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서울 언팩
‘갤럭시 언팩’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 공개 행사다. 201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갤럭시S를 처음 선보이며 시작해 이후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로 이어졌다. 이 언팩 행사가 지난 26일 처음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은 삼성전자의 성장이 시작된 심장부이며 서울은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고 글로벌 트렌드와 혁신을 이끄는 도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전자는 언팩 초청장과 광고에 영어가 아니라 한글로 ‘언팩’이라고 쓰기도 했다. 우리 고유의 한글도 갤럭시 신제품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 것이다. ‘짐을 꺼내다, 풀다’란 의미의 영어인 언팩(unpack)이란 행사명을 쓰는 기업은 삼성전자뿐이다. 언팩은 갤럭시 브랜드 출범 당시 이영희 마케팅 임원(현 글로벌마케팅실장)이 만든 것이다. 경쟁사 애플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신제품을 공개한다.

삼성전자가 서울에서 언팩 행사를 연 것은 K팝, K드라마 등 한류를 타고 서울이 세계인들에게 ‘힙한 도시’로 각인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 들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루이비통, 구찌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서울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었다. 루이비통은 지난 4월 한강 잠수교에서, 구찌는 5월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서울관광 프로모션 행사에서 “서울은 이미 국제적으로 아주 힙하고, 핫한 도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언팩 행사엔 40여 개국 700여 명의 외신기자를 비롯해 협력사 관계자, 해외 유명 인플루언서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언팩 동영상 생중계는 약 80개국에서 시청했다. 외신기자들은 언팩 참석 이후 경복궁 투어 등 한국 문화 체험도 했다고 한다. 이들이 서울과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갖고 돌아가면 오는 11월 결정될 부산 엑스포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는 매년 세계 10대 도시 브랜드를 발표한다. 지난해엔 런던, 파리, 시드니, 뉴욕, 로마, 워싱턴DC, 바르셀로나 등이 꼽혔다. 서울도 여기에 들지 못하리라는 법이 없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