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진동이 6조 입찰 승부갈라"…獨 파상공세 견딘 '레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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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차기 장갑차 수주전 한화 팀 '축포'
獨, 외교·국방라인 총동원해 지원 사격
호주 "오직 성능.가격 경쟁력만 봤다"
당초 독일이 외교·국방라인을 동원해 링스 지원에 나서면서 우려가 제기됐다. 장갑차의 입찰 가격도 독일이 더 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반적 성능 면에서 레드백 장갑차가 독일 링스보다 우수했던 점이 결과에 작용했다는 평가다. 패트릭 콘로이 호주 군수산업부 장관은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입찰 결정은 오로지 제공된 차량의 성능과 가격과 비교한 (차량) 가치에 따라 결정됐다"고 밝혔다.
호주 육군은 2019~2021년 한국과 독일 입찰 업체로부터 각각 세 대의 시제 차량을 받아 기동성·화력 등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호주군 내 시험평가를 했던 담당자들은 레드백이 호주의 요구사항을 가장 잘 충족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호주 현지매체 등에 따르면 링스는 주행테스트 도중 궤도의 '진동 문제'를 드러냈다. 링스는 양쪽 궤도에 철제 소재를 사용한다. 반면 레드백은 캐나다 '소시(Soucy)'사의 복합소재 고무궤도를 사용했다.
호주의 성능 테스트가 끝난 2021년 11월 라인메탈 호주법인은 갑자기 "캐나다 제품의 고무궤도를 장착해 운용할 수 있다"는 발표를 했다. 독일이 고무궤도를 장착한 장갑차로 다시 테스트를 받기를 원했지만, 호주 군 당국은 이같은 독일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화 관계자는 "레드백은 고무궤도 외에도 차량 하부에 '유기압 현수 장치(ISU)'를 장착했다"며 "주행 성능과 내구성은 높이고 진동·소음을 잡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하부에는 지뢰가 터져도 화염 등을 차단하는 폭발충격 완화장치도 달았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이른바 '한화 팀'은 원격사격통제체계(RWS)를 만드는 호주의 EOS를 비롯해 이클립스(차량정보관리 시스템), 밀스펙(교류발전기·보조전원장치), 비살로이(철강). 마란드(금속가공), CBG시스템즈(방호 덮개) 등 주요 협력사 대부분을 호주업체로 채웠다. 콘로이 장관이 결과 발표에서 "레드백을 만들면 호주산업 공급망에서 최대 600개의 직접 일자리와 1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지원될 것"이라고 밝힌 부분도 이와 연결된다.
호주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호주는 "첫 번째 레드백이 2027년 초에 인도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수주한 129대 모두 2028년 말 전까지는 호주에 인도된다. 기존 호주 정부가 계획했던 장갑차 인도 시점은 2029년인데, 2년 가량 앞당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같이 신속히 물품을 납품할 수 있는 것은 한화가 현지생산으로 호주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을 짠 요인도 있다. 한화는 지난해 4월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한국 방산 기업 최초로 공장을 착공했다. 아발론 공항 내 15만㎡ 부지에 장갑차 생산시설과 1.5km 길이의 주행트랙, 시험장, 도하 성능시험장, 사격장, R&D센터 등을 짓는다. 한화의 호주형 K9 자주포인 헌츠맨 AS9과 탄약운반차인 AS10도 이곳에서 생산될 예정으로, 2024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레드백 장갑차도 이곳에서 제조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리차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의 선거구가 빅토리아주 질롱"이라며 "선거구에 장갑차 생산공장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수주전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관측했다. 우리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호주로 건너가 현지 생산시설을 통해 기술이전, 지속적 일자리 창출, 해외 공동 마케팅 등에 이점이 있음을 호주에 설득했다"고 말했다.
우리 군 당국은 차세대 상륙돌격장갑차 개발에도 레드백에 적용된 첨단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호주군 장갑차 입찰 경쟁에서 레드백이 우리 군의 도입장비가 아닌 점은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향후 호주시장에서 추가적인 무기 수주를 위해선 독일과 같은 역수입 전략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한반도에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호주 육군의 레드백 장갑차를 비상 전력으로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獨, 외교·국방라인 총동원해 지원 사격
호주 "오직 성능.가격 경쟁력만 봤다"
호주군의 차기 장갑차 수주전을 수 일 앞두고 암울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AS-21 '레드백' 장갑차가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독일의 막판 파상 공세가 거셌다.이달 초 독일 방산업체(라인메탈)가 호주에서 만든 장갑차(박서)가 독일로의 역수출이 결정된 영향이 컸다. 유럽을 방문했던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앞두고 독일에 장갑차 100대를 판매하는 계약에 서명했다. 독일이 자국 호주법인이 만든 '장갑차 역수입'이란 당근을 호주에 제시한 것이다. 지난 18일 독일 육군 중장은 호주로 건너와 호주 당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승자는 레드백이었다. 호주군 당국의 성능 테스트에서 레드백이 독일 제품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갖췄던 결과로 풀이된다. 호주 현지에서는 "레드백이 독일 장갑차(KF-41 링스)에 비해 60% 가량 더 높은 수준으로 호주 요구조건을 만족시켰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주행 테스트에서 금속궤도를 달고 있는 독일 장갑차의 진동이 문제가 되면서 이번 입찰 결과를 가른 결정적 요인이 됐다.
