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관련 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검찰 조직인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이 26일 공식 출범했다. 검찰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벌어지는 범죄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선언하자 암호화폐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가상자산 합수단은 이날 금융·증권범죄 중점 검찰청인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서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가상자산 합수단 초대 단장엔 이정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판3부 부장검사가 임명됐다. 이 단장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법의 지배가 온전히 작동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함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합수단은 조사·분석팀과 수사팀, 범죄수익환수 전담팀으로 구성됐다. 암호화폐 발행·유통 단계부터 이상 거래를 포착해 범죄수익 환수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암호화폐가 거래소에 상장될 때 뒷돈이 오갔는지, 시세조종은 없었는지, 범죄 수익을 은닉하는 용도로 활용됐는지 등을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가상자산 합수단은 가격 변동이 심한 암호화폐를 선별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2009년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후 암호화폐는 주식·부동산과 함께 주요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업계에선 하루평균 거래액을 3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시장이 커지며 범죄도 덩달아 늘어났다는 점이다. 부실한 암호화폐가 상장됐다가 삽시간에 폐지돼 발생하는 피해가 대표적이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암호화폐는 145개에 달한다.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암호화폐도 241개에 이른다. 암호화폐 관련 범죄로 인한 전체 피해 규모는 최근 5년간 5조3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우회상장이나 시세조종, 다단계 사기 등 신종범죄도 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요즘 경제범죄는 ‘기승전 코인’일 정도로 암호화폐와 관련이 깊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업계는 가상자산 합수단 출범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암호화폐 시장은 법적 규제가 미비하다 보니 투기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범죄 수사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관련 제도 개선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