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이 3개월 만에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기는 등 국제 유가가 27일(현지시간) 상승세를 탔다. 미국 경제가 2분기에 ‘깜짝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계 경기에 대한 기대가 커져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9월물은 전 장보다 1.7% 오른 배럴당 80.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은 것은 지난 4월 19일 이후 3개월여 만이다. 같은 날 브렌트유 9월물은 전 장보다 1.6% 상승한 배럴당 84.35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가격도 4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공개된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2.4%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2.0%를 웃돌았다.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확산했다. 소비자 지출과 기업들의 고정 투자, 연방·주 정부 지출 등이 전반적으로 늘었다. 경기가 좋으면 통상 원유 수요가 늘어나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제 막바지라는 예상도 반영됐다.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가 완화하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전망 때문이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리터부시앤드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대표는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가운데 금리도 정점에 가까워지면서 원유와 같은 위험자산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는 여전하다. OPEC+는 다음달 4일 장관 회의를 열고 원유 생산량을 결정한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 애널리스트들은 “공급 부족으로 향후 몇 달 동안 브렌트유가 배럴당 85~9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원유 생산량을 둘러싼 회원국 사이의 견해차가 커지면서 OPEC+가 흔들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놨다. 투자그룹 클린에너지 트랜지션의 매니징 파트너 퍼 레칸더는 “OPEC+가 깨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35달러로 수직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