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 신성'으로 떠올랐던 메르사나, 임상 2상 실패로 추락
단일 후보물질(파이프라인) 기준 역대 최대 규모 공동개발 계약으로 한 때 항체약물접합체(ADC) 업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던 메르사나 테라퓨틱스의 주가가 70% 넘게 급락했다. 선도 후보물질의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 2상 시험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메르사나 테라퓨틱스는 27일(미국 시간) 백금 내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ADC 후보물질 ‘우피피타맙 릴소도틴(UpRi)’이 임상 2상에서 객관적 반응률(ORR)의 개선을 보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ORR이 이번 임상의 1차 평가지표였다.

제약업계에서 이번 임상은 메르사나 테라퓨틱스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갈림길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서로 다른 2개 임상에서 각 1명의 사망 환자가 나오면서 침체된 분위기 반전을 위해선 긍정적 임상 결과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임상은 UpRi의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UpRi는 난치성 난소암 환자에게서 발현되는 나트륨 의존성 인산염 수송 단백질(NaPi2b)을 표적으로 하는 ADC다. 효능 평가를 위한 임상 2상(UPRIFT)에는 268명의 환자가 등록됐으며, 이중 UpRi의 표적인 NaPi2b 양성 환자는 141명이었다. 환자들은 3~4가지 전신요법을 받은 환자들이었으며, 베바시주맙을 투약한 이력이 있는 환자가 84%, PARP 억제제는 69%였다.

5월 31일 데이터 컷오프 기준 전체 환자 ORR은 13.1%였으며, NaPi2b 양성 환자에게선 15.6%가 보고됐다. 회사 측은 화학요법 단독시 기대할 수 있는 ORR인 12% 대비 유의미한 개선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업계는 이번 임상에서 효능 외에도 자세한 안전성 데이터를 기대했지만 메르사나 테라퓨틱스는 이전 임상과 비슷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는 것 외엔 공개하지 않았다. 다가오는 의학 관련 컨퍼런스에서 자세한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메르사나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총 13억6000만 달러(약 1조7422억원) 규모 공동개발 및 상용화 계약을 맺으며 ADC 업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단일 파이프라인 딜 규모로는 최대였다. GSK는 선수금 1억 달러(1280억원)을 지불하며 메르사나 테라퓨틱스의 HER2 표적 ADC ‘XMT-2056’의 독점적인 권한을 확보했다.

임상에서 사망환자 나온 건 XMT-2056 임상이 먼저였다. 5등급 중증 부작용으로 출혈이 발생하며 환자 1명이 사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메르사나에 임상 중단을 통보했다. 회사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도 바뀌었다. 임상 중 환자 사망은 XMT-2056에 그치지 않았다. 선도 후보물질인 UpRi에서도 출혈로 인한 사망환자가 나왔다. 두 번째 환자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 달 15일 이 회사의 주가는 59.2% 급락했다.

선도 후보물질의 임상이 실패하면서 메르사나 테라퓨틱스는 자금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사나 테라퓨틱스가 보유한 현금은 1억2283만 달러(1570억원)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1년 사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은 1억723만 달러가 줄어들었다. 임상 및 연구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 자금 고갈 속도가 빠른 것이다. 회사는 임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우선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