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금속노조
사진=금속노조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의 기업별 노동조합인 발레오경주노조가 13년 만에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에 복귀했다. 금속노조는 발레오경주노조가 전국금속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변경을 두고 조합원 총회를 개최해 조합원 재적 138명 중 115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25일 밝혔다.

금속노조는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 사측은 매출 5000억원 도달 시 단체협약 원상회복을 약속했으나 목표가 도달된 2012년 이후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전체 종업원이 1200명 대에서 600명대로 50% 이상 줄었음에도 생산량은 두 배 늘어나면서 노동강도에 대한 불만이 높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사측이 매년 기술 사용료와 경영자문료로 수십, 수백억 원을 프랑스 본사로 보내고 있으며, 2022년 순수익을 넘어서는 주주 배당액 지급으로 깡통 경영을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로써 발레오전장 기업별 노조는 2010년 발레오만도 '직장폐쇄 사태' 13년 만에 금속노조에 복귀하게 됐다.

경북 경주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발레오전장은 2010년 '노조파괴 사태'를 겪으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발레오전장의 유일한 노동조합이었던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는 조합원 총회를 통해 기업별 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로 조직 형태를 변경해 금속노조를 탈퇴한 바 있다.

당초엔 노사 분규 장기화로 직장폐쇄가 길어지면서 이에 반발한 조합원들이 조직 형태 변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탈퇴 과정에서 회사가 "발레오만도지회를 무력화 시키고 노조를 산별노조에서 기업노조로 변경하라"는 노무법인의 자문에 따라 적극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금속노조가 민·형사상 대응에 나섰고, 결국 당시 발레오전장 대표와 노무법인 대표 등은 2019년 대법원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2020년에는 금속노조에 손해배상을 하라는 대법원 판단도 받은 바 있다.

그밖에도 발레오전장 사태의 파장은 상당했다. 산별노조의 지회가 기업별 노조로 조직 형태를 변경하는 게 가능한가에 대한 법적 분쟁으로도 이어졌다.

당시 금속노조는 "산별노조 지회는 독자적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없다"며 탈퇴한 기업별 노조를 상대로 '총회결의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노동계에서는 조직형태 변경이 허락될 경우 산별노조 지부나 지회의 집단 탈퇴가 줄을 이어 산별노조 체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201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산업별노조의 지부·지회도 독립성이 인정되면 상급단체의 위임 없이도 조직형태를 기업별노조로 바꿀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아 큰 화제가 됐다. 대법원은 "총회·지회장 등의 기관을 갖추고 활동해 비록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이 없더라도 …구체적인 활동 내용에 비춰 기업별 노조와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의 실질을 가지고 있어 독립성이 있다면 조직형태변경 결의가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판결은 최근 금속노조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이 소속 지회의 탈퇴를 저지한 것에 대해 정부가 시정명령을 내리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2010년 사태 이후 발레오전장에서는 기업별 노조인 발레오경주노조와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노조가 공존해 왔다. 양 노조는 2022년 2023년 공동교섭, 공동투쟁을 하면서 협업해 왔다. 지난 2022년에는 12년 만에 전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