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어제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167일 만이다. 헌재 결정으로 이 장관은 즉각 업무에 복귀해 수해 현장을 찾았다.

전원일치 의견에서도 알 수 있듯 헌재는 이태원 참사 전후로 이 장관의 사전 예방조치 의무, 사후 재난 대응, 국회에서의 사후 발언 등 모든 쟁점에서 탄핵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피청구인(이 장관)이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태원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확대된 것이 아니다”며 “각 정부 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 역량을 기르지 못한 점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그 책임을 피청구인에게 돌리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장관의 일부 발언과 관련해선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부적절하다”면서도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민주당이 주도한 이 장관 탄핵은 발의 단계에서부터 법리적, 정치적으로 무리수라는 지적이 많았다. 공무원 탄핵은 직무 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로 헌법에 규정돼 있는데도 민주당은 탄핵을 밀어붙였다. 이 장관의 위법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데다 기본 요건도 못 갖춘 탄핵안 강행에 대한 당내 비판이 나왔지만, 지도부는 의원들 출석 현황을 점검하고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며 표결을 강행했다. 참사를 정쟁화해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고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가 당을 지배한 결과였다.

이제 민주당이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다. 다수 의석을 무기로 입법 전횡을 일삼아온 민주당은 탄핵 폭주로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입법부와 행정부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한 것은 물론이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를 지난 5개월여 공백으로 몰아넣은 책임도 가볍지 않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사과하지 않고 있다. “파면에 이르지 않더라도 책임져야 할 일은 분명히 있다”는 박광온 원내대표의 발언도 부적절하다. 민주당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난을 정치화하는 구태에서 벗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