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다시 올렸다. 지난달 1년 3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멈췄다 한 달만에 긴축 행보를 재개한 것이다. 다만 Fed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뉴욕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미국 기준금리 22년 만의 최고치로 올라

Fed는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연 5.00~5.25%에서 연 5.25~5.50%가 됐다. 2001년 1월 이후 22여년 만의 최고치다

미국 기준금리는 연 3.5%인 한국 기준금리보다 1.75~2.0%포인트 높아졌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의 사상 최대치를 또다시 갈아 치웠다.

Fed는 지난해 3월부터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4회 연속 0.75%포인트씩 금리를 올렸다. 지난해 12월에 0.5%포인트 인상으로 속도조절을 한 뒤 2월부터 지난달까지 세 번 내리 '베이비 스텝'을 밟았다. 그러다 지난해 금리인상을 시작한 지 1년 3개월 만인 지난달 금리를 동결했다.

Fed는 한 달만에 금리를 인상하면서 미국 경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Fed는 이날 공개한 정책 결정문에서 "경제 활동이 조금씩(at a moderate pace) 확장되고 있다"며 "최근 몇 달간 일자리 증가세가 견고하고 실업률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Fed는 지난달 결정문에서도 "경제 활동이 완만한 속도로(at a modest pace)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경기개선 속도를 이번 FOMC에선 조금씩(moderate)이라고 표현했고 지난달엔 '완만한'(modest)이라고 묘사했다. 두 표현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해석도 있고 'moderate'이 경기 개선 속도를 다소 빠르게 표현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 외에 결정문에서 달라진 내용은 없었다. 이 때문에 결정문이 나온 뒤 뉴욕증시 변동폭은 거의 없었다.

파월 "9월 금리 인상 여부는 그 때 판단"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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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작되면서 뉴욕증시가 크게 출렁이기 시작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9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릴 지 여부는 추가적인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는 것도 동결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긍정적인 건 사실이지만 이는 한 달치 데이터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봐야하고 전체적인 금리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9월 FOMC가 있을 때까지 두 번의 고용보고서와 두 번의 물가 데이터가 남아있다"며 "필요하면 금리를 올리고 그렇지 않으면 금리를 유지하는데 모든 건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조기 금리 인하설에 대해선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았다. 그는 "편안한 시점이 되면 금리를 인하하겠지만 올해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보다 여전히 높다"며 "2025년에나 물가상승율 2%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 연착륙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그동안 미국 경제 연착륙은 가능하다고 말해왔고 그 견해는 여전하다"며 "Fed 내 이코노미스트들도 더 이상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애매모호한 발언에 뉴욕증시 혼조세

"9월 금리, 인상·동결 모두 가능"…'야누스' 파월에 증시 혼조세 [Fed 워치]
파월 의장의 모호한 화법 때문에 뉴욕증시는 왔다갔다 했다. 기자회견 전까지 하락세를 보이던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파월 의장이 금리 동결과 인상 가능성을 모두 언급하자 상승세로 전환했다. 그러다 파월 의장이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자 하락세로 바뀌었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고 "2025년이 돼서야 물가목표 2%를 이룰 수 있다"고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또 끝까지 '이번 인상이 마지막'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않았다.

시장 예상대로 나온 결정문과 시장 기대를 저버린 파월 의장의 회견 때문에 뉴욕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약보합으로 끝났고 경기를 잘 반영하는 다우지수는 소폭 올랐다.

S&P 500 지수는 0.02% 내린 4,566.75로, 나스닥 지수는 0.12% 내린 14,127.28로 각각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0.23% 오른 35,520.12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1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면서 1987년 1월 이후 최장기 상승 기록을 이어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