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깜짝발탁 장관' 아니다"…창업가 출신 '尹의 원픽' 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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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나와 보안회사 '테르텐' 창업한 CEO
중소기업,스타트업의 고민 누구보다도 잘알아
복수의결권 도입 앞장 ... 중동선 공동펀드 조성
"중소벤처기업이 세계시장 호령할 수 있도록 지원"
'신데렐라'의 등장이었다. 윤 대통령은 후보가 되기 전까지 이 장관과 이렇다 할 인연이 없었기에 '깜짝 발탁'으로 여기는 시선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주목한 시점은 지난해 1월. 당시 윤 대통령 후보는 국민의힘 당사에서 디지털 경제 비전 공약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 산업 저변 확대를 위해 세계 최대의 AI 클라우드컴퓨팅 인프라를 조성하고, 정부 주도로 공교육·행정·국방 분야에 AI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당시 상황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이 공약을 준비하면서 이 장관이 윤 대통령 후보와 독대를 일주일에 3번이나 했다”며 “아마 그때 인정을 받아서 과학기술 공약 준비까지 이 장관이 도맡게 됐고, 결국 장관 임명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 장관의 강점은 '현장' 출신이라는 것. 중기부는 2017년 문재인 정부 때 중기청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됐다. 당시 장관들은 경제학자나 언론인 등을 역임한 정치인 출신이 '내려왔다'. 반면, 이 장관은 같은 의원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직접 벤처기업을 창업해 운영하고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달랐다.
이 장관은 취임사에서 “탁월함을 완성하는 데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며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대기업만이 아닌 중소벤처와 소상공인의 역량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고 선진국을 넘어 선도국이 되게 하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우리 중기부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상이 다가올 것”이라고 공언했다.
취임 후 불과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이 장관은 자신의 구상을 하나씩 뚜벅뚜벅 실현해나가고 있다.
척박한 기업환경 속에서 '중소기업' '벤처기업'을 창업해 이끌어본 경험은 이 장관에게 큰 자산이 됐다. 기업인 출신답게 그는 어떤 정책이, 어떤 순서로 현장에 적용돼야 하는지 '직감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애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다음 단계 정책에 대해 척척 꿰고 있었다. 그런 역량이 잘 발휘된 사례가 납품 대금 연동제를 관철한 것이다. 10여년 넘게 업계의 숙원이었던 납품 대금 연동제를 이 장관 그리고 중기부가 해냈다.
이 제도는 원재료 가격 변동은 계약 체결 당시에는 예견할 수 없어서 변동된 가격을 납품 대금에 반영해 중소 협력사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다. 원자재나 인건비 등이 증가하면 중소기업은 운영할수록 되레 손해가 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납품 대금 연동제를 꾸준히 요구했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실현 가능성 등으로 인해 번번이 입법화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 장관은 납품 대금 연동제의 법제화를 위해 국회, 관계부처, 대기업, 협단체 등과 꾸준히 대화하고 설득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윤석열 정부 ‘약자와의 동행 1호 법안’으로 격상됐고, 지난해 12월 8일 여야 합의로 입법화에 성공했다. 이 장관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법제화 이후 실제 현장에서 제도가 잘 안착할 수 있도록 하위법령 마련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 필요성을 지속해서 주장했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기업 창업자 주식 1주에 최대 10개 의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장관은 의원 시절 해당 법안 발의에도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3년 가까이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으나, 장관 취임 후 직접 의원들을 찾아가서 설득하고 소통했다. 누구에게나 격의 없이 다가가, 소탈하게 대하는 그의 장점이 십분 발휘됐다. 기업인 시절, 정치인 시절부터 구축한 넓은 네트워크는 큰 힘이 됐다.
그 결과 지난 4월 해당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 장관은 “벤처기업을 창업해 성장시키면서 복수의결권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체감했다”며 “의원 시절 도입 법안을 발의했고, 이후 소관 부처 장관으로서 법안에 반대했던 의원들을 지속해서 만나 왔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취임 후 현재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7개국을 방문했다.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는 윤석열 정부 기조 아래 이 장관은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최전방에서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이 장관은 최근 ‘무조건 글로벌’이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일부 산업군에서는 국내 시장 성장이 둔화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동의 대규모 자본이 한국 벤처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인다.
