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경 CEO 인터뷰…"웹툰, 美 주류 콘텐츠에 진입 시작해, 성장세 주목"

웹툰 '테러맨' 속 다크히어로와 '부활남'의 초능력자가 '테러대부활'이라는 별도의 작품 속에서 대립하며 결투를 펼친다.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 시리즈 속 '시빌 워'를 연상케 하는 이 웹툰은 콘텐츠 제작사 와이랩이 만든 슈퍼스트링 세계관 속 작품들이다.

'한국의 마블' 꿈꾸는 와이랩 CEO "세계관으로 웹툰에 생명력"
심준경(41) 와이랩 최고경영자(CEO)는 27일 서울 마포구 와이랩 본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웹툰이 아무리 히트해도 연재가 끝나면 금방 잊힌다.

하지만 세계관이 유지된다면 긴 호흡으로 지적재산(IP)을 계속 가져갈 수 있다"며 웹툰 세계관을 만드는 이유를 밝혔다.

와이랩이 이처럼 웹툰을 종으로 횡으로 엮어 만든 세계관은 총 4개다.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하는 슈퍼스트링, 학교를 배경으로 한 블루스트링, 로맨스가 주를 이루는 레드스트링, 로맨스판타지를 내세운 골드스트링 등이다.

자칫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세계관 설정을 굳이 만든 이유는 웹툰IP가 반짝 뜨고 지나가지 않고 오래도록 독자의 곁에 살아있길 바라서다.

심 CEO는 '부활남' 속 캐릭터 전영하를 대표사례로 꼽았다.

전영하가 조연으로 나오던 '부활남'은 2019년 완결됐지만, 캐릭터는 이후 '한림체육관', '스터디그룹', '테러대부활' 등에 등장하며 서사와 설정을 계속 유지했고, 독자들에게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 CEO는 "마블을 벤치마크한 부분이 있다"며 "마블이나 디즈니에서 어떻게 IP의 라이프사이클을 연장하고 브랜드화하는지 선례를 공부하고 실현해나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마블' 꿈꾸는 와이랩 CEO "세계관으로 웹툰에 생명력"
세계관 기반 웹툰으로 가장 잘 알려졌지만, 와이랩은 2010년 설립돼 웹툰 업계에 스튜디오 방식을 가장 처음으로 도입한 CP(콘텐츠제작)사로도 꼽힌다.

'참교육', '아일랜드', '무직백수 계백순' 등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작품들이 모두 와이랩이라는 한 배에서 나왔다.

최근에는 영상 제작으로 발을 넓혔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아일랜드'를 스튜디오드래곤과 공동 제작했고, '스터디그룹' 드라마도 촬영 준비 중이다.

심 CEO는 "에이전시 형태로 '찌질의 역사', '패션왕' 등을 내놨던 설립부터 2015년까지가 1기, 스튜디오로 전환해 세계관을 만든 2016년부터 2019년까지가 2기, 드라마 제작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한 2020년부터 지금까지가 3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기는 웹툰과 영상 제작 조직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트랜스 미디어를 실현하는 기간, 5기는 브랜드화된 IP에서 라이선스 수입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 CEO는 웹툰 작가 출신이거나 만화계에 오래 종사한 관계자는 아니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등 투자업계에 종사했으며 2016년부터 와이랩에 합류했다.

그는 "웹툰업계를 제가 제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만 7년 정도 일했다"며 "사내에 120명의 직원이 모두 웹툰 전문가인데, 플랫폼을 제외하고 이렇게 전문가가 모인 곳도 많지 않다.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마블' 꿈꾸는 와이랩 CEO "세계관으로 웹툰에 생명력"
전 세계를 강타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풍토병으로 변모하면서 집에서 나 홀로 소비하던 웹툰, OTT(동영상 스트리밍) 등 여러 문화 산업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의 웹툰 성장세가 업계 전반을 견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시험대로 볼 정도로 까다로운 시장인 한국에서 이미 웹툰이 성공했다면, 전 세계적으로도 성장 가능성을 장밋빛으로 본다"며 "게다가 넷플릭스 등의 영향으로 국가 간 언어나 문화는 중요하지 않고 서사만 재밌으면 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 인구 3억4천만명 중에서 1천200만명이 웹툰을 본다고 한다"며 "웹툰이 미국 젊은 사람들이 보는 주류 콘텐츠에 진입했고, 이처럼 주류로 올라가고 있는 속도를 엔데믹 등 단기적인 조정이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와이랩은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그는 "일본법인 와이랩스튜디오스를 한국 웹툰 회사의 자회사 이미지로 만들고 싶지 않다"며 "글로벌한 회사가 되고 싶다"고도 말했다.

20년 전만 해도 작은 국내 기업이었던 연예기획사들이 현재는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하는 큰 기업이 된 것을 언급하며, 와이랩도 향후 이처럼 영향력 있는 콘텐츠 회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2001년에 JYP엔터테인먼트가 상장했는데, 지금은 한국 연예기획사라고만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콘텐츠 회사가 됐잖아요.

어쩌면 지금의 와이랩이 2001년의 JYP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20년 뒤에는 더 영향력 있는 회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웹툰에는 그 정도의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