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한반도톡] 밀가루와 분식…김정은의 식량난 극복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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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농사 확대·음식 개발 등 자구노력…밀 수출 1위 러시아도 든든한 뒷배
북한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식량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밀가루 증산과 분식 장려에 집중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인민들에게 흰쌀과 밀가루를 보장함으로써 식생활을 문명하게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조건을 지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결론을 통해 "우리 인민의 식생활 문화를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 위주로 바꾸는데로 나라의 농업생산을 지향시키기 위한 방도적 문제들을 밝혔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했다.
전통적으로 쌀밥 위주의 식단에 익숙한 한민족의 식문화를 개선해 부족한 쌀 대신 다른 작물을 통해 식량난을 극복해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를 위해 북한은 우선 작물 재배치를 통해 밀 재배 면적을 늘리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통계청 북한통계 포털사이트에 따르면 북한의 밀 생산량은 2021년 8만6천604t, 호밀이 6만3천848t이다.
그해 북한의 곡물생산량이 489만t 정도로 추정되는데 밀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밀과 보리의 파종면적을 2배 이상으로 확대하고 선진 재배방법의 보급과 농장의 밀 농사 경험 축적을 지시했다.
이와 동시에 밥 대신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북한 사회에 확산해 나가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작년 12월 평양의 대표적인 식당인 평양면옥에서 '밀가루음식 전시회'가 열렸다.
청류관 등 유명 식당과 민성식품공장,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 능라식료공장, 선흥식료공장을 비롯한 70여개 식당과 공장이 참여했다.
당시 조선중앙TV는 전시회 소식을 전하면서 "햄버거, 호트도그(핫도그)와 같은 다른 나라의 밀가루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준 요리 명수들의 시범 출연도 이채를 띠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버섯우동, 푸초새우소만두, 남새볶음국수, 와플, 딸기말이단설기(파이) 등 다양한 밀가루 제품들이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인터뷰에서 "우리 집에서는 아침이면 간단하게 빵을 먹곤 한다.
간편하기도 하고 소화도 잘되며 좋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전시회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북한은 이런 밀가루 제품의 확산에 맞춰 밀가루 생산을 위한 가공시설의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23일 "밀 생산량이 늘어나는데 맞게 모든 도, 시, 군에서 밀 가공 능력을 확장하기 위한 사업이 활발히 조직·전개되고 있다"며 해주, 남포, 원산, 함흥, 평양 등의 밀가루 생산공장이 확장·현대화를 했고 전국 200여개 시, 군 양정사업소에서도 밀 가공 능력을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밀 농사 확대와 밀 가공시설 확장을 지시하고 있지만, 북한에서 주민 식생활 개선을 감당할 만큼의 양을 생산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나라가 밀 재배면적을 차츰 늘려가고 있지만 한 해 334만t(2020년 기준) 넘는 밀을 수입하는 실정인 것을 감안하면, 북한이 증가하는 수요를 자체 생산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외부에서 수입하거나 지원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북한에서 밀가루 제품은 값비싼 식료품에 해당한다.
한 탈북민은 "과거 냉전 시대에는 러시아에서 밀가루를 공급받아 흔했지만, 동구권 붕괴 후에는 러시아가 밀가루 교역에 경화 결제를 요구하면서 희귀해졌다"며 "남쪽에서는 싼 식재료지만 북쪽에서는 구하기 힘든 귀한 식재료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쌀과 밀가루로 식량난을 극복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구상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우방의 도움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압도적인 세계 1위의 쌀 생산국으로 2019년 기준으로 2억900만t의 쌀을 생산해 북한이 쌀을 구입하거나 지원받는 주요 루트로 자리 잡았다.
올해 들어 식량난이 악화하면서 북한은 상반기에만 11만4천996t의 쌀을 중국에서 수입했다.
러시아는 밀가루 수출의 종주국이다.
러시아는 세계 밀 수출시장의 20% 안팎을 점유하며 1위 수출국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곡물을 거래하는 메이저 회사들이 러시아산 밀에서 손을 떼면서 판로가 악화하고 있다.
북한에 이런 환경은 싼값에 러시아산 밀을 들여올 기회가 됐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 4월과 5월, 쿠즈바스 지역에서 생산된 밀가루 각각 1천280t, 1천276t을 북한에 수출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밀수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은 무기를, 러시아는 밀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거래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 1960∼1970년대 남쪽에서도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권장하는 '분식 장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미국에서 원조받거나 싼 가격에 들여온 밀가루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한 고위층 출신 탈북민은 "스위스 유학 경험으로 밀가루 음식이 익숙한 김정은은 쌀이나 옥수수 대신 밀로 식량난을 극복해보려는 것 같다"며 "그동안 북한에서 밀가루 음식이 구하기 쉽지 않았던 만큼 자체 생산을 하든 러시아에서 수입하든 주민들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인민들에게 흰쌀과 밀가루를 보장함으로써 식생활을 문명하게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조건을 지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결론을 통해 "우리 인민의 식생활 문화를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 위주로 바꾸는데로 나라의 농업생산을 지향시키기 위한 방도적 문제들을 밝혔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했다.
