 부동산PF 부실 우려에도 증권사들은 임직원들에게 수천억원 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점검 대상인 22개 증권사가 작년 부동산 PF 관련 지급한 성과보수 총액은 3525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1933억원 줄었지만 투자 손실을 이유로 조정된 금액은 327억원에 그친다. 작년 하반기 유동성 지원을 받은 증권사 네 곳은 지난해 부동산PF 임직원들에게 770억원 규모 보너스를 내줬다.

금감원은 “미흡 사항이 확인된 증권사에 대해 법령의 취지에 맞게 성과 보수 체계가 확립·운영될 수 있도록 조속히 지도할 것"이라며 "성과보수와 관련한 올바른 시장 관행 확립 등 자율 개선도 유도하겠다”고 했다. 이어 “금융위원회와 지배구조법령상 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