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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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달 중순 자국 기업의 대(對)중국 첨단 기술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이 반도체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통제에 나서면서 미국 역시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이란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를 담은 행정명령에 8월 중순 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기업이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과 관련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또 미국 기업이 중국의 첨단 기술 기업에 신규 투자할 경우 정부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8월 중순에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내년부터 적용된다. 제한 대상은 신규 투자에 한정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정권 출범 직후부터 중국의 첨단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미국 기업 등의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검토해왔다. 하지만 민간 기업의 투자를 정부가 직접 규제한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때문에 발표 예상 시점이 계속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가 한국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자국 기업이 AI와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 및 생산 장비 등을 중국 기업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포괄적인 규제를 발표하면서 중국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외국 기업은 개별 심사를 받게끔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조치가 1년간 유예된 상태다.

미국은 고위급 인사 방문을 통해 중국과의 외교적 소통 복원에 힘쓰면서 압박 수위 또한 높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을 찾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번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가 “소수의 첨단 산업군에만 좁게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미국 상원은 미국 투자자가 중국 첨단 기술 기업의 지분을 획득할 때 미국 재무부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NDAA) 수정안을 지난 25일 승인했다. 이 법안은 하원을 통과한 법안과의 조율을 거쳐 대통령 서명을 받으면 발효된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