전통적으로 쌀밥 위주의 식단에 익숙한 한민족의 식문화를 개선해 부족한 쌀 대신 다른 작물을 통해 식량난을 극복해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를 위해 북한은 우선 작물 재배치를 통해 밀 재배 면적을 늘리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통계청 북한통계 포털사이트에 따르면 북한의 밀 생산량은 2021년 8만6천604t, 호밀이 6만3천848t이다.
그해 북한의 곡물생산량이 489만t 정도로 추정되는데 밀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밀과 보리의 파종면적을 2배 이상으로 확대하고 선진 재배방법의 보급과 농장의 밀 농사 경험 축적을 지시했다.
이와 동시에 밥 대신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북한 사회에 확산해 나가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작년 12월 평양의 대표적인 식당인 평양면옥에서 '밀가루음식 전시회'가 열렸다.
청류관 등 유명 식당과 민성식품공장,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 능라식료공장, 선흥식료공장을 비롯한 70여개 식당과 공장이 참여했다.
당시 조선중앙TV는 전시회 소식을 전하면서 "햄버거, 호트도그(핫도그)와 같은 다른 나라의 밀가루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준 요리 명수들의 시범 출연도 이채를 띠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버섯우동, 푸초새우소만두, 남새볶음국수, 와플, 딸기말이단설기(파이) 등 다양한 밀가루 제품들이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인터뷰에서 "우리 집에서는 아침이면 간단하게 빵을 먹곤 한다.
간편하기도 하고 소화도 잘되며 좋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전시회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북한은 이런 밀가루 제품의 확산에 맞춰 밀가루 생산을 위한 가공시설의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23일 "밀 생산량이 늘어나는데 맞게 모든 도, 시, 군에서 밀 가공 능력을 확장하기 위한 사업이 활발히 조직·전개되고 있다"며 해주, 남포, 원산, 함흥, 평양 등의 밀가루 생산공장이 확장·현대화를 했고 전국 200여개 시, 군 양정사업소에서도 밀 가공 능력을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밀 농사 확대와 밀 가공시설 확장을 지시하고 있지만, 북한에서 주민 식생활 개선을 감당할 만큼의 양을 생산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나라가 밀 재배면적을 차츰 늘려가고 있지만 한 해 334만t(2020년 기준) 넘는 밀을 수입하는 실정인 것을 감안하면, 북한이 증가하는 수요를 자체 생산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외부에서 수입하거나 지원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북한에서 밀가루 제품은 값비싼 식료품에 해당한다.
한 탈북민은 "과거 냉전 시대에는 러시아에서 밀가루를 공급받아 흔했지만, 동구권 붕괴 후에는 러시아가 밀가루 교역에 경화 결제를 요구하면서 희귀해졌다"며 "남쪽에서는 싼 식재료지만 북쪽에서는 구하기 힘든 귀한 식재료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쌀과 밀가루로 식량난을 극복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구상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우방의 도움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압도적인 세계 1위의 쌀 생산국으로 2019년 기준으로 2억900만t의 쌀을 생산해 북한이 쌀을 구입하거나 지원받는 주요 루트로 자리 잡았다.
올해 들어 식량난이 악화하면서 북한은 상반기에만 11만4천996t의 쌀을 중국에서 수입했다.
러시아는 밀가루 수출의 종주국이다.
러시아는 세계 밀 수출시장의 20% 안팎을 점유하며 1위 수출국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곡물을 거래하는 메이저 회사들이 러시아산 밀에서 손을 떼면서 판로가 악화하고 있다.
북한에 이런 환경은 싼값에 러시아산 밀을 들여올 기회가 됐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 4월과 5월, 쿠즈바스 지역에서 생산된 밀가루 각각 1천280t, 1천276t을 북한에 수출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밀수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은 무기를, 러시아는 밀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거래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 1960∼1970년대 남쪽에서도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권장하는 '분식 장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미국에서 원조받거나 싼 가격에 들여온 밀가루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한 고위층 출신 탈북민은 "스위스 유학 경험으로 밀가루 음식이 익숙한 김정은은 쌀이나 옥수수 대신 밀로 식량난을 극복해보려는 것 같다"며 "그동안 북한에서 밀가루 음식이 구하기 쉽지 않았던 만큼 자체 생산을 하든 러시아에서 수입하든 주민들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