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부터 구상한 영월 남면의 '더한옥' 공개
"척박한 토종 소나무, 고집 센 대목장들과 동고동락"
소나무 제대로 말리는 데 7년 -> 2년으로 단축
1년에 출장 200일…"수백년된 집 지키는 유럽 부러워"
400~600평 독채로 18개동 직접 설계하고 가구도 제작
"한옥의 새로운 기준, 파격적 실험 다 해보고 싶다"
내달 종택 2채 선공개한 뒤 2025년 완공...해외도 진출
하지만 어딘가 늘 불편했다. 풀벌레나 모기와 신경전을 벌이거나, 삐걱대는 마루가 거슬린다던가, 너무 좁고 답답하거나, 온도와 습도가 몸에 잘 맞지 않았다. 다닥다닥 붙은 옆집이 신경쓰여 편히 쉴 수 없다는 것, 무엇보다 겉모습을 제외하면 한옥의 실내 곳곳이 '요즘 아파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기억만 남았다.
이제 막 '더한옥호텔앤리조트 대표'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그는 "한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극한까지 해보고 싶었다"며 "우리의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 중 하나인 한옥으로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 먼 미래에까지 그 가치를 남기고 싶다"고 했다.
줄자 들고 다니는 회장....18채 직접 설계
"20년 넘게 사업하면서 1년에 2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어요. 유럽, 가까이 일본만 해도 가장 오래 남는 문화유산이 건축이었죠. 그 중에서도 오래된 집을 보존하는 문화가 부러웠습니다. 200~300년 된 집이나 고성은 물론이고 몇 천년 전 무덤 위에 집을 지은 채 그대로 호텔로 바꾼 곳도 많았죠. 도시의 랜드마크들보다 그런 것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영월에 터를 잡게 된 건 약 10년 전. 높이 70m의 기암이자 자연유산 '선돌'에 여행을 왔을 때다. 선돌에 오르자 어머니 품에 둥글게 안겨있는 지금의 더한옥 부지가 눈에 들었다. 땅을 매입하고 허가를 받기까지 수년이 걸렸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원시림과 같은 드넓은 땅, 강이둘러싸고 있어 육지이면서도 독립된 섬처럼 느껴지는 이곳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내겠다고 결심했다.
7년간 나무에 뜸을 들이다... 불가능, 불편함과 싸운 10년
"한옥이 왜 불편한가, 그 불편함을 어떻게 없앨까가 관건이었어요. 한옥이 외면받게 된 이유는 대부분 '재료'에 있었습니다."지난 10년은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험의 연속이었다. 강원도 육송과 금강송 등 토종 소나무 목재엔 수분이 많다. 제대로 말려 집 짓기 좋은 상태로 자연 건조하려면 최소 7~10년이 걸린다. 그러지 않고 대충 말려 사용한 나무집은 곧 틀어지고, 갈라지고, 곰팡이가 생긴다.
나무를 대체할 싸고 단단한 건축 자재들이 셀 수도 없는데, 누가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목건축을 할까. 조 회장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최소 7년이 걸리는 토종 소나무 건조 작업을 조 회장은 2년으로 단축했다.
"잘 말린 나무는 돌보다도 단단합니다. 못도 끌도 들어가지 않고 튀어나올 정도에요. 더한옥에 쓴 자재는 문화재 복원의 기준인 목재 속 수분 함유율 25%보다 더 낮은 15%정도입니다. 굳이 왜 토종 소나무를 썼냐고요? 물도 많고 옹이도 많지만, 그 빛깔은 세계 어떤 목재보다 압도적으로 아름답죠."
대목장 18명과 동고동락 …알록달록 기와 눈길
최상의 재료를 최고의 목수들에게 맡겼다. 국내 대목장은 약 30명. 그 중 18명을 섭외했다. 처음엔 "안됩니다"는 소리만 귀가 따갑게 들었다. 통상 대목장은 큰 그림만 잡은 뒤 칠 등의 자잘한 일은 모두 일반 목수들이 분업하는 게 관행이었기 때문이다."단단하게 잘 말린 나무를 가져왔으니 작업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했어요. 주말마다 영월에서 같이 나무 말리고, 지붕에도 같이 올랐더니 다들 마음을 열고 이제 모두 '모험가'가 됐어요. 같이 가구와 작품을 만들고, 컴퓨터 프로그램도 모두 능숙하게 다루게 됐죠."
더한옥의 소문을 들은 다른 목수들은 요즘 들썩인다. "앞으로 지어질 나머지 16채의 한옥 프로젝트에 꼭 참여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남대문 복원을 했던 정태도 대목장은 더한옥에 와 "드디어 내 평생 꿈꿔왔던 한옥을 봤다"고도 했다.
더한옥에 투입된 예산은 총 1800억원. 아무리 '좋아서 한 일'이라지만 비즈니스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궁금했다.
"뉴욕과 파리에 '더한옥'을 영월에 지은 방식 그대로 짓는 방안을 한 펀드와 논의 중입니다. 대목장도, 기와도, 우리 나무도 함께 해외에 진출한다고 생각하니 이미 설렙니다."
한옥을 짓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일은 '기술자, 목수가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50대 이하의 대목장은 찾기가 어려웠다.
"미국의 목재 건축회사들도 보를 세우고, 서까래를 쌓는 등의 한옥 건축기술에 깜짝 놀라고 가더군요. 오랜 세월을 거쳐 전수되어온 고도의 기술이 사라지지 않도록, 첨단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접목해 세계에서 놀랄 만한 건축 유산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영월=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