이를 발판으로 이 장관은 중동에선 한국·사우디 1억6000만달러 규모 공동펀드 조성에 합의했다. 중동을 1·3·6월 계속해서 방문해 신뢰를 쌓았다. 그 덕분에 사우디 정부에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설립 시 입주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한국 기업자들에게 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사우디 투자부 장관과는 사우디 리야드에서 하루에만 3번 만났다. 이를 포함해 총 4차례 만났는데 투자부 장관은 여러 차례에 걸친 이 장관과의 만남 장소를 축구 경기에 비교하며 한국에서 1번, 사우디에서 2번, 다보스에서 1번 만났던 것을 ‘1승2패1무’라고 표현하고 다음 1승을 위해 방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소상공인 정책 주무장관으로서 이태원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는 게 이 장관이 나선 배경이었다. 중기부, 예술가, 상권 전문가 등과 힘을 합쳐 이태원 상권을 되살리기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른바 ‘헤이, 이태원’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시련도 적지 않았다. 이 장관은 “세월이 흐르면서 성공이 어쩜 나와 무관한 그 무엇이 될지도 모른다는 절망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그때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기업의 큰 성공은 운에 달렸고 기업의 실패는 실력에 달렸다. 그러니 운이 올 때까지 실력으로 기업을 지켜라.’라는 말을 접했고, 마치 이 말은 긴 어둠의 한 줄기 빛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 장관은 “직원들의 꿈과 비전, 그들의 행복이 회사를 통해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랐다”며 “여성 벤처인으로서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절들을 후배들은 반복하지 않도록 작은 지혜를 나누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테르텐을 경영하면서 매달 독서토론회를 개최했다. 직원들과의 소통 창구를 열었고, 오전에 진행하는 독서토론회가 끝나면 참여자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직원들과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어 나갔다.
이 장관이 창업할 당시 한국은 소프트웨어 제값 받기가 너무나 힘든 현실이었다. 특히 유지보수 비용이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비용 개념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 장관은 “당시 멀티미디어 디바이스 저작권 보호 기술 1위 기업이었는데도 대당 라이선스를 지불받지 못하고, 잘 받아야 모델당 또는 심지어 연간 라이선스를 지불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혹하고 냉혹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온몸으로 견뎌 내며 20년간 회사를 지켜온 것과 우리 기술, 우리 제품에 대해서는 아직도 자부심이 있다”며 “당시 미국 정보기술 전문지인 레드헤링(Red Herring)이 꼽은 전 세계 100대 기술기업에 들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국회의 아날로그적 업무수행 방식을 개선하고자 21대 국회 최초로 전자문서를 통해 법안을 발의했다. 이후 반년 만에 국회의 종이와 팩스의 입법 관행을 전자발의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성과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전자 입법 매뉴얼을 자체 제작해 강의까지 했을 정도로 많은 애착을 가진 일이기도 했다. 국회에 입성한 뒤에도 ‘도전’은 계속됐다. 이 장관은 2021년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 이공계 정치인의 부족 문제와 국민의힘 지도부에 과학기술 전문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디지털로 정치혁신, 데이터로 정권교체!’라는 슬로건으로 정치와 정당의 디지털화를 위해 주장했다.
비록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해 춤사위를 선보인 ‘범 내려온다’를 패러디한 ‘영 내려온다’ 등은 언론과 여의도 정치권에서 새바람을 일으킨 것으로 주목받았다. 최고위원 출마 선언 당시 기자회견장에 드론을 띄운 점도 인상을 진하게 남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의원 시절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장을 맡았던 이 장관은 대선 당시 인터넷상 여론 조작 대응을 위한 ‘크라켄’ 프로그램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장관과 의원 시절 함께 일한 비서관은 “이 장관을 보면 정말 정치벤처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여의도 정치에 갇혀 있던 사고가 아니라 국민의 시선에서 모든 걸 생각하고 도전하고 실현하는 그런 분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가 의전 서열 33위로 국무위원 중에선 최후순위다. 하지만 경제 현장에서 이 장관이 이끄는 중기부의 위상, 여러 국무위원 중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이 장관의 위상은 그보다 훨씬 앞선다. 모든 것이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 돌파와 도전을 이어간 이 장관이 스스로 일군 성과가 아닐까 싶다.
