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회장 "한국 푸드테크, 세계 시장 노리려면 대학·스타트업·대기업 3각협력 필수"
“생로병사는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중요한 것은 영양과 음식으로 그 과정을 얼마나 건강하게 관리하느냐입니다. 음식산업은 전 인류가 수요자인 셈이죠.”

이기원 한국푸드테크협의회 회장(사진)은 식품공학계의 ‘성골’이다. 1993년 서울대 식품공학과에 입학해 같은 과 석사와 농생명공학부 박사 과정을 거쳐 30년째 식품공학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과 푸드테크 최고책임자과정 주임교수를 겸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학창시절 사회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이공계를 선택했다고 한다. 이공계 전공 중 사회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식품공학과에 진학했다. 서울대 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2006년 32세의 젊은 나이에 건국대 교수로 특별채용된다. 국내 대학 박사학위 보유자의 교수 채용은 당시에도 이례적이었다. 임용된 배경을 묻자 그는 “그 무렵 건강기능식품 관련법이 통과되면서 식품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국내에 건강기능식품 관련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여러 대학에서 그에게 교수직을 제의했다.

이 회장은 3년간 미국 MIT와 하버드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해외 연구자들과 함께 글로벌 공동 생명공학 연구에 매진했다. 2009년 ‘건국학술대상’을 받은 그는 같은 날 ‘자랑스러운 건국인’으로 뽑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을 보고 자극받아 미국에서 바이오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났다.

이 회장은 이 경험으로 “푸드테크는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음식과 건강은 모든 인류가 해결해야 할 보편적인 문제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푸드테크는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기술을 포함한다”고 강조하며 인구 증가와 수명 연장으로 푸드테크산업은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 회장 같은 인재를 양성해야겠다고 결심한 이 교수는 2010년 서울대 교수로 특별채용돼 ‘창업가’로서 푸드테크산업을 경험한다. 약초를 재배하고 제품을 개발·판매한 그는 서울대 첫 산학협력상을 받았다. 이 회장은 “특허를 비즈니스에 적용해 상품화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며 “연구를 상업화함으로써 상품과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동시에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푸드테크산업 생태계는 ‘상호 협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정보기술(IT)이나 다른 분야에 비해 푸드테크업계는 대학, 스타트업, 대기업이 따로 일하는 구조”라며 “국내 푸드테크업계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산학협력을 통해 첨단화와 고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자와 사업가가 모이는 ‘협력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푸드테크협의회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2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23 글로벌 푸드테크 스타트업 컨퍼런스’를 연다. 그는 이번 행사를 통해 “대학의 연구 성과와 인력을 스타트업에서 활용하고, 스타트업이 개발한 특허를 대기업이 사들여 푸드테크가 고도화하는 선순환이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구교범 기자/사진=이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