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블랙박스에 촬영된 화면. /사진 출처=여수 MBC
당시 블랙박스에 촬영된 화면. /사진 출처=여수 MBC
40년간 택시를 몰았다는 60대 택시 기사가 20대 여성 승객으로부터 성추행당해 트라우마를 호소한 가운데, 신원미상이었던 이 여성의 신원이 수사 난항 끝에 파악됐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남 여수경찰서는 여수시 웅천동 일원에서 택시 기사 A씨(54)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여성 B씨의 신원을 최근 특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7일 B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지난 5월 24일 오전 1시께 여수 학동의 한 번화가에서 B씨를 태웠다가 성추행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목적지에 도착한 B씨는 "다리 만져달라", "나 꽃뱀 아니다" 등 발언을 여러 차례 이어갔으며, 자기 신체 부위에 강제로 기사의 손을 끌고 와 "다리를 만져달라"는 등 성추행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택시기사에게 계속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져달라고 요구하는 장면. /사진=MBC 보도화면 캡처
택시기사에게 계속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져달라고 요구하는 장면. /사진=MBC 보도화면 캡처
A씨는 지난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수석에 탑승한 B씨가) 목적지를 가는 도중 느닷없이 '블랙박스를 꺼달라'고 할 때부터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며 "한 10분 동안 (B씨가) 차 안에서 팔을 잡아당기고, 계속 자기 허벅지 쪽으로 손을 끌고 가고 그런 상황이 반복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우발적인 성추행이 아닌 합의금을 노린 계획범죄 가능성을 의심해 사건 이후 지구대를 한 차례 방문했다. 하지만 당시 지구대에서는 "크게 잘못한 게 없으니 괜찮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이후 A씨는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다니던 택시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제가 보통 야간 영업을 많이 했는데, 그 일이 있고 난 후로 여자 손님만 타면 계속 불안하다"며 "혹시 또 잘못될까 봐 지금도 좀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경찰은 곧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현재 B씨의 진술과 택시 블랙박스 영상 분석 등을 토대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또한 경찰은 A씨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하고, 합의금을 노린 계획범행 가능성은 없는지 등도 살펴보고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