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승 2패 vs 1승 6패…’페이커의 빈자리’ 뼈아픈 T1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T1은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를 넘어 롤판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다. 그 이유는 e스포츠 최고의 스타인 페이커(이상혁)가 속해 있기 때문이다. 명성에 걸맞게 T1은 그동안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3회 우승, LCK 10회 우승,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회 우승 등 압도적인 커리어를 쌓아왔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유독 T1에 가혹하다. 페이커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배성웅 (벵기) 전 감독마저 사임하면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페이커가 빠지기 전 6승 2패를 기록했던 T1은 페이커의 휴식 이후 1승 6패로 부진을 겪으며 현재 총합 7승 8패로 리그 5위에 머무르고 있다.
T1은 지난 7월 2일 농심 레드포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할 때까지만 해도 순탄한 여정을 보냈다. KT롤스터와 젠지 e스포츠에게 패했지만 6승 2패를 기록하며 리그 3위에서 최상위권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5일 DRX와의 정규리그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페이커가 손목과 팔목 통증을 이유로 휴식을 택했다. T1은 포비(윤성원)를 미드 라이너 자리에 급하게 콜업했다.
당시에는 페이커가 빠졌지만 제우스(최우제), 오너(문현준), 구마유시(이민형), 그리고 케리아(류민석) 등 나머지 멤버들이 버티고 있기에 하위권 팀을 상대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빗나갔다. 페이커가 빠진 당일 DRX와의 경기에서 T1은 세트 스코어 0 대 2로 완패했다.
설상가상으로 배성웅 전 T1 감독이 8일 사임하면서 팀 분위기가 더욱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T1은 최근 1라운드에 승리했던 디플러스 기아, 한화생명 e스포츠 등 서부 팀은 물론 OK저축은행 브리온, DRX 등 하위권 팀들에게도 연달아 패하며 최악의 부진을 경험하고 있다. 페이커의 부재가 특히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과 경기 운영에 있어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년간 꾸준히 국내리그 상위권에서 활약하며 쌓인 페이커의 노하우와 게임을 보는 눈이 T1의 강력한 구심점이었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T1의 감독 임시 대행을 맡고 있는 임재현(톰) 코치는 지난 27일 DRX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가끔씩 비는 콜이 있고 오브젝트 상황에서 딜레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페이커가 돌아오면 챔피언 픽에서 (유연함이) 돌아올 수 있을 거 같고, 교전이나 사이드(운영)도 현재보다 나아질 거라고 본다”라는 전망을 밝혔다.
다만 페이커가 당장 돌아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해당 인터뷰에서 페이커의 복귀 시기를 묻는 질문에 임재현 코치는 “여전히 치료와 솔로 랭크를 하고 있다”라며 “상점에서 아이템을 살 때 반대쪽 손을 사용하는 등 (불편한) 모습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페이커의 팔 상태가 여전히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재현 코치는 "(페이커가) 플레이오프 이전까지는 어떻게든 복귀하려 한다"라며 정규 시즌 종료 전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롤드컵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T1은 한국에서 열린 2014년과 2018년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했던 징크스가 있다. 올해에도 서울과 부산에서 롤드컵이 열린다. T1이 지금의 부진을 이겨내고 국내서 열린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하는 징크스를 벗어던질 수 있을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