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아올린 위성만 4500개…'우주 권력자' 된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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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우주 공간에서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사업 ‘스타링크’를 두고 이같이 보도했다. 우주개발 회사 스페이스X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540~570㎞)의 서로 다른 네 가지 궤도에 인공위성을 띄워 전 세계에 고속 인터넷 서비스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머스크가 위성 인터넷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글로벌 안보 분야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머스크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4500개의 위성을 쏘아 올렸다. 이는 세계 각국이 운용하고 있는 인공위성 중 50%에 해당하는 수치다. 매년 800개가량의 위성을 발사하고 있는 스타링크의 1세대 위성 배치계획은 1만2000개이다. 장기적으로 총 4만2000개의 위성을 띄워 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스타링크가 위성 인터넷에서 가진 영향력은 이미 강력하다. 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예로 들었다. 지난 3월 지난 3월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과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인 발레리 잘루즈니 장군과의 회담에서 주요 안건 중 하나는 스타링크였다. 전쟁 발발 지역에서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제외하고 일반 인터넷 접속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쟁 중 안정적 인터넷 접속을 원한 우크라이나는 스타링크를 이용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도 사기업인 스타링크에 대해서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고, 스타링크 측은 접속 요청을 거부했다. NYT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은 현지 작전도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가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대한 인터넷 접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 함께, 위성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 18개월간 미국 정부에 머스크의 스타링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국가의 수는 최소 9개국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해 정보 주권을 이유로 스타링크에 대응하는 별도의 위성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중국도 맞대응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중국판 스타링크’ 구축 사업인 ‘궈왕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6월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서 계획한 위성 수는 1만2992개다. 이와 함께 중국은 스타링크 위성과 자국의 우주정거장이 충돌 위험에 직면한 상황을 언급하면서 “스페이스X의 인공위성이 우주공간 개발에 방해가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터키의 경우 올해 대지진 직후 사고지역에 위성 인터넷 접속을 허용하겠다는 머스크의 제안을 거부했다. 부정적인 뉴스가 정부 검열을 뚫고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터키 정부가 머스크의 제안을 거부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스페이스X는 한국에서 스타링크 서비스 론칭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스타링크코리아를 설립했으며,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간통신사업자 등록도 완료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