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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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3기 내각을 꾸린 지 반년 만에 장관급 인사 2명을 교체했다.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친강 중국 외교부 장관 후임으로 임명됐고, 인민은행장에는 판궁성 부행장이 발탁됐다. 시진핑 정치 체제의 예측 불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전임 외교부 장관인 왕 위원이 다시 외교부를 이끌게 되면서 경색됐던 한·중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친강, 초고속 승진 후 초고속 면직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5일 두 명의 장관급 인사를 발표했다. 친 장관을 면직하고 왕 위원을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또 이강 인민은행장을 면직하고 판궁성 부행장 겸 당서기를 심임 행장으로 임명했다. 이날 표결에는 전인대 상무위원 170명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이 결정에 효력을 부여하는 ‘주석령 8호’에 서명했다.

시 주석은 작년 10월 연임에 성공하며 올해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새로운 3기 내각을 꾸렸다. 당시 각 부 장관 26명 가운데 3명만 새로 선임될 정도로 ‘안정’을 강조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4개월 만에 변화가 생겼다.

초고속 승진한 친 장관이 갑작스레 면직된 것이다. 친 장관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베트남 외교장관, 러시아 외교차관 등과 회동한 뒤 한 달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중요한 외교 일정은 친 장관의 건강상 문제 등을 이유로 왕 위원이 대신 참석했다.

중국 ‘늑대외교’의 상징인 친강은 작년 12월 외교부 장관으로 발탁된 뒤 3개월 만에 국무위원 자리에 오르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시 주석의 신임이 각별하다고 알려졌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이에 외교가 안팎에서는 실종설, 건강 이상설, 불륜설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 외교부는 “제공할 정보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친강의 행적은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충자란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설명이 부족하면 많은 의혹이 생긴다”며 “친강 해임은 (중국 정치에서)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는 중국 정치 시스템이 불투명하고 예측 불가능할 뿐 아니라 독단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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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색된 한·중 관계 개선 기대

왕 위원이 다시 한번 외교부 장관을 맡게 되면서 한·중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친강이 외교부 장관에 부임한 뒤 중국이 더 강경한 외교전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왕 위원은 외교수장 역할을 오랫동안 해온 데다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 위원은 “건강한 한·중 관계를 만들기 위해 양국이 모두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 나가자”는 데 뜻을 함께했다. 양국은 또 “공급망 관리, 인적 교류 확대, 문화 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 가시적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

그동안 대만 문제 등으로 날을 세우며 냉각기를 보낸 한·중 관계가 회복될지 주목된다. 한국은 4년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연내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날 인민은행장도 교체됐다. 판궁성 신임 행장은 이달 2일 은행 내 당 조직인 당위원회 서기로 발탁됐으며 이번에 행장에도 올랐다. 판 행장은 중국 인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영국과 미국에서 공부한 외환전문가다. 이강 전 행장은 만 65세로 올해 3월 양회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깜짝 연임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