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들 N차 관람"…영화 '바비' 中서 대흥행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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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후 6일만에 상영횟수 약 4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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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바비’가 중국의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대흥행을 거두고 있다. 중국의 온라인 티켓 판매 플랫폼 마오옌에 따르면 중국 내 바비 상영 횟수는 개봉 첫날인 지난 21일 9673회에서 불과 6일 뒤인 27일 약 3만6000회로 급증했다. 바비는 개봉 이후 현재까지 중국에서만 1억3500만위안(약 241억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올해 1월 약 4년 만에 중국 땅을 밟은 마블 영화 ‘블랙 팬서:와칸다 포에버’의 성적(1억600만위안)을 이미 뛰어넘었다.
지난해 중국에서 흥행한 상위 10개 영화 중 단 2개만이 할리우드 작품인 걸 고려하면 바비의 성공은 흔치 않다. 전문가들은 바비가 중국에서 그간 잠잠했던 페미니즘에 불을 붙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페미니즘 작가인 홍 핀처는 “중국 공산당에게 전통적인 성 역할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바비의 인기는)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가 얼마나 성차별적이고 여성 혐오적인지 옛날보다 더 잘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공산당 내 핵심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는 모두 남성이 꿰차고 있다. 2016년까지 38년간 이어진 ‘한 자녀 정책’으로 여자아이를 밴 경우 낙태하는 일이 잦았다.
바비는 중국 내 성소수자 사회에서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자신을 게이(동성애자)라고 밝힌 극작가 댜오시안(29)은 “가부장제는 남녀 가리지 않고 모두를 억압하고 있다”며 “바비는 영화관 같은 공공장소에서 분홍색 셔츠를 입어도 된다는 ‘타당한’ 이유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