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식량 대란 속 희망으로 급부상 [원자재 이슈탐구]
기후이변 속출하는 가운데 브라질은 타격 적어
풍년이어져 식량 가격 안정 최후의 보루


브라질의 농업 부문이 약진하고 있다. 브라질은 수 십년 전부터 풍부한 경작지, 농업에 알맞은 기후, 풍부한 노동력 등을 활용해 대두, 옥수수, 커피, 오렌지, 면화 등 작물을 재배하고 수출해왔다. 브라질의 육우, 가금류, 돼지를 등 다양한 육류 수출량도 상당하다.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꾸준한 투자·연구개발로 농업 분야 글로벌 강국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덕분에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기상이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상황이 브라질에게는 수출 시장을 늘릴 기회가 됐다.

풍년 이어져 글로벌 식탁물가 안정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올해 브라질이 사상 두 번째로 미국보다 많은 옥수수를 수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달 마무리되는 2022년~2023년 시즌에 브라질의 옥수수 수출량은 5500만t으로 사상 최대치가 예상된다. 15년 만에 수출량이 7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 농무부(USDA) 데이터에 따르면 6월 중순까지 다음 수확을 앞두고 중국에 수출된 미국산 옥수수 판매량은 1년 전보다 48% 감소했다. 4월과 5월 옥수수 수출이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수출량이 연간 4700만t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브라질이 옥수수 수출에서 미국을 넘어선 것은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옥수수의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미국산 옥수수 주요 수입국인 멕시코가 유전자 조작 옥수수 수입을 금지할 채비를 하는 등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대두 수출은 이미 2013년 브라질이 미국을 넘어섰다. 최근엔 1년 가운데 8개월을 최대 수출실적을 기록하는 등 독보적으로 높은 생산·수출 실적을 자랑한다. 브라질의 대형 농업 기업인 SLC아그리콜라는 지난해 기록적인 수익을 기록하며 주주들에게 6억1000만 헤알(약 164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 회사는 약 67만 헥타르(170만 에이커)에 달하는 농경지를 관리하고 있다. 델라웨어주 보다 넓은 면적이다. 2007년 기업 공개 이후 주가가 5배 가량 올랐다.

미국과 아르헨티나 등에서 수입하던 제분용 밀도 최근엔 생산을 증가시키고 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가 가뭄으로 밀 생산에 타격을 입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식량난이 예상됐다. 그러나 브라질의 생산량이 전년보다 약 20%가량 많은 930만톤에 달해 자국 수요의 상당부분을 충당하는 데 성공했다. 브라질의 밀 풍년이 지난해 글로벌 곡물 가격 상승 압력을 상당부분 해소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라질 정부의 꾸준한 지원

브라질은 농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자연 조건이 좋기 때문이다. 국토가 넓은데다 도시 비율이 3.5%에 불과해 농지로 개발할 수 있는 면적이 크다. 기후도 1년 내내 따뜻하다.

다만 자연 조건이 좋은 국가들 중에서도 브라질 농업의 성장이 두드러진 것은 정부와 기업의 노력 때문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할 때 카를로스 파바로 농업부 장관을 비롯해 농업 관련 인사들을 대거 이끌고 갔다. 최대 농산물 수입국인 중국의 대두 수입 물량 가운데 60%가 브라질산이다. 브라질은 옥수수와 육류 뿐만 아니라 목화 등 다양한 농산물의 중국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농업분야 연구 개발도 꾸준히 진행했다. 농작물 수확량, 가축 생산 및 지속 가능한 농업 관행을 개선하는데 투자했다. 드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정확한 양의 농약과 비료를 사용해 생산량을 끌어올렸다. 최근엔 친환경, 지속가능 농업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브라질 농업연구공사(EMBRAPA)를 통해 정부와 민간이 협업해 종자를 개량하고 농법을 최적화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이모작을 성공시켜 일 년에 두 번 수확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 밖에 브라질 정부는 농가에 대한 신용 대출, 기술 지원, 인프라 개발 등 다양한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