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인간 때문에 사표 썼다"는 '갑질 상사' 처리법 [책마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의 고위 임원 A는 수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주도한 혐의를 받았다. A와 일했던 10여 명의 직원이 인격 비하, 머리 때리기, 육아휴직 신청 직원에 대한 부적절한 비난을 지적하고 나섰다. 외부 전문가의 조사 결과 이러한 악행은 장기간 공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A는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은 듯했다. 이어진 조사와 징계 과정에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허위 신고를 이유로 신고 직원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했다. A는 결국 해고돼 기업을 떠났는데, 해고 무효를 주장하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것은 물론, 기업을 상대로 보복 고소까지 진행했다.

최근 출간된 <선 넘는 사람들>은 이러한 '오피스 빌런'에 대처하는 방법을 담은 책이다. 이들은 윤리의식과 인격상 결함 때문에 기업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한다.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는 직원, 허위 사실에 근거해 진정과 고소 등 분쟁을 유발하는 직원, 인사상의 이익을 얻기 위해 비위행위를 부풀려서 신고하는 직원 등 일터에서 '선을 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

저자는 20년 이상 기업 노동변호사로 활동한 조상욱 변호사다. 그는 오피스 빌런 문제로 고심하는 기업들을 자문하며 알게 된 경험을 모았다. 한경 주간 뉴스레터 'CHO Insight'에 일 년 동안 써온 칼럼을 엮어 이번 책을 출간했다.
"저 인간 때문에 사표 썼다"는 '갑질 상사' 처리법 [책마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 책은 잘못을 저지르는 직원 모두를 오피스 빌런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대부분 직원은 순간적인 부주의 또는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잘못에 관여한다. 이들은 대체로 확실한 증거가 앞에 놓이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기 마련이다.

저자가 지목하는 오피스 빌런들은 어딘가 남다르다. 이들은 상황을 자기한테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뻔한 사실도 부정한다. 문제를 제기한 동료들을 상대로 신고나 고소·고발을 남발하기도 한다. 저자는 "기업은 이들을 대할 때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치밀하게 준비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은 '똑똑한 대응'과 '당당한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 먼저 똑똑한 대응은 중요 쟁점과 법률 이슈를 명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가능하다. 근로기준법, 개인정보보호법, 배임 명예훼손 모욕 공갈에 관해 정하는 형법 등 관련 법체계에 대한 지식은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당당한 대응은 장기적 관점을 고려한 인사 원칙이다. 저자는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로운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한다. 오피스 빌런을 엄중하게 처리하면 법정 공방과 기업 내 소란 등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사건을 미온적으로 처리할 경우 동료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조직문화가 와해하고 기업 평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책이 건네는 조언들은 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어려운 법률 용어를 나열하기보단, 다양한 사례를 통해 기업 경영자나 인사 담당자들이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빌런들의 선공권을 인정하고 차근차근 대처하는 '선수비 후 공격 전략'이나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자진신고제'나 '익명 설문' 등은 참고할 만하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