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 제이미는 '기절놀이'를 하다 병원에 실려갔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파도가 넘실거리는 푸른 해변을 부감으로 보여준다. 자막은 이곳이 1979년 캘리포니아의 산타바바라임을 알린다. 싱글맘인 도로시아(아네트 베닝)는 마흔살에 얻은 첫 아이인 10대 소년 제이미(루카스 제이드 주만)를 키우며 셰어하우스의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제이미는 어느 날 친구들과 기절 놀이를 하고 병원에 실려 간다. 그런 아들이 이해되지 않는 도로시아는 제이미를 걱정하고, 제이미는 엄마의 도움이 필요 없다며 서로 모진 말을 주고받는다. 도로시아는 함께 사는 포토그래퍼 애비와 제이미의 친구 줄리에게 제이미가 잘 크도록 곁에서 조언을 해달라고 말한다.

‘우리의 20세기’는 내레이션과 감각적인 몽타주 편집으로 독창적인 스타일을 확립한 작가, 마이크 밀스 감독의 작품이다. 도로시아의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저마다 문제를 안고 있다. 애비는 자궁경부암에 걸린 후 자신의 엄마와 갈등 상황에 놓여 있고, 제이미의 친구인 줄리는 부모의 이혼 이후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보인다. 셰어하우스의 유일한 성인 남성인 윌리엄은 여성들과 진실된 관계 맺는 법을 모른다.

이들이 제이미를 염려하며 (혹은 제이미는 걱정할 필요 없다며)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은 이상적인 생활공동체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이미는 이들의 영향을 받아 ‘좋은 남자’가 되고 싶어 한다. 과연 제이미는 ‘좋은 남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은 자신과 다른 시대를 살았던, 세대 차이가 나는 부모님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70년대 미국의 모자가 나누는 대화와 갈등은 공감이 가는 한편, 무려 40년이나 지난 2023년 서울의 모자가 나누는 대화보다 훨씬 더 진보적이고 자유로워 보인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제이미의 뒷모습은 마치 성장이라는 우리가 지나야 하는 과정을 영화적 순간으로 만들어 낸다.

영화 속 제이미는 셰어하우스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이 시기를 따뜻하게 지나간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2층 창문을 열고 들어와 곁에서 함께 잠드는 친구 없이 성장통을 겪는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나왔는지 되돌아봤다.

20세기에 대해 회상처럼 말하는 미래 시점에서의 내레이션이 이 영화의 백미다. 모든 것이 변할 것이고, 그 시대의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다는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그렇다면 과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어떻게 말해질까 생각하게 된다. 모든 것이 유한하다는 담담한 정서, 그러나 슬프지만은 않은 이 영화의 독특한 정서가 큰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