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애플의 사생활 보호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애플이 2년 전 해당 정책을 도입한 이후 정부 차원에서 처음 내놓은 문제 제기다. 프랑스 당국은 "이용자의 사생활 보호를 가장한 시장지배적 남용 행위"라는 입장이다.

프랑스 반독점 당국은 25일(현지시간) "애플이 광고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광고업체들이 애플 운영체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사용하는 데 엄격한 진입 장벽을 부과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애플의 정책은 차별적이고 불투명하다"며 "관련 조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에서도 애플을 겨냥한 비슷한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공식 성명을 낸 건 프랑스 정부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2021년 4월 자사 앱에서 사용자의 검색·방문기록 등 개인정보를 추적할 때 반드시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앱 추적 투명성(ATT)' 정책을 시작했다. 사생활 보호를 강화한다는 명목에서다.

그간 애플 운영체제 iOS 등에는 광고주식별자(IDFA)가 활성화돼 있었다. 앱 사용자가 개인정보 수집에 반대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광고주들은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간주할 수 있었다. 광고업체와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자의 IP 주소를 수집한 뒤 이를 다른 취향 정보들과 결합해 해당 이용자의 '지문'으로 삼고, 이를 통해 그 이용자가 웹사이트를 재방문했는지 등을 파악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애플은 ATT 정책을 통해 IDFA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이용자가 마케팅용 이메일을 열어본 시간이나 이용자가 접속한 IP 주소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막는 기능을 자사 이메일 앱에 포함시켰다. 또 자사 웹브라우저 사파리로 검색을 할 때에도 이용자의 IP 주소가 방문 웹사이트로 전송되지 못하도록 했다.

애플의 ATT 도입으로 디지털 광고업체와 플랫폼 기업들의 광고 매출은 급감했다. 아이폰 및 아이패드 이용자들이 인터넷에서 하는 행동을 추적하거나 이용자 정보를 수집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등 SNS를 운영하는 메타는 애플의 조치로 인해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연간 100억달러 규모의 광고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지난해 검색광고 시장 점유율을 3배 가까이 늘리며 구글과 메타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애플은 자체 앱스토어 등에서 수집한 이용자의 개인정보로 사용자를 위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서치기업 에버코어ISI는 "애플의 광고 매출이 2022년 50억달러에서 2026년 300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ATT가 일종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는 게 각국 경쟁 당국의 판단이다. 애플은 프랑스 당국의 성명에 대해 "ATT는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은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