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엽 칼럼] 최악의 '서민 약탈 카르텔'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 전 “우리는 반카르텔 정부”라고 선언했다. “이권·부패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집권 1년여 만에 정체성 규정에 성공한 모습이다.

제 발 저린 이들이 많은지 반발이 거세다. 야권에선 ‘카르텔이라는 단어 무한반복은 어휘력 빈곤 때문’이라는 식의 수준 이하 비난이 쏟아진다. ‘용꿈’을 꾼다는 여당 정치인도 “대통령이 갑자기 카르텔에 꽂혀 오남용하고 있다”고 비아냥댔다. 뭘 모르고 하는 말들이다. 카르텔 해체는 검사 윤석열이 정치판에 뛰어든 핵심 이유다. 2년 전 정치 출사표와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도 ‘카르텔 해체’는 세 번씩 언급됐다.

카르텔과의 전쟁은 본궤도로 진입 중이다. 태양광·노조·시민단체 비리를 넘어 교육·환경·통일·문화 카르텔로 스펙트럼이 확대되고 있다. 특권·반칙 세력과의 정면 승부가 반갑지만 아쉬운 대목도 있다. 거대한 최악 카르텔은 아직 거명조차 되지 않았다. 바로 약자의 피눈물을 기득권 공고화에 악용하는 ‘서민약탈 카르텔’이다. 진보 참칭 정치꾼과 귀족노조가 이 카르텔의 주연이고, 기꺼이 한배를 탄 영혼 없는 관료들이 주연급 조연이다.

위장술에 능통한 데다 작동 방식도 은밀해 존재 인식조차 쉽지 않지만 이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마다 약자들의 삶이 널브러진다. 문재인 정부가 서민 150만 명을 ‘금융 지옥’으로 밀어 넣은 게 대표적이다. 문 정부는 연 27.9%인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내리는 데 매진했다. 서민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대부업 몰락과 대출 원천봉쇄였다. 급전 조달이 막힌 저신용자가 손 벌릴 곳은 불법사채 시장뿐이다. 그렇게 150만 명이 평균금리 연 414%의 지하마켓으로 쫓겨갔다.

서민금융 붕괴는 문 대통령이 공약하고 과거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원회 의장,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앞장선 탓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상한을 연 10%까지 내리자며 지원사격했다. 정부에선 최종구·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총대를 멨다. 서민팔이 정치꾼과 바람보다 먼저 눕는다는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콜라보였다.

문제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문 정부 이전 금리(최고 27.9%)로의 원대복귀를 흘리지만 전망은 어둡다. ‘매일 라면 먹었다’는 김남국 의원, 친명 실세 문진석 의원 등이 ‘서민 눈물 더 닦아줘야 한다’며 ‘연 10%안’까지 발의 중이다.

최저임금발 고용 참사도 서민약탈 카르텔 일원인 거대 노조의 작품이다. 문 정부 5년간 최저임금이 42% 급등하며 최하위층 근로자들은 대거 감원됐다. 뒤이어 불어닥친 임금발 물가 폭등은 이중 타격을 입혔다. 귀족 노조도 참사를 예측했을 것이다. 빈곤층 소득을 3년 내리 감소시킨 노무현 정부 때의 최저임금 인상도 자신들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저소득 근로자의 생계를 인질로 임금 인상을 도모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불가피하다.

서민 착취 카르텔은 ‘지상의 편안한 내 집 한 칸’이라는 청년·서민의 꿈도 좌절시켰다. ‘전셋값 급등을 부를 것’이라는 국회 전문위원의 보고서에도 민주당은 ‘임대차 3법’을 날치기 처리했다. ‘우리는 세입자 편’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서민 피해가 예고된 정책을 밀어붙인 카르텔 정치다.

수해 이후 거대 야당은 ‘35조 추경’ 레코드를 신물 나게 트는 중이다. ‘서민 삶을 챙기는 로빈후드’라는 허상을 위해 나라 살림살이까지 위협하는 삼류 정치다. 이권·부패 카르텔에는 영혼 있는 공무원이 특효약이다. 하지만 지금도 국정 전반에서 공무원의 동조 내지 묵인 아래 보조금 빼먹기가 진행 중이다. 최악 카르텔로부터 법과 제도를 지켜내는 일, 윤 정부의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