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주 나락에 멘붕…"급등주 경험은 독" 현실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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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심리 전문가 "급등주 경험, 길게 보면 독 된다"
에코프로 등 2차전지주 급등락 관련
심리학·정신의학 전문가 4人 인터뷰
개인, FOMO 심리로 추격 매수
미지의 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상한가 경험은 큰 도파민 자극
"'넛지'로 주가 무너질 수 있어"
에코프로 등 2차전지주 급등락 관련
심리학·정신의학 전문가 4人 인터뷰
개인, FOMO 심리로 추격 매수
미지의 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상한가 경험은 큰 도파민 자극
"'넛지'로 주가 무너질 수 있어"
'조바심, 기대감, 넛지, 도파민.'
최근 이어진 2차전지주 급등락 현상과 관련해 심리학·정신의학 전문가들이 꼽은 키워드다. 이번 일은 시장 여건, 종목 기초체력(펀더멘털) 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주식시장을 잘 아는 사람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투자자의 심리와 행동을 들여다 보는 새로운 분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전문가 4명에게 이번 일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차트의 유혹>(2022)의 저자 오성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살려주식시오>(2021)의 저자 박종석 연세봄정신과 원장, <투자의 심리학>(2021)의 저자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 <주식 멘탈 투자>(2020)의 저자 송동근 전 대신증권 전무다.
개인이 급등주를 붙잡는데 뛰어든 건 '조바심'이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상승세에 올라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 재산 격차가 벌어졌고, 지난해부터는 부동산 경기가 불확실해져 "'영끌'로 집을 사서 따라붙겠다"고 마음 먹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큰 조바심을 가진 사람에게 급등주는 '동아줄'처럼 여겨진다. 오 교수는 "돈을 벌고 싶다는 욕구가 사회적으로 매우 커졌고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포모(FOMO: 뒤처짐에 대한 공포)'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증시와 집값 상승세가 모두 지지부진했는데 이럴 때 특정 종목에 관심이 쏠리면 급등주가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송 전 전무는 "증시 흐름이 지지부진하면 소수 종목이 좋은 흐름을 보였을 때 거기로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구 소장은 "2차전지 기업이 미래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아직 그 실체는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익숙한 구경제 산업주는 아무리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도 수백% 이상 급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가가 급등해 펀더멘털과의 괴리가 커지면 급락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급등주가 이런 전철을 밟는 건 아니다. 월가 전문가들에게 수년째 고평가 지적을 받으면서도 계속 오르는 테슬라가 대표적 사례다. 테슬라가 급락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전기차 판매량 증가로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구 소장은 "2차전지 종목도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고평가된 주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기대감을 살짝 흔드는 넛지(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사소한 차이)로도 주가는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최근 급등주에 대한 개인의 폭풍 매수는 과도한 도파민 자극이 야기한 충동 구매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욕망이 지나치게 커지면 뇌의 전두엽 기능이 평소보다 30% 이상 떨어지기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과 사고를 할 수 없게 된다"며 "그러면 평소 절대 하지 않았을 빚투, 초단타 매매 등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박 원장도 한때 주식 생각만 하느라 직장에서 해고됐을 정도로 심각한 주식 중독을 경험했다.
오 교수는 "빚투는 절대 삼가야 한다. 빌린 돈으로 급등주에 올라타는데 성공하면 도파민 자극이 훨씬 커지기 때문"이라며 "도박으로 큰 수익을 보면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한번 급등주의 맛을 보면 앞으로도 계속 위험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수익이 아닌 손실을 보는 경우 조바심이 커져 당장 이를 만회하고 싶은 생각에 단타 매매를 하다가 더 크게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 전 전무는 "2000년께 IT버블이 꺼지며 주가가 폭락했던 것처럼 미래 산업이라고 해도 주가가 계속 오르는 건 아니다"라며 "어떤 종목이 급락을 피해갈지 스스로 알아볼 수 없다면 급등주에 관심 갖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박 원장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면 평소에 자신의 욕망과 불안을 다스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며 "리딩방 등 무분별한 정보로부터 거리를 두고 빚투를 삼가야 한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최근 이어진 2차전지주 급등락 현상과 관련해 심리학·정신의학 전문가들이 꼽은 키워드다. 이번 일은 시장 여건, 종목 기초체력(펀더멘털) 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주식시장을 잘 아는 사람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투자자의 심리와 행동을 들여다 보는 새로운 분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전문가 4명에게 이번 일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차트의 유혹>(2022)의 저자 오성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살려주식시오>(2021)의 저자 박종석 연세봄정신과 원장, <투자의 심리학>(2021)의 저자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 <주식 멘탈 투자>(2020)의 저자 송동근 전 대신증권 전무다.