중소기업,스타트업의 고민 누구보다도 잘알아
복수의결권 도입 앞장 ... 중동선 공동펀드 조성
"중소벤처기업이 세계시장 호령할 수 있도록 지원"
“우리 경제와 일자리의 보고인 중소벤처기업이 한단계 더 도약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습니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3일 당선인 시절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후보자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소개했다.
'신데렐라'의 등장이었다. 윤 대통령은 후보가 되기 전까지 이 장관과 이렇다 할 인연이 없었기에 '깜짝 발탁'으로 여기는 시선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주목한 시점은 지난해 1월. 당시 윤 대통령 후보는 국민의힘 당사에서 디지털 경제 비전 공약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 산업 저변 확대를 위해 세계 최대의 AI 클라우드컴퓨팅 인프라를 조성하고, 정부 주도로 공교육·행정·국방 분야에 AI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당시 상황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이 공약을 준비하면서 이 장관이 윤 대통령 후보와 독대를 일주일에 3번이나 했다”며 “아마 그때 인정을 받아서 과학기술 공약 준비까지 이 장관이 도맡게 됐고, 결국 장관 임명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 장관의 강점은 '현장' 출신이라는 것. 중기부는 2017년 문재인 정부 때 중기청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됐다. 당시 장관들은 경제학자나 언론인 등을 역임한 정치인 출신이 '내려왔다'. 반면, 이 장관은 같은 의원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직접 벤처기업을 창업해 운영하고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달랐다.
이 장관은 취임사에서 “탁월함을 완성하는 데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며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대기업만이 아닌 중소벤처와 소상공인의 역량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고 선진국을 넘어 선도국이 되게 하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우리 중기부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상이 다가올 것”이라고 공언했다.
취임 후 불과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이 장관은 자신의 구상을 하나씩 뚜벅뚜벅 실현해나가고 있다.
납품대금 연동제 실현
이 장관은 ‘테르텐’이라는 벤처기업을 창업해서 성장시킨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 과정 말미, 집안 사정 탓에 휴학했던 이 장관은 학교로 돌아가는 대신 2000년 테르텐이라는 보안회사를 만들었다.척박한 기업환경 속에서 '중소기업' '벤처기업'을 창업해 이끌어본 경험은 이 장관에게 큰 자산이 됐다. 기업인 출신답게 그는 어떤 정책이, 어떤 순서로 현장에 적용돼야 하는지 '직감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애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다음 단계 정책에 대해 척척 꿰고 있었다. 그런 역량이 잘 발휘된 사례가 납품 대금 연동제를 관철한 것이다. 10여년 넘게 업계의 숙원이었던 납품 대금 연동제를 이 장관 그리고 중기부가 해냈다.
이 제도는 원재료 가격 변동은 계약 체결 당시에는 예견할 수 없어서 변동된 가격을 납품 대금에 반영해 중소 협력사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다. 원자재나 인건비 등이 증가하면 중소기업은 운영할수록 되레 손해가 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납품 대금 연동제를 꾸준히 요구했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실현 가능성 등으로 인해 번번이 입법화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 장관은 납품 대금 연동제의 법제화를 위해 국회, 관계부처, 대기업, 협단체 등과 꾸준히 대화하고 설득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윤석열 정부 ‘약자와의 동행 1호 법안’으로 격상됐고, 지난해 12월 8일 여야 합의로 입법화에 성공했다. 이 장관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법제화 이후 실제 현장에서 제도가 잘 안착할 수 있도록 하위법령 마련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창업벤처 업계의 숙원과제를 직접 해결하다.