호주 "입찰경쟁, 차량 성능·가성비로만 평가"
호주 국방부는 지난 26일 "호주군 현대화 사업인 '랜드400 페이즈3(3단계)' 보병전투차량 우산협상 대상 기종으로 레드백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레드백은 이미 2019년 9월 독일 라인멘탈의 ‘링스’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말 호주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결정이 지연되며 올해까지 이어져 왔다. 이 사업은 호주군이 1960년대에 도입한 미국제 M113 장갑차를 교체하기 위한 사업이다. 최종 계약이 체결되면 호주군은 2027년 하반기부터 레드백 129대를 순차로 배치할 계획이다. 호주 정부는 2018년 원래 이번 사업을 통해 장갑차 450대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4월 말 호주의 새 국방전략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도입 대수를 줄였다. 이에 따라 사업 규모도 3분의 1 정도로 축소됐지만, 여전히 큰 액수여서 국내 방산업계에선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호주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사업의 규모는 50억 호주달러(약 4조 원)에서 70억 호주달러(약 6조원) 사이로 추정된다.당초 독일이 외교·국방라인을 동원해 링스 지원에 나서면서 우려가 제기됐다. 장갑차의 입찰 가격도 독일이 더 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반적 성능 면에서 레드백 장갑차가 독일 링스보다 우수했던 점이 결과에 작용했다는 평가다. 패트릭 콘로이 호주 군수산업부 장관은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입찰 결정은 오로지 제공된 차량의 성능과 가격과 비교한 (차량) 가치에 따라 결정됐다"고 밝혔다.
호주 육군은 2019~2021년 한국과 독일 입찰 업체로부터 각각 세 대의 시제 차량을 받아 기동성·화력 등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호주군 내 시험평가를 했던 담당자들은 레드백이 호주의 요구사항을 가장 잘 충족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호주 현지매체 등에 따르면 링스는 주행테스트 도중 궤도의 '진동 문제'를 드러냈다. 링스는 양쪽 궤도에 철제 소재를 사용한다. 반면 레드백은 캐나다 '소시(Soucy)'사의 복합소재 고무궤도를 사용했다.
호주의 성능 테스트가 끝난 2021년 11월 라인메탈 호주법인은 갑자기 "캐나다 제품의 고무궤도를 장착해 운용할 수 있다"는 발표를 했다. 독일이 고무궤도를 장착한 장갑차로 다시 테스트를 받기를 원했지만, 호주 군 당국은 이같은 독일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화 관계자는 "레드백은 고무궤도 외에도 차량 하부에 '유기압 현수 장치(ISU)'를 장착했다"며 "주행 성능과 내구성은 높이고 진동·소음을 잡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하부에는 지뢰가 터져도 화염 등을 차단하는 폭발충격 완화장치도 달았다.
"호주 국방장관 선거구에 공장 건설…수주전 유리"
군사 전문가들은 호주 방산업체와의 협력도 이번 수주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는 레드백 장갑차에 들어가는 부품 생산 협력사로 꾸준히 호주 현지업체들을 대거 포함시켰다.이번 입찰에 참여한 이른바 '한화 팀'은 원격사격통제체계(RWS)를 만드는 호주의 EOS를 비롯해 이클립스(차량정보관리 시스템), 밀스펙(교류발전기·보조전원장치), 비살로이(철강). 마란드(금속가공), CBG시스템즈(방호 덮개) 등 주요 협력사 대부분을 호주업체로 채웠다. 콘로이 장관이 결과 발표에서 "레드백을 만들면 호주산업 공급망에서 최대 600개의 직접 일자리와 1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지원될 것"이라고 밝힌 부분도 이와 연결된다.
호주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호주는 "첫 번째 레드백이 2027년 초에 인도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수주한 129대 모두 2028년 말 전까지는 호주에 인도된다. 기존 호주 정부가 계획했던 장갑차 인도 시점은 2029년인데, 2년 가량 앞당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같이 신속히 물품을 납품할 수 있는 것은 한화가 현지생산으로 호주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을 짠 요인도 있다. 한화는 지난해 4월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한국 방산 기업 최초로 공장을 착공했다. 아발론 공항 내 15만㎡ 부지에 장갑차 생산시설과 1.5km 길이의 주행트랙, 시험장, 도하 성능시험장, 사격장, R&D센터 등을 짓는다. 한화의 호주형 K9 자주포인 헌츠맨 AS9과 탄약운반차인 AS10도 이곳에서 생산될 예정으로, 2024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레드백 장갑차도 이곳에서 제조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리차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의 선거구가 빅토리아주 질롱"이라며 "선거구에 장갑차 생산공장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수주전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관측했다. 우리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호주로 건너가 현지 생산시설을 통해 기술이전, 지속적 일자리 창출, 해외 공동 마케팅 등에 이점이 있음을 호주에 설득했다"고 말했다.
우리 군 당국은 차세대 상륙돌격장갑차 개발에도 레드백에 적용된 첨단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호주군 장갑차 입찰 경쟁에서 레드백이 우리 군의 도입장비가 아닌 점은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향후 호주시장에서 추가적인 무기 수주를 위해선 독일과 같은 역수입 전략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한반도에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호주 육군의 레드백 장갑차를 비상 전력으로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