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성향 드러내다 위기 맞은 디즈니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수천 명을 해고한 데 이어 케이블TV 채널(ESPN)의 소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고 암시했다. 디즈니 주가는 최근 2년 동안 ‘반 토막’ 났고, 스트리밍 사업에서는 매년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이 디즈니의 사업 기반인 TV와 영화산업을 위협한 건 분명하다. 그런데 디즈니가 1937년 발표한 고전 애니메이션 ‘백설공주’를 실사 영화로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났다. 디즈니가 진보적 가치를 중시하는 데 불만을 갖거나 소외되는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디즈니의 백설공주 실사 영화에서는 일곱 난쟁이가 다양한 인종의 환상적인 존재로 등장할 예정이다. 그림 형제의 원작에서 눈처럼 하얀 피부의 소유자로 묘사된 백설공주 역은 라틴계 배우 레이철 지글러가 맡았다. 캐스팅 과정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잘못은 아니지만, 디즈니는 단지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기 위해 고전 동화를 재구성하고 있다.

디즈니의 백설공주 실사판 논란

디즈니의 2017년 작 ‘미녀와 야수’ 실사판에서 남성 조연 르푸는 동성애자로 설정됐다. ‘토이 스토리’의 스핀오프인 2022년 작 ‘버즈 라이트이어’에는 동성애자 여성들이 키스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는 ‘덤보’ ‘피터 팬’ ‘정글북’과 같은 고전 애니메이션에 ‘이 콘텐츠는 문화 등과 관련해 부정적인 묘사가 포함돼 있다’는 경고문을 넣었다. 디즈니의 최신작과 할리우드 영화 대부분이 이렇게 좌파 진영의 메시지를 반복한다.

아이거 CEO는 디즈니가 고전하는 이유를 스트리밍에서 찾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때문에 사람들이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시청을 중단한다. 극장을 찾는 관람객 수가 줄어들어 박스오피스 수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적 문제로 고객 잃는다면…

그렇다면 디즈니의 자체 스트리밍 사업 성적은 어떨까. 지난 1분기 디즈니+, ESPN+, 훌루 등 디즈니의 스트리밍 사업부는 6억5900만달러 손실을 냈다. 디즈니+에서만 가입자 400만 명가량이 이탈했다.

디즈니는 경쟁사에 비해 독보적인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에는 영화사 21세기 폭스를 인수해 콘텐츠 경쟁력을 더욱 강화했다. 부모들은 재미있고 교육적이며 자녀의 연령에 적합한 디즈니 콘텐츠에 기꺼이 요금을 낼 의향이 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

디즈니는 자사의 콘텐츠를 이용해 좌파 진영의 호의를 얻는 데 더 관심이 있고, 그를 위해 자사의 경쟁력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전은 비유를 통해 은근하게 미덕이 무엇인지 알려 준다. 그런데 디즈니는 진보적 성향을 ‘주입’하려는 할리우드의 시류에 편승하고 있다.

할리우드는 지금 기술 및 사업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즈니 직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어린이용 콘텐츠에 투영하는 데 집중하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Wokeness Hobbles Disney as It Faces the Streaming Challenge’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