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KT서브마린, LS로 가더니 캐시카우 됐다 [안재광의 대기만성'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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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 확대로 해저 케이블 설치공사 늘어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본격화
내년 매출 1000억원에 육박할 듯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본격화
내년 매출 1000억원에 육박할 듯
미국의 골드러시 때인 1880년대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리바이스 청바지가 얼마 전에 경매에서 1억원 넘게 팔린 일이 있었는데요. 잘 알려진 대로 1848년 미국 서부에서 큰 금광이 발견되고, 이 금을 캐러 사람 들이 우르르 몰려 왔을 때 정작 가장 많이 돈 번 사람은 리바이스 형제였습니다. 광부들이 광산에서 입기 좋게 튼튼한 소재의 청바지를 만들어 팔아서 재벌이 됐죠. 이런 사례는 굉장히 많아요. 당장 지금만 해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회사들은 반도체 팔아서 적자를 내고 있는데요, 삼성전자에 노광장비를 납품하는 네덜란드의 ASML은 떼돈을 벌고 있고요. 마진이 50%를 넘을 정도로 많이 남기고 팝니다. 전기차가 많이 팔리면서 테슬라 같은 일부 전기차 회사가 돈을 벌긴 하지만, 대부분의 전기차 회사는 적자를 내고 있어요. 그런데 이 와중에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들, 한국에도 많죠.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같은 회사들은 이익이 급격히 늘고 있고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도 그래요.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이 과거로 치면 골드러시 같은 겁니다. 여기서 금, 아니 돈 나온다고 하니까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데요. 정작 돈 번 기업, 혹은 사람은 그렇게 많진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풍력, 태양광 발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끌어 오려면 전력 케이블이 반드시 필요한데요. 이 케이블을 공급하는 기업, 또 이 케이블을 해저에 까는 기업은 돈을 못 벌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기업이 몇 곳 없기도 하거니와 아무나 할 수도 없습니다. 이번 주제는 해저 케이블 설치 공사를 국내에서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KT서브마린입니다. KT서브마린이 뭐 하는 회사인지 대부분 잘 모르실 겁니다. KT가 앞에 붙어 있으니까 KT 계열사겠죠. 맞아요. KT가 1995년에 세운 회삽니다. 통신 케이블을 바다에 묻을 때 KT가 과거에 일본 기업들에 주로 일을 맡겼었는데요, 통신 케이블을 많이 깔다 보니 자연히 일감이 많아졌겠죠. 처음엔 전화선만 깔았지만, 지금은 인터넷에 TV에 선이 점점 많아지고 굵어져서 공사비도 엄청 커졌어요. KT는 일본에 돈 줄 바에 우리가 직접 해보자 하고 KT서브마린을 세웁니다.
쉽게 말해서 지상에 있는 전봇대를 바다에 설치하는 일을 해요. 작년 실적이 매출 428억원, 영업손실 66억원. 적자를 냈네요. 사실은 최근 3년 내내 적자였습니다. 2020년에 작업하던 배 한 척에 불이 나서 침몰했는데, 이후에 실적이 내내 안 좋았습니다. KT서브마린에 작업선은 제조업으로 치면 공장에 해당하는 것인데요, 배 세 척 중에 한 척이 사라져서 단순 계산으로 매출의 3분의 1이 날아갔거든요. 그런데 이 회사를 최근 L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S전선이 인수했어요. 700억원을 들여서 지분 약 45%를 확보했습니다. LS그룹이 국내 재계 서열 16위의 대기업이라고 해도 700억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닙니다. 인수한 이유가 확실히 있겠죠. 이승용 KT서브마린 사장 설명은 이렇습니다. “LS전선의 케이블 제조와 KT서브마린의 해저 시공이 결합해서 시너지효과를 상당히 낼 수 있을 것으로 저는 기대합니다.” LS전선은 회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선, 그러니까 케이블 만드는 회삽니다. 케이블은 통신선도 있고, 전력선도 있죠. 두 개 다 해요. 한국전력이나 KT 같은 곳에서 대규모로 케이블 발주를 하면, 계약을 따내서 케이블을 만들어 주는데요. 이 때 LS가 케이블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해저에 설치까지 다 해주겠다, 이게 바로 이승용 사장이 말한 시너지 효과 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죠. 제주도와 완도를 잇는 해저 전력망 사업을 LS전선이 수주했는데 해저에 매설하는 역할은 KT서브마린이 하고 있습니다. 이 매설 공사 금액만 200억원이 넘어요. 이런 식으로 케이블은 LS전선이 공급하고, 해저 케이블 매설은 KT서브마린이 맡겠다는 겁니다. 바다에 케이블 묻는 공사가 많아야 KT서브마린 사업이 커지는 것인데요, 그런 공사가 얼마나 많은 지 확인해야 이 회사의 미래가 보이겠죠. KT서브마린의 수주 잔고인데요. 단연 눈에 띄는 게 580억원 짜리 공사네요. 이게 전남 해상풍력 단지 조성사업의 일부입니다. 해상풍력은 바다에서 바람개비 돌려서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끌고 와야 하기 때문에 케이블 공사 규모도 꽤 큽니다. 이 580억원 짜리 공사가 1단계 공사에 불과해요. 앞으로 2단계, 3단계 공사도 나올 예정입니다. 1단계에 비해서 2,3단계 공사는 전체 프로젝트 규모가 네 배 가량 큽니다. 당연히 해저 케이블 매설 공사도 몇 배로 커질 겁니다. 일감만 따내면 매출은 급격히 늘겠죠.