벤처기업을 창업하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때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게 되면 창업자의 경영권이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기업인 출신인 이 장관은 누구보다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 필요성을 지속해서 주장했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기업 창업자 주식 1주에 최대 10개 의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장관은 의원 시절 해당 법안 발의에도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3년 가까이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으나, 장관 취임 후 직접 의원들을 찾아가서 설득하고 소통했다. 누구에게나 격의 없이 다가가, 소탈하게 대하는 그의 장점이 십분 발휘됐다. 기업인 시절, 정치인 시절부터 구축한 넓은 네트워크는 큰 힘이 됐다.
그 결과 지난 4월 해당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 장관은 “벤처기업을 창업해 성장시키면서 복수의결권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체감했다”며 “의원 시절 도입 법안을 발의했고, 이후 소관 부처 장관으로서 법안에 반대했던 의원들을 지속해서 만나 왔다”고 전했다.
“무조건 글로벌”…제2의 중동붐 이끈다
장관 취임 후 그의 눈길은 세계를 향하고 있다. 줄기차게 각국을 발로 뛰며 윤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 영업사업'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이 장관은 취임 후 현재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7개국을 방문했다.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는 윤석열 정부 기조 아래 이 장관은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최전방에서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이 장관은 최근 ‘무조건 글로벌’이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일부 산업군에서는 국내 시장 성장이 둔화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동의 대규모 자본이 한국 벤처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인다.
이를 발판으로 이 장관은 중동에선 한국·사우디 1억6000만달러 규모 공동펀드 조성에 합의했다. 중동을 1·3·6월 계속해서 방문해 신뢰를 쌓았다. 그 덕분에 사우디 정부에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설립 시 입주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한국 기업자들에게 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사우디 투자부 장관과는 사우디 리야드에서 하루에만 3번 만났다. 이를 포함해 총 4차례 만났는데 투자부 장관은 여러 차례에 걸친 이 장관과의 만남 장소를 축구 경기에 비교하며 한국에서 1번, 사우디에서 2번, 다보스에서 1번 만났던 것을 ‘1승2패1무’라고 표현하고 다음 1승을 위해 방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동행세일을 축제로…이태원 살리기 전력투구
소상공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에도 적극적이다. 이 장관은 이벤트성으로 1년에 한 번 개최했던 기존 ‘동행세일’을 정부와 민간,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함께하는 ‘동행 축제’로 확대 개편했다. 올해에는 3회로 늘렸다. 특히 지난 연말에는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한겨울의 동행 축제 윈·윈터 페스티벌’ 현장을 방문해 행사 시작을 알리는 점등식에 참여했다. 대통령 내외의 전격적인 방문은 이 장관을 신뢰하며 힘을 실어준 행보로 해석된다. 이 장관은 이태원 상권 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10·29 참사로 유가족의 아픔은 헤아릴 수 없는 상처였겠지만 이태원에서 생업을 이어가던 상인들에게도 너무나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사고 이후 추모 분위기 등으로 이태원 상권이 급속히 악화했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한 상황이었다.그러나 소상공인 정책 주무장관으로서 이태원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는 게 이 장관이 나선 배경이었다. 중기부, 예술가, 상권 전문가 등과 힘을 합쳐 이태원 상권을 되살리기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른바 ‘헤이, 이태원’ 프로젝트였다.
1세대 여성 벤처기업가 이영
암호학을 전공한 이 장관은 1세대 여성 벤처기업가 출신이다. 여성 기업인이 창업해 현재까지 20년 이상 기업이 생존하고 있는 자체가 ‘성공’으로 평가받는다. 이 장관은 “성공이란 목표보다 100년을 내다보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며 “당연히 성공할 줄 알았고 그래서 멋진 벤처인, 존경받는 벤처인이 되고자 했다”고 돌아봤다.하지만, 시련도 적지 않았다. 이 장관은 “세월이 흐르면서 성공이 어쩜 나와 무관한 그 무엇이 될지도 모른다는 절망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그때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기업의 큰 성공은 운에 달렸고 기업의 실패는 실력에 달렸다. 그러니 운이 올 때까지 실력으로 기업을 지켜라.’라는 말을 접했고, 마치 이 말은 긴 어둠의 한 줄기 빛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 장관은 “직원들의 꿈과 비전, 그들의 행복이 회사를 통해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랐다”며 “여성 벤처인으로서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절들을 후배들은 반복하지 않도록 작은 지혜를 나누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테르텐을 경영하면서 매달 독서토론회를 개최했다. 직원들과의 소통 창구를 열었고, 오전에 진행하는 독서토론회가 끝나면 참여자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직원들과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어 나갔다.
