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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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기아 제너럴모터스(GM) 혼다 BMW 스텔란티스 메르세데스벤츠 등 7개 완성차 업체가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확충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미국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확대해 전기차 판매를 늘리겠다는 취지지만 최근 급속충전시설인 '슈퍼차저'로 존재감을 넓히고 있는 테슬라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7개 완성차 업체가 약 1조2700억원(10억달러)를 투자해 합작벤처를 만들 계획"이라며 "새로운 합작법인은 미국에 2030년까지 최소 3만 개의 초고속 전기충전소를 건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합작법인 미국 내 여러 도시와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전기차 급속 충전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매체는 "폭스바겐을 비롯해 여러 완성차 업체가 유럽에서 2017년 공동 설립한 전기차 충전소 업체 '아이오니티'가 합작벤처의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완성차 7개 업체가 합작법인을 위해 뭉친 배경은 전기차 판매에 걸림돌로 자리 잡고 있는 충전소를 확충하기 위해서다. 충전소는 일명 테슬라 충전 방식이라 불리는 NACS와 미국의 기존 표준 충전 방식인 CCS를 함께 지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첫 번째 충전소는 내년 하반기부터 설치될 예정이다.

합작법인은 전기차 충전 시설을 늘리려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도 상당수 지급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들어 미국에선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며 전기차 충전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에 따르면 2030년까지 18만2000개의 전기차 충전소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는 3만2000개다.

업계에선 완성차 7개 업체가 합작법인을 통해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보고 있다. 지금껏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은 CCS와 NACS가 양분해 왔다. GM 혼다 BMW 등 합작법인을 설립한 업체는 물론 대부분의 북미,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2011년부터 CCS 충전 규격을 활용했다. 현대차, 기아 역시 CCS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가 2012년 모델S를 출시하면서 독자 규격인 NACS를 내놓으면서 전기차 충전 시장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미국 전역에 자사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슈퍼차저를 구축했다. 현재 테슬라가 설치한 충전소는 2만여개로 북미 전체 전기차 충전소의 60%에 이른다.

이처럼 전기차 충전 표준이 통일되지 않은 상황에서 테슬라가 북미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자 최근 변화가 일어났다. 북미, 유럽,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하나둘씩 NACS를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것. 지금까지 NACS를 지원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업체는 닛산과 포드 GM 리비안 볼보 벤츠 등이다. 다만 아직 현대차, 기아는 NACS를 채택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