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를 사냥하는 영양? …상식을 깨는 '작가들의 작가' 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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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 '바위가 되는 법'
리움미술관서 13년 만에 개인전
리움미술관서 13년 만에 개인전

김범(60) 앞에는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작가와 큐레이터 등 미술계 종사자들 중에 김 작가의 ‘광팬’이 많아서다. 해외 미술계 인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클리블랜드 미술관, 홍콩 M+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작가다.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데다 작품 수도 적은 편이라 좀처럼 전시회를 열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 국내 전시는 13년 전에 있었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김범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미술계가 술렁인 건 이런 이유에서다. 전시를 심드렁하게 여기는 그를 리움이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1990년대 초기작부터 2016년까지 그의 작품 70여점이 나왔다. 김범 개인전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극한의 I형 예술가’…오래 봐야 보인다
김범은 재치있는 아이디어를 통해 고정관념을 뒤집고 현실을 풍자하는 개념 미술가다. 주제의식만 따지면 지난 16일까지 리움에서 전시회를 가진 마우리치오 카텔란과 비슷하다. 벽에 테이프로 바나나를 붙인 작품 ‘코미디언’으로 유명한, 그 카텔란 얘기다.
하지만 성향과 작업방식은 정반대다. 성격유형검사 ‘MBTI’로 치면 카텔란은 전형적인 외향적 인간(E), 김범은 내향적 인간(I)이다. 김성원 리움 부관장은 “카텔란이 아이디어를 과장해 강렬하게 전달하는 맥시멀리스트라면, 김범은 오랫동안 숙고한 아이디어를 최대한 간결하게 풀어내는 미니멀리스트”라고 했다. 그는 “김범 작품의 진가는 주의깊게 관찰해야 알 수 있다"며 "무심코 보면 그지없이 평범하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에서 갑자기 비명이?
전시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2012년 제작한 영상작품인 ‘노란 비명 그리기’다. 상영 공간에 들어가기 전부터 웬 “으아아악!” 하는 비명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김범의 작품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그 속에는 깊이와 위트가 있는 사유가 담겨 있다. 미술계가 그를 “시적 감수성과 조형적 상상력을 절묘하게 융합시키는 작가”라며 받드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미학이나 미술사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누구나 주의 깊게 관찰하고 생각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김범의 재치 넘치는 작품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전시는 12월 3일까지.
최지희/성수영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