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차오른 하수구 청소 이후 주변을 청소하는 중학생들. /사진=MBC경남 방송화면 캡처
물이 차오른 하수구 청소 이후 주변을 청소하는 중학생들. /사진=MBC경남 방송화면 캡처
폭우로 한때 도로가 잠긴 경남 창원에서 여중생 4명이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발 벗고 나서 하수구를 뚫은 사연이 전해졌다.

24일 경남MBC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창원 진해구의 한 아파트 앞 왕복 6차선 도로가 쏟아진 폭우로 인해 잠겼다. 이곳은 매년 장마철마다 도로가 침수되는 상습 침수 구역으로, 당시 빗물은 성인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인근 신한중학교에 재학 중인 1학년 여학생 4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발목까지 차오른 빗물 속에서 우산을 이용해 막힌 배수구를 찾아 쓰레기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우리 발로 빼자, 발로"라고 말하며 하수구 6여곳에 파묻힌 각종 쓰레기와 낙엽, 이물질 등을 약 2시간 동안 직접 치웠다. 그 결과, 하수구로 물이 회오리치듯 빠지기 시작한 것. 이들은 "와, 우리 진짜 물 많이 뺐다"고 기뻐했으며, 빗자루와 슬리퍼로 남은 쓰레기를 모으는 등 도로를 깨끗이 청소하고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당시 쓰레기를 치운 학생 중 한 명인 김연우 양은 이 매체에 "지렁이 사체도 있었고 맥주캔, 박스, 비닐, 특히 나뭇가지랑 낙엽이 제일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규은 양도 직접 나선 이유와 관련, "물이 생각보다 너무 깊길래 이거 진짜 안 치우면 아예 침수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폭우 피해를 봤었는데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힘이 났다", "누구 집 귀한 딸들이길래 이렇게 예쁜 행동을 했는지 기특하다", "아이들이 나서게 해 어른들이 부끄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 소식을 접한 창원교육지원청은 학생들에게 표창장 수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