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1년8개월…中 수입 의존 더 심해졌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인니·베트남産 품질 저하로 외면
중국산 수입 66%→89%로
중국산 수입 66%→89%로
한국이 수입하는 요소의 중국산 비중이 2021년 71%에서 올 상반기 89% 이상으로 되레 높아졌다.
중국이 2021년 10월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요소수 부족으로 물류 대란을 겪자 한국 정부가 요소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했으나, 결국 ‘공염불’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다음달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나서는 등 자원 전쟁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정부의 공급망 다변화 정책이 요소수처럼 말로만 그치면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차량용 요소수 등에 쓰이는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은 2021년 71.2%에서 이듬해 66.5%로 떨어졌다가 올해 상반기 89.3%로 다시 상승했다. 중국이 수출 통제를 풀자 고품질에 저렴한 중국산 요소로 다시 눈을 돌린 사업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석탄에서 추출한 암모니아로 제조하는 요소는 경유차 오염 물질 저감, 농업용 비료, 석탄발전소 탄소 저감 장치 등에 쓰인다.
2021년 10월 중국이 자국 석탄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로 갑자기 요소 수출을 금지하면서 국내에서 차량용 요소수가 부족해지는 ‘요소수 대란’이 벌어졌다. 평소 10L당 1만원 수준이던 요소수 가격은 당시 10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정부와 산업계는 요소수 대란이 터진 뒤인 2021년 말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수입처를 다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 2022년 요소 수입 중 중국산 비중은 66.5%까지 떨어졌다. 그 빈자리는 베트남과 카타르(각 8.8%), 인도네시아(7.3%) 등이 메꿨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산 요소 수입 비중은 0%대로 떨어졌고, 다시 중국산 요소가 수입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 “요소수 사태에서 드러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경제 안보와 밀접한 핵심 품목 공급망 관리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던 정부의 발표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한 무역 전문가는 “수입 다변화를 해보니 동남아산 요소의 품질이 중국산에 크게 뒤떨어졌다”며 “경제성까지 고려할 때 중국산 요소는 대체 불가능하다는 게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印尼서 월 1만t 수입 협약에도 올해 실제 들여온 요소 '제로'
2021년 말 한국에 불어닥친 ‘요소수 대란’은 미·중 갈등 때문에 벌어졌다. 미국의 주요 동맹인 호주와 갈등을 빚던 중국이 2020년 호주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석탄 공급을 호주에 의존하던 중국은 석탄 부족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자국 에너지원의 60%를 석탄에 의존하던 중국은 전력난을 감수해야 했다. 중국이 2021년 10월 석탄에서 추출한 암모니아를 주원료로 생산하는 요소 등 29개 품목의 수출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불똥은 한국으로 튀었다. 국내에서 화물차에 주로 쓰이는 차량용 요소수 품귀현상이 벌어지면서 물류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요소수 가격이 10배 가까이 치솟고, 화물차가 멈춰 설 위기에 처하자 다급해진 정부는 요소 수입 다변화를 적극 추진했다. 대표적인 상대국이 인도네시아다. 정부는 2021년 12월 협약을 맺고 3년간 매달 1만t 규모의 인도네시아산 공업용 요소를 수입한다고 발표했다. 예정대로 수입 다변화가 이뤄졌다면 작년 국내 요소 수입 비중의 38%를 인도네시아산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인도네시아산 요소 수입 비중은 7.3%에 불과했고 올해는 ‘0’이다.
