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發 쇼크 현실화…"국제 쌀값 10여년만에 최고치 찍을 것"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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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산 5% 도정 백미 t당 600달러까지 오를수도"
"아시아 지역 쌀값 통제 불능으로 급등할 가능성"
미국 등 인도 식료품점서 쌀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
인도가 지난 20일(현지시간)부터 비(非)바스마티 백미 수출을 전면 금지한 여파로 태국 등 동남아시아의 쌀 가격이 10여 년 만에 최고치로 뛸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을 포함한 일부 지역의 인도 식료품점에선 쌀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곡물 운송업체 중 하나인 태국쌀수출협회(TREA)의 추끼앗 오파스옹세 명예회장은 “태국산 5% 도정 백미 가격이 t당 6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태국산 5% 도정 백미는 국제 쌀 가격의 벤치마크로 여겨진다. 이 쌀의 가격이 t당 600달러를 마지막으로 넘어선 건 2012년 말이다. 현재 가격은 t당 534달러 수준으로,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추끼앗 회장은 “단기적으로 쌀 가격은 틀림없이 오른다. 상승 폭이 관건”이라며 “서서히 오르기보다는 급등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선물 시장에서도 이런 흐름이 반영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현미 선물은 전일보다 cwt(1cwt=45㎏)당 0.09달러(0.56%) 오른 16.3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5월 말 이후 두 달 가까이 cwt당 15달러대를 유지하다 인도의 쌀 수출 금지 조치가 발표된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 cwt당 16달러를 넘어섰다. 인도는 이미 지난해 9월 싸라기(부스러진 쌀알) 수출을 제한하고, 일부 쌀 품종에 대해 20%의 수출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두 차례의 수출 규제는 인도 전체 쌀 출하량의 30~40%에 영향을 미친다. 인도는 전 세계 쌀 수출량의 40.5%(2022~2023년 기준)를 담당하는 세계 최대 쌀 공급 국가다.
쌀 가격 급등세로 인한 충격은 소비량이 많은 아시아에서 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쌀 수출 금지 조치로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로의 쌀 유입량에 타격이 가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와 더불어 쌀 소비량이 많은 아프리카의 다수 국가도 영향권에 들었다.
수십 년 동안 식량 안보 문제를 연구해 온 피터 티머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아시아 지역 쌀값이 통제 불능으로 매우 빠르게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셜리 무스타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규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와 함께 외교적 경로를 통한 쌀 구매 가능성 등이 타격의 정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국가에선 ‘패닉 바잉(공황 구매)’까지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인도인들이 쌀 대량 구매에 나서면서 식료품점 선반이 텅 비어있거나 긴 줄이 늘어서 있는 장면들이 SNS(소셜 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의 한 인도 식료품점 매니저는 “지난 며칠 동안 평소보다 두 배 많은 양의 쌀이 팔렸다”며 1인당 5㎏짜리 쌀 한 봉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한도를 부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노무라홀딩스는 “국내 작황과 인플레이션 수준에 따라 인도가 쌀을 제외한 다른 곡물에도 수출 규제를 발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달 들어 쌀뿐만 아니라 밀, 옥수수 등 농산물 가격이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엘니뇨(El Niño‧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높아지는 현상), 유럽을 중심으로 한 이상 고온 등 악천후 문제와 더불어 우크라이나 곡물 선적 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집중 공격 등 공급 악화 요인이 겹친 탓이다.
인도의 쌀 수출 금지로 세계 식량 시장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한층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6월까지 다섯 개 분기 연속 하락해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를 찍은 세계식량가격지수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아시아 지역 쌀값 통제 불능으로 급등할 가능성"
미국 등 인도 식료품점서 쌀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
인도가 지난 20일(현지시간)부터 비(非)바스마티 백미 수출을 전면 금지한 여파로 태국 등 동남아시아의 쌀 가격이 10여 년 만에 최고치로 뛸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을 포함한 일부 지역의 인도 식료품점에선 쌀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곡물 운송업체 중 하나인 태국쌀수출협회(TREA)의 추끼앗 오파스옹세 명예회장은 “태국산 5% 도정 백미 가격이 t당 6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태국산 5% 도정 백미는 국제 쌀 가격의 벤치마크로 여겨진다. 이 쌀의 가격이 t당 600달러를 마지막으로 넘어선 건 2012년 말이다. 현재 가격은 t당 534달러 수준으로,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추끼앗 회장은 “단기적으로 쌀 가격은 틀림없이 오른다. 상승 폭이 관건”이라며 “서서히 오르기보다는 급등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선물 시장에서도 이런 흐름이 반영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현미 선물은 전일보다 cwt(1cwt=45㎏)당 0.09달러(0.56%) 오른 16.3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5월 말 이후 두 달 가까이 cwt당 15달러대를 유지하다 인도의 쌀 수출 금지 조치가 발표된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 cwt당 16달러를 넘어섰다. 인도는 이미 지난해 9월 싸라기(부스러진 쌀알) 수출을 제한하고, 일부 쌀 품종에 대해 20%의 수출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두 차례의 수출 규제는 인도 전체 쌀 출하량의 30~40%에 영향을 미친다. 인도는 전 세계 쌀 수출량의 40.5%(2022~2023년 기준)를 담당하는 세계 최대 쌀 공급 국가다.
쌀 가격 급등세로 인한 충격은 소비량이 많은 아시아에서 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쌀 수출 금지 조치로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로의 쌀 유입량에 타격이 가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와 더불어 쌀 소비량이 많은 아프리카의 다수 국가도 영향권에 들었다.
수십 년 동안 식량 안보 문제를 연구해 온 피터 티머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아시아 지역 쌀값이 통제 불능으로 매우 빠르게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셜리 무스타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규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와 함께 외교적 경로를 통한 쌀 구매 가능성 등이 타격의 정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국가에선 ‘패닉 바잉(공황 구매)’까지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인도인들이 쌀 대량 구매에 나서면서 식료품점 선반이 텅 비어있거나 긴 줄이 늘어서 있는 장면들이 SNS(소셜 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의 한 인도 식료품점 매니저는 “지난 며칠 동안 평소보다 두 배 많은 양의 쌀이 팔렸다”며 1인당 5㎏짜리 쌀 한 봉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한도를 부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노무라홀딩스는 “국내 작황과 인플레이션 수준에 따라 인도가 쌀을 제외한 다른 곡물에도 수출 규제를 발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달 들어 쌀뿐만 아니라 밀, 옥수수 등 농산물 가격이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엘니뇨(El Niño‧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높아지는 현상), 유럽을 중심으로 한 이상 고온 등 악천후 문제와 더불어 우크라이나 곡물 선적 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집중 공격 등 공급 악화 요인이 겹친 탓이다.
인도의 쌀 수출 금지로 세계 식량 시장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한층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6월까지 다섯 개 분기 연속 하락해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를 찍은 세계식량가격지수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