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경영자와 실무자
필자가 하는 일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만남’이다. 젊은 창업가를 만나서 투자를 유치하고 회사 성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젊은 심사역을 만나고 시장의 흐름을 마주하는, 그야말로 만남의 연속이다.

거창하게 이 일을 ‘스타트업 투자’라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투자 대상인 창업가와 자금을 운용하는 젊은 심사역 간 정보 비대칭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다. 펀드에 투자하는 기관투자가(LP)의 투자 수익 극대화가 업의 첫 번째 목적이고, 이를 위해 투자한 회사가 성장해서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두 번째 목적일 것이다. 이런 목적 달성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창업가를 만나는 행운이고, 두 번째는 재무 투자 외에 이제까지의 경험과 축적된 네트워크로 투자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가 창업한 회사도 스타트업이다 보니 필자가 경영자이자 실무자다. 만나는 스타트업 대표도 그렇다. 펀드 출자자는 금융회사든 기업이든 경영자와 실무자 간 역할과 권한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스타트업 대표와 투자심사역은 젊다는 공통분모 외에는 다 다르다. 한쪽은 꿈을 현실화하고자 미래를 이야기하는 데 비해 다른 한쪽은 아주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분석적이다.

스타트업은 초기에는 경영자(창업자)와 실무자 간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한 의사결정과 행동의 동기에 거의 차이가 없다. 이에 비해 임기가 정해진 전문경영인이 있는 기존 기업은 경영인과 실무자의 의사결정 및 동기가 동일하기 힘들다. 이런 의견에 실무자가 무슨 의사결정 권한이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임기가 정해진 전문경영인과 실무자 간에는 의사결정에 따르는 부담해야 할 ‘책임의 시간’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양자가 추구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각자 고려하는 사항이 달라진다. 종종 실무자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또래 경영자들이 상담을 요청하면 필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우리가 이제껏 축적한 경험도 인공지능(AI)과 다를 바 없다. 다만 설명할 수 없다(AI도 결과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젊은 실무자들이 주인공이 되는 세상에서는 우리의 경험이 연관성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학습 데이터의 차이). 그리고 실무자는 보통 본인의 업무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실무적 분석 측면에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우리의 경험 혹은 인사이트가 실무자의 분석적 의견보다 조금이라도 낫다는 확신이 있다면 결과에 책임진다는 내용을 문서로 남겨라. 그러면 젊은 실무자가 마음으로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