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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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 끝나고 본격적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오존(O3)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다. 산소 원자(O)가 세 개 결합된 오존은 상공에선 자외선 차단에 도움을 주지만, 지표면에서 발생하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심혈관에 문제를 발생시키는 위험 물질이다. 기후변화가 점차 심각해지며 대기 중 오존 농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노약자와 어린이 등은 외부활동 시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오존주의보 발령 급증

28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5개 권역(중부, 동부, 서부, 남부, 북부)에선 올 들어 이날까지 오존주의보가 27회 발령됐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에서 해마다 평균 29.8회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는데, 올해는 7월이 다 가기 전에 벌써 그 정도 횟수가 발령된 것이다.

오존주의보는 시간당 평균 오존 농도가 0.12ppm 이상이면 내려졌다가 0.12ppm 이하로 떨어지면 해제된다. 0.3ppm 이상일 때는 오존경보, 0.5ppm 이상일 때는 중대경보가 내려지는데 아직 국내에서 경보와 중대경보가 발령된 적은 없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전국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는 2012년 66회에서 2022년 10배가 넘는 795회로 증가했다. 과거엔 울산, 창원, 안산 등 공장 밀집지대 주변에서 발령되던 오존주의보가 서울, 부산 등 대도시 권역으로 점차 확산하고 빈도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표면 오존은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자외선 촉매반응으로 생겨난다. 산소(O₂)가 이산화질소(NO₂)에서 산소 원자를 하나 빼앗아 오존이 생성되는 식이다. 바람이 없고 햇볕이 강할 때 오존 발생이 활성화한다.

최근 NOx 배출량은 감소 추세지만, 스프레이와 페인트 등에서 쓰이는 VOCs는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오존 합성 시 촉매 역할을 하는 자외선 강도가 세지고, 평균 기온이 높아져 오존 생성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진단이다. 심성보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팀 연구사는 “각종 환경 규제로 오존 발생에 영향을 주는 유해 물질 배출량이 줄고 있음에도 오존주의보 횟수가 늘어난 건 결국 기후변화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여름철 위협하는 무색 독성 가스

폭염도 힘든데…더 독해진 '오존의 습격'
오존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색깔이 없음에도 독성을 나타내는 가스라는 점이다. 살균에 쓰일 정도로 화학반응성이 높고 인체에도 치명적이다. 농도가 높아지면 호흡기나 눈이 자극받아 기침이 나고 폐 기능도 저하한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과 호흡기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겐 염증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계 평균 오존 농도는 2010년 0.035ppm에서 2019년 0.045ppm으로 올랐다. 이 기간 한국에서 오존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는 2만1085명으로 집계됐다. 사망하지 않아도 될 사망자가 오존 때문에 발생했다는 의미다.

지난봄 한반도에선 대기 정체로 인한 이상 고온이 이어졌다. 5월 전국에 오존주의보가 75회 발령돼 역대 5월 중 최다를 기록하는 등 기승을 부렸다.

이후 장마가 시작되며 오존주의보 발령이 줄었지만 장마가 끝나고 찜통더위가 찾아오면서 다시금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에선 폭염특보가 발령됐을 때 5.5배 이상 오존주의보 발령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존은 미세먼지보다 통제가 더 어렵다. 윤태호 보건환경연구원 대기질모델링 팀장은 “가스성 물질인 오존은 미세먼지와 다르게 마스크로도 막을 수 없다”며 “여름철 오존 농도가 높아지는 오후 2~4시 사이엔 실외 활동을 되도록 자제하고, 페인트칠이나 스프레이 등 VOCs 사용을 하지 않는 게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대훈/조철오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