또 전남 신안군 우이도 남측 해상에 조성될 예정인 해상풍력 단지. 이것도 규모가 상당해요. 400MW 규모로 사업비만 2조원을 넘습니다. 이 사업에서 KT서브마린이 해저 매립 공사를 맡을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왜냐하면, 전력 케이블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모기업이 된 LS전선이 뽑혔거든요. 이런 식으로 풍력 발전에서 나올 공사가 앞으로 줄줄이 있어요. 지금까지 해상풍력 사업 허가를 받은 프로젝트가 44건인데요. 이 프로젝트의 공사 완료 시점이 2025년부터 본격화 됩니다. 공사 시작부터 완공까지 통상 3년 잡으면 올해부터 앞으로 3년 간 해저 전력 케이블 공사 발주도 많이 나올 것 같아요. 또 요즘 중국이 호시탐탐 노리는 대만. 이 대만이 해상 풍력 발전에 진심인데요. 누군가는 해상풍력 발전기를
장벽으로 세우고 있다는 우스갯 소리도 하던데. 어쨌든 대만의 해상풍력 발전 프로젝트에 LS전선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요. LS전선이 해외 업체들 따돌리고 전력 케이블 수주에 성공하면, KT서브마린에 일감도 많이 갈겁니다.
해상 풍력만 있느냐. 해상 풍력도 큰데, 더 큰 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에서 제주도와 완도를 잇는 해저 케이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잖아요. 이 사업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제주도에 특히 많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 전기를 육상으로 끌어와 쓰기 위한 것인데요. 태양광, 풍력은 친환경이라 좋긴 한데 갑자기 너무 많은 전력이 생산되면 출력 제어, 쉽게 말해 스위치를 꺼버려야 하거든요. 이렇게 스위치 끈 횟수가 제주도에서만 지난해 132건에 달했고, 올해는 6월 초까지 이미 133건으로 작년 수준을 넘었습니다. 전기 귀한 나라에서 이건 아니잖아요. 이 전기 가져와서 육지에서도 쓰게 하자 해서, 해저 케이블을 깔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제주도만 그러냐. 태양광, 풍력 이런거 국내에서 또 많이 설치된 지역이 호남이거든요. 여기는 사는 사람도 적은데 재생 에너지 생산량은 엄청 많아서 남아 돕니다. 이걸 사람들이 많이 사는 수도권까지 끌어 오기 위해서 전력 케이블을 또 깔아야 하거든요. 요즘 육상에 하면 송전탑 지나가는 지역 주민들 반발이 엄청납니다. 그래서 서해안을 따라서 수도권까지 케이블을 잇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에요. 이승용 사장의 설명입니다. “저희가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은 송·배전 계획에 예를 들어 전남 등의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해상풍력 발전을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수도권으로 송전해야 하는데, 육상 송전은 애로사항이 많이 있을 겁니다. 정부는 해저로 고민하고 있는 것 같고, 건설 계획이 구체화되면 저희가 차지할 수 있는 부분이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규모가 8조원에 이를 것으로 봅니다.” 해저 케이블 공사 비중을 전체 프로젝트의 5~10%로 보는데요. 이승용 사장이 8조원이라고 했으니까, 그럼 못해도 4000억원, 좀 크면 8000억원의 일감이 여기서 나온다는 겁니다. KT서브마린의 작년 매출이 400억원대였는데, 이게 잘 계산이 안 됩니다. 이승용 사장은 내년 실적을 이렇게 봅니다.
“비용 요인이 모두 해소돼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올해 매출은 6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은 1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 2024년 이후에는 900억~1000억원 이상의 매출도 가능합니다.” KT서브마린이 실적을 늘리기 위해서 배를 한 척 샀는데요. GL2030호란 포설선입니다. 원래 LS전선이 갖고 있던 것인데, 해저 전력 케이블 매립에 특화된 배죠. 기존에 세계로, 미래로에 더해서 배가 총 세 척이 됐어요. 배 한 대당 연간 300억원 안팎의 매출을 낼 수 있는데, 배가 세 대가 됐으니까 최대 1000억원 가량 매출을 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일감이 계속 많아지고 있어서 추가로 배를 한 대 더 살까 고민하고도 있어요. 일감 더 받기 위해선 빨리 사는 게 좋은텐데, 요즘 배 만드는 값이 엄청 올라서 선뜻 손이 안 나간다고 해요. 이승용 사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유럽, 미국 등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신규 선박에 대한 투자는 필요하고, 신규 선박에 대한 투자가 결정되면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KT서브마린은 올해 흑자 전환이 굉장히 유력한 상황이라 주주들도 챙기려고 노력 중이에요. 이승용 사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최대주주가 LS전선으로 바뀌면서 보다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 흑자로 확실하게 전환이 되고, 또 LS그룹의 배당성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취하려고 합니다.”
자사주도 전체 주식의 5.2%나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왕 주주 친화에 나선 김에이 자사주도 소각하면 어떨까 저 혼자 생각해 봤습니다. 사실 KT서브마린은 국내에서 경쟁자가 없는 사실상 독점 사업자이죠. 경쟁사라고 해봐야 배 한 척으로 그때그때 일감 따는 영세한 기업이고 해외 기업이 국내에 들어와서 작업하기도 쉽지 않아요. 앞으로 해상에 전력 케이블을 설치해야 하는 일은 계속 많아 질 것이고 그럼 KT서브마린은 일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LS로 넘어간 KT서브마린, 글로벌 해저 케이블 설치 업체로 거듭날 지 눈여겨 보겠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