카타르만 6.1%의 수입 비중을 유지하고 있을 뿐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독일산 수입 비중은 더 미미하다. 석탄 공급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중국이 요소 수출을 재개하자 다시 중국산 요소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산이 공급망에서 가장 효율적인 분야가 많다 보니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요소처럼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산이 압도적 우위를 점한 상품과 자원이 많다는 의미다. 정부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자원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산을 구할 수 있다면 비싼 값에 품질 낮은 (중국 외 다른 나라) 요소를 수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높은 중국산 의존도가 요소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첨단 산업 수출통제에 맞서 광물 수출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은 첨단 산업에 쓰이는 핵심 원자재 51종 가운데 33종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다. 중국이 수출통제 대상을 추가할 때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공급망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에 공급망 다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
중국이 2021년 10월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요소수 부족으로 물류 대란을 겪자 한국 정부가 요소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했으나, 결국 ‘공염불’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다음달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나서는 등 자원 전쟁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정부의 공급망 다변화 정책이 요소수처럼 말로만 그치면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차량용 요소수 등에 쓰이는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은 2021년 71.2%에서 이듬해 66.5%로 떨어졌다가 올해 상반기 89.3%로 다시 상승했다. 중국이 수출 통제를 풀자 고품질에 저렴한 중국산 요소로 다시 눈을 돌린 사업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석탄에서 추출한 암모니아로 제조하는 요소는 경유차 오염 물질 저감, 농업용 비료, 석탄발전소 탄소 저감 장치 등에 쓰인다.
2021년 10월 중국이 자국 석탄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로 갑자기 요소 수출을 금지하면서 국내에서 차량용 요소수가 부족해지는 ‘요소수 대란’이 벌어졌다. 평소 10L당 1만원 수준이던 요소수 가격은 당시 10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정부와 산업계는 요소수 대란이 터진 뒤인 2021년 말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수입처를 다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 2022년 요소 수입 중 중국산 비중은 66.5%까지 떨어졌다. 그 빈자리는 베트남과 카타르(각 8.8%), 인도네시아(7.3%) 등이 메꿨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산 요소 수입 비중은 0%대로 떨어졌고, 다시 중국산 요소가 수입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 “요소수 사태에서 드러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경제 안보와 밀접한 핵심 품목 공급망 관리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던 정부의 발표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한 무역 전문가는 “수입 다변화를 해보니 동남아산 요소의 품질이 중국산에 크게 뒤떨어졌다”며 “경제성까지 고려할 때 중국산 요소는 대체 불가능하다는 게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印尼서 월 1만t 수입 협약에도 올해 실제 들여온 요소 '제로'
중국산 품질·가격 압도적…정부 모니터링해도 한계
2021년 말 한국에 불어닥친 ‘요소수 대란’은 미·중 갈등 때문에 벌어졌다. 미국의 주요 동맹인 호주와 갈등을 빚던 중국이 2020년 호주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석탄 공급을 호주에 의존하던 중국은 석탄 부족에 시달렸다.이 때문에 자국 에너지원의 60%를 석탄에 의존하던 중국은 전력난을 감수해야 했다. 중국이 2021년 10월 석탄에서 추출한 암모니아를 주원료로 생산하는 요소 등 29개 품목의 수출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불똥은 한국으로 튀었다. 국내에서 화물차에 주로 쓰이는 차량용 요소수 품귀현상이 벌어지면서 물류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요소수 가격이 10배 가까이 치솟고, 화물차가 멈춰 설 위기에 처하자 다급해진 정부는 요소 수입 다변화를 적극 추진했다. 대표적인 상대국이 인도네시아다. 정부는 2021년 12월 협약을 맺고 3년간 매달 1만t 규모의 인도네시아산 공업용 요소를 수입한다고 발표했다. 예정대로 수입 다변화가 이뤄졌다면 작년 국내 요소 수입 비중의 38%를 인도네시아산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인도네시아산 요소 수입 비중은 7.3%에 불과했고 올해는 ‘0’이다.
카타르만 6.1%의 수입 비중을 유지하고 있을 뿐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독일산 수입 비중은 더 미미하다. 석탄 공급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중국이 요소 수출을 재개하자 다시 중국산 요소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산이 공급망에서 가장 효율적인 분야가 많다 보니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요소처럼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산이 압도적 우위를 점한 상품과 자원이 많다는 의미다. 정부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자원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산을 구할 수 있다면 비싼 값에 품질 낮은 (중국 외 다른 나라) 요소를 수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높은 중국산 의존도가 요소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첨단 산업 수출통제에 맞서 광물 수출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은 첨단 산업에 쓰이는 핵심 원자재 51종 가운데 33종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다. 중국이 수출통제 대상을 추가할 때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공급망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에 공급망 다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