이 장관이 창업할 당시 한국은 소프트웨어 제값 받기가 너무나 힘든 현실이었다. 특히 유지보수 비용이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비용 개념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 장관은 “당시 멀티미디어 디바이스 저작권 보호 기술 1위 기업이었는데도 대당 라이선스를 지불받지 못하고, 잘 받아야 모델당 또는 심지어 연간 라이선스를 지불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혹하고 냉혹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온몸으로 견뎌 내며 20년간 회사를 지켜온 것과 우리 기술, 우리 제품에 대해서는 아직도 자부심이 있다”며 “당시 미국 정보기술 전문지인 레드헤링(Red Herring)이 꼽은 전 세계 100대 기술기업에 들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정치벤처인' 이영
이 장관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배지를 달았다. 여성벤처협회장을 역임한 이 장관은 벤처, IT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회에 들어갔다. 국회에 입성 후 ‘중소·벤처 기를 살리기 3법(엔젤 투자 특례기간 연장 등)’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이 장관 주도로 ‘데이터 기본법’ 개정을 통해 데이터 경제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국회의 아날로그적 업무수행 방식을 개선하고자 21대 국회 최초로 전자문서를 통해 법안을 발의했다. 이후 반년 만에 국회의 종이와 팩스의 입법 관행을 전자발의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성과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전자 입법 매뉴얼을 자체 제작해 강의까지 했을 정도로 많은 애착을 가진 일이기도 했다. 국회에 입성한 뒤에도 ‘도전’은 계속됐다. 이 장관은 2021년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 이공계 정치인의 부족 문제와 국민의힘 지도부에 과학기술 전문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디지털로 정치혁신, 데이터로 정권교체!’라는 슬로건으로 정치와 정당의 디지털화를 위해 주장했다.
비록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해 춤사위를 선보인 ‘범 내려온다’를 패러디한 ‘영 내려온다’ 등은 언론과 여의도 정치권에서 새바람을 일으킨 것으로 주목받았다. 최고위원 출마 선언 당시 기자회견장에 드론을 띄운 점도 인상을 진하게 남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의원 시절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장을 맡았던 이 장관은 대선 당시 인터넷상 여론 조작 대응을 위한 ‘크라켄’ 프로그램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장관과 의원 시절 함께 일한 비서관은 “이 장관을 보면 정말 정치벤처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여의도 정치에 갇혀 있던 사고가 아니라 국민의 시선에서 모든 걸 생각하고 도전하고 실현하는 그런 분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도전의 연속
이 장관은 어려서부터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학부와 대학원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수리과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이 장관은 어릴 적부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서문여고 시절 이과반은 과학 선택과목 중 화학과 생물을 배우게 돼 있었다. 이 장관은 물리와 지구과학을 배우고 싶어 1년 동안 자습할 정도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한다. 이처럼 이 장관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장관은 출범 7년 차를 맞아 “중기는 혁신기업과 같은 도전과 혁신의 정신을 발휘해 중소벤처기업이 세계시장을 호령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경제에 선제 대응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겠다”며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을 육성하고, 디지털 전환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가 의전 서열 33위로 국무위원 중에선 최후순위다. 하지만 경제 현장에서 이 장관이 이끄는 중기부의 위상, 여러 국무위원 중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이 장관의 위상은 그보다 훨씬 앞선다. 모든 것이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 돌파와 도전을 이어간 이 장관이 스스로 일군 성과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