FOMO 현상이 낳은 추격매수
최근 급등락한 2차전지주의 거래대금(매수금액+매도금액) 규모는 개인 투자자가 외국인이나 기관보다 훨씬 많다. 에코프로 거래대금은 이달 초부터 27일까지 58조1448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개인이 46조6019억원으로 80.1%를 차지했다. 개인끼리 사고팔며 주가를 올렸다.개인이 급등주를 붙잡는데 뛰어든 건 '조바심'이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상승세에 올라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 재산 격차가 벌어졌고, 지난해부터는 부동산 경기가 불확실해져 "'영끌'로 집을 사서 따라붙겠다"고 마음 먹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큰 조바심을 가진 사람에게 급등주는 '동아줄'처럼 여겨진다. 오 교수는 "돈을 벌고 싶다는 욕구가 사회적으로 매우 커졌고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포모(FOMO: 뒤처짐에 대한 공포)'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증시와 집값 상승세가 모두 지지부진했는데 이럴 때 특정 종목에 관심이 쏠리면 급등주가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미래 산업' 기대가 주가 올려
수많은 종목 중 에코프로 등 일부 2차전지주가 FOMO의 대상이 된 이유는 뭘까. 그 이유에 대한 전문가들의 설명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증시가 지지부진했던 타이밍에 이들 종목은 예외적으로 올라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산업의 내용 측면에서도 이들은 '미지의 영역'에 있어 기대감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송 전 전무는 "증시 흐름이 지지부진하면 소수 종목이 좋은 흐름을 보였을 때 거기로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구 소장은 "2차전지 기업이 미래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아직 그 실체는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익숙한 구경제 산업주는 아무리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도 수백% 이상 급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가가 급등해 펀더멘털과의 괴리가 커지면 급락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급등주가 이런 전철을 밟는 건 아니다. 월가 전문가들에게 수년째 고평가 지적을 받으면서도 계속 오르는 테슬라가 대표적 사례다. 테슬라가 급락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전기차 판매량 증가로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구 소장은 "2차전지 종목도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고평가된 주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기대감을 살짝 흔드는 넛지(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사소한 차이)로도 주가는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급등 경험은 '독'으로 돌아와
전문가들은 "급등주를 미리 알아보는 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급등주에 올라타지 못했어도 이를 아쉬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역시 공통된 지적이다. 급등주에 올라타는 경험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 사람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박 원장은 "최근 급등주에 대한 개인의 폭풍 매수는 과도한 도파민 자극이 야기한 충동 구매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욕망이 지나치게 커지면 뇌의 전두엽 기능이 평소보다 30% 이상 떨어지기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과 사고를 할 수 없게 된다"며 "그러면 평소 절대 하지 않았을 빚투, 초단타 매매 등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박 원장도 한때 주식 생각만 하느라 직장에서 해고됐을 정도로 심각한 주식 중독을 경험했다.
오 교수는 "빚투는 절대 삼가야 한다. 빌린 돈으로 급등주에 올라타는데 성공하면 도파민 자극이 훨씬 커지기 때문"이라며 "도박으로 큰 수익을 보면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한번 급등주의 맛을 보면 앞으로도 계속 위험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수익이 아닌 손실을 보는 경우 조바심이 커져 당장 이를 만회하고 싶은 생각에 단타 매매를 하다가 더 크게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 전 전무는 "2000년께 IT버블이 꺼지며 주가가 폭락했던 것처럼 미래 산업이라고 해도 주가가 계속 오르는 건 아니다"라며 "어떤 종목이 급락을 피해갈지 스스로 알아볼 수 없다면 급등주에 관심 갖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박 원장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면 평소에 자신의 욕망과 불안을 다스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며 "리딩방 등 무분별한 정보로부터 거리를 두고 빚투를 삼가야 한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