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연금형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한 부모가 사망해 자녀가 받은 보험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고유재산인 만큼 상속 채무의 추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채권자 A씨가 사망한 B씨의 자녀들을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망인의 사망이라는 보험사고 발생으로 취득한 사망보험금청구권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피고들의 고유재산”이라고 봤다.

B씨는 1998년 A씨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 A씨는 2008년 B씨를 상대로 약정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B씨는 이후로도 돈을 갚지 않았다.

B씨는 2012년 보험료 1억원을 즉시 납부하는 만기 10년짜리 상속연금형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했다. 가입자가 매월 생존연금을 지급받다가 만기가 되면 납입 보험료와 동일한 액수의 만기보험금을 지급받는 상품이었다. 만기 전 가입자가 사망하면 당시까지 적립된 보험료와 일정 금액을 합산한 보험금을 지정된 보험수익자에게 지급하는 조건도 붙었다. B씨는 사망 시 보험수익자를 상속인으로 지정했다. 그는 보험 만기 전인 2015년 사망했다.

B씨의 자녀들은 2016년 사망보험금에서 B씨의 보험대출 원리금을 공제한 3800만원을 수령했다. 이어 2017년 B씨가 남긴 재산 한도 내에서 채무를 갚는 조건으로 상속받는 ‘상속한정승인’을 신고해 수리됐다. 다만 B씨의 사망보험금은 신고 재산목록에 올리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보험금으로 채무를 이행하라”며 소송을 걸었다. B씨의 자녀들은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만 약정금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맞섰다.

1심은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만 약정금채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사망보험금은 일시 납입 보험료와 마찬가지이고, 사망은 상속의 계기에 불과하다”며 원고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B씨가 가입한 보험이 피보험자의 사망과 생존을 보험사고로 하고 있어 생명보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기존 판례는 사망보험금을 상속재산이 아니라 보험수익자의 고유재산으로 본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B씨 자녀들이 받은 사망보험금은 원칙적으로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이